[경제]“21C 한국경제, 지식세대로 권력교체가 희망”

경제비평서 <경제학3.0> 펴낸 김광수경제연구소장…MB노믹스 따끔한 일침

김광수 소장은 경제계에서 쓴소리로 유명하다.
그는 “이제 정말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이해할 줄 알고, 대처할 수 있는 전문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 국가를 경영해야 한다. 그럴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경제계에서 ‘김광수’라는 이름은 이미 브랜드다. 1997년 외환 위기가 불거지자 IMF 원인에 대한 분석을 가장 먼저 내놓아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던 그는 2000년 ‘국내 최초의 중립적 민간 싱크탱크’를 자임하며 김광수경제연구소를 설립했다. 국책연구기관과 대기업연구소, 보수언론 등이 내놓은 신기루 전망을 비판하고 있는 그는 최근엔 한국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한 책 <경제학 3.0>을 펴내기도 했다.

그가 진단하는 2010년 한국경제의 위치는 어디일까. 이명박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외교 소식이 매스컴을 장식하던 날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김 소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경제가 곪고 있는 것은 정치인과 관료, 기업들의 무능과 무지,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새로운 경제 성장 패러다임을 만들면 ‘21세기형 공동체적 민주주의 시장경제’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3.1%로 전망했다. 각종 기관에서 제시한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의 5.5% 전망과 큰 차이가 있다. 부정적인 근거는.
“이명박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재정적자를 100조원 늘릴 정도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돈을 풀었지만 그 결과는 좋지 못하다.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돈을 쏟아 부은 결과 2010년 우리나라의 GDP는 지표상 3% 가량 성장하겠지만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차가울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한국의 주요 시장인 해외 선진국 경제가 대부분 1%대의 저조한 저성장세를 올해에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았고, 전 산업의 평균임금이 2008년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민간 자력으로는 소비 회복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 소장은 부동산 버블 붕괴가 시작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증거와 전망은.
“국토부에 신고된 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2008년 말과 2009년 초에 과거 고점 대비 10~4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한국의 아파트는 수요가 거의 사라질 정도로 가격이 올라 있는 상황이다. 수요가 되살아나려면 가계의 평균소득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주택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전국 방방곡곡에 빈 아파트가 널려 있는 데도 정부와 집권 여당은 아파트 가격 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결국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다. 부동산에 투기해서 은행 이자만 내는 것이 자그마치 GDP의 4% 수준이다. 이게 건강한 경제라고 할 수 있는가. 머지않아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이고, 어마어마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부동산 거품을 부추기는 대규모 토건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실질적인 일자리와 소득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와 각 연구소에선 GDP 성장률을 들어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전망의 근거가 잘못됐다는 주장인가.
“GDP 성장률이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해 주지 않는 이상 GDP 성장률보다는 가계의 임금소득 및 투자소득을 높이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 예로 우리나라 제조업산업 생산은 이미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상품 수출입 동향을 보면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10% 이상 감소한 상태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제조업 산업생산이나 평균가동률이나 모두 믿을 수가 없다. 수출이 안 되는데 생산이 늘어난다? 실업률 통계도 의심스럽긴 마찬가지다. 실업률이 줄고 취업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임금이 줄어드는 건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통계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의미다. 이런 엉터리 통계로 정책을 세우니 계속 엉터리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녹색성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미국과 일본 등도 우리와 같이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친환경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은 연료전지 분야뿐만 아니라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수십조 원의 돈을 들여 4대강 운운하고,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전국 자전거 도로망 만들기를 추진한다는 식으로 질러대고 있다. 대통령이야 자전거를 타고 싶을지 모르겠으나 일반 서민들은 먹고사느라 정신없이 바쁜데 힘들게 자전거를 탈 여유가 없다.”

최근 펴낸 책 <경제학 3.0>에서 “21세기 상대적 빈곤 탈출구는 시스템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시스템을 개선하라는 것인가.
“한국경제가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위정자들의 잘못된 정책 운용 때문이다.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자원이라고는 사람과 지식·시간이 전부인 한국이지만 정부는 이를 간과하고 ‘엉뚱한 짓’만 하고 있다. <경제학 3.0>은 도덕성과 전문적 역량을 겸비한 사람들이 실천하는 정직한 경제학을 의미한다. 20세기 산업자본주의 경제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21세기 새로운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보통신(IT) 혁명과 환경에 대한 인식 전환, 국가 간 경제력 격차의 축소가 중요하다. 절대적 빈곤 해소가 목적이었던 20세기와 달리 상대적 빈곤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와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장하고 있는 ‘21세기형 공동체적 민주주의 시장경제’는 어떤 모습인가.
“우리는 지난 네 차례의 선거 과정을 통해 진보정권 두 번, 보수정권 두 번을 경험했지만 어느 누구 하나 경제를 살려내지 못했다. 경제가 뭔지도 모르는 ‘이념쟁이’들이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21세기형 새 계급사회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20~40대 지식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하고 과감한 권력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 올바른 정치적 선택이 한국경제의 미래를 결정한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