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G20 특수, 특급호텔의 ‘국빈급’ 변신

한화그룹 프라자호텔-롯데호텔 수백억 들여 리노베이션 경쟁

“전세계에 소문날 만한 국가대표 호텔을 만들어라.”(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프라자호텔이 서울시내 호텔 가운데 입지가 가장 좋은데도 매출과 이미지 모두 경쟁 호텔들에 밀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오는 11월에 예정된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4월 7일 오전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G20 모의 정상회의’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11월에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서울에 위치한 특급호텔들 간에 자존심을 건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서울의 특1급 호텔은 총 18곳. 수백억원을 들여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서비스 체계를 개선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화그룹의 서울프라자호텔이다. 특급호텔 최초의 ‘부티크 비즈니스’ 호텔을 테마로 지난 5월 3일부터 영업을 전면 중단하고 개·보수(리노베이션)에 들어갔다.

영업중단 불구 직원 600명 유급휴직
특급호텔이 장기간 영업을 전면 중단한 채 리노베이션하는 것은 서울프라자호텔이 최초다. 재개장일은 G20 정상회의 개최를 열흘 앞둔 11월 1일. 프라자호텔의 이번 리노베이션은 호텔의 외관 전면, 전 객실, 식·음업장 및 로비 등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총 공사비는 700억원. 지난해 서울프라자호텔의 매출이 620억원임을 감안하면 한화가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서울프라자호텔 관계자는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 디자이너 기도 치옴피의 설계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유럽풍 부티크 호텔로 개조할 것”이라면서 “고급화를 위해 객실 수도 455실에서 400실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6개월의 전면 영업 중단에도 불구하고 한화 김승연 회장은 서울프라자호텔의 직원 600여 명에 대해 공사 기간에 ‘유급휴직’으로 처리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에 따라 프라자호텔 전체 인원의 80%인 본관 근무자들은 6~9개월, 서소문 사무실 직원은 2개월가량 유급휴직할 예정이다.

일반 직장인이 일 년에 12일가량 휴가로 쓴다고 가정할 때 그 10배에 해당하는 휴가를 한꺼번에 주는 셈이다. 프라자호텔은 또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연수 과정, 서비스 개선 교육 과정, 주방 직원 대상의 요리 연수 등 직종에 따라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도 함께 시행하기로 해 직원들의 자기계발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롯데호텔서울도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롯데측은 “그동안 롯데호텔은 바로 옆 롯데백화점과 외관이 비슷해 5성급 호텔답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면서 “세계적인 설계 회사를 선정해 파격적인 외관 디자인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호텔은 우선 50억원 이상을 투자해 지하 1층에 있는 한식당 ‘무궁화’를 오는 10월 전망이 가장 좋은 38층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는 ‘한국 방문의 해’ 위원장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한식 세계화의 일환으로 롯데호텔 한식당을 세계 최고급 수준으로 만들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롯데호텔은 내년 하반기까지 수백억 원을 들여 레스토랑, 로비라운지, 피트니스센터와 호텔 외관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롯데호텔은 또한 최근 이정열 총지배인의 지휘 아래 ‘G20 모의 정상회의’를 실제 상황과 똑같이 진행하는 등 G20 정상회담에 대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신동빈 부회장은 평소 호텔사업에 각별한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호텔은 8월 일본 도쿄에서 문을 여는 롯데시티긴시조호텔(비즈니스 호텔)에 이어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 6성급 호텔을 여는 등 2018년까지 50개의 글로벌 체인을 거느린 호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선 1호점인 소공동 롯데호텔이 명실공히 최고급 시설과 외관을 갖춰야 한다는 전략이다.

VIP수행 특별훈련·영빈관 새단장

최근 새단장을 준비 중인 서울시청 앞 프라자호텔(위)과 명동의 롯데호텔 전경.

다른 특급호텔들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저마다 완벽한 서비스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귀빈 전담팀 ‘탑스(TOPS)’ 2기를 공식 출범시켜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10명 정도로 구성된 탑스 2기는 G20 정상회의 개최에 맞춰 VIP 수행 훈련을 받고 있으며, 1기보다 더욱 향상시킨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신라호텔은 지난 1월 중순부터 리뉴얼을 시작한 영빈관을 새롭게 오픈할 계획이다.

신라호텔은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피터 리미디우스의 지휘 아래 홀 사용 면적을 더욱 넓히고 실내 디자인도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감각을 가미해 국내 최고급 호텔로서의 명성을 이어 나가겠다는 각오다.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은 오는 9월까지 그랜드 볼룸과 연회예약실을 개·보수하고 수영장, 체련장,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 제반 시설을 모두 최신설비로 탈바꿈하는 전면적인 리노베이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도 지난해부터 497개의 전 객실과 레스토랑 보수에 들어갔다. 9월에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의 리노베이션이 완료된다.

G20 관련 외국 손님 등 VIP층 손님들만 이용할 수 있는 특별 공간인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는 보수 이후로 보안 시설이 더욱 강화된다. JW 메리어트 관계자는 “한국 방문의 해 특수를 맞아 외국 손님과 올 하반기에 개최될 G20 회의를 대비하기 위해 객실 및 레스토랑의 전면적인 개·보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호텔의 전체적인 리노베이션은 가을까지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쉐라톤워커힐호텔은 ‘한국 방문의 해’와 ‘G20 정상회의’ 등으로 한국을 방문할 외국 손님들을 타깃으로 블록버스터급 공연 ‘꽃의 전설’을 무대에 올린다. 워커힐은 한국 전통 공연과 세계적인 외국 쇼 등을 선보이며 ‘동양 최대 규모의 쇼’ 라는 명성을 얻은 ‘워커힐 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이 공연을 통해 한국의 전통을 외국 정상과 귀빈들에게 적극 홍보한다는 전략이다.

역대 외국 정상들 선호 호텔
‘명성과 보안’

자그마치 20개국 정상들이 한국에 몰려오는 오는 11월. 주요국의 정상들은 어떤 호텔에 투숙하게 될까. 특급호텔들은 저마다 자존심을 걸고 호텔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국의 정상 유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외국 국빈이 묵었다는 자체가 인지도나 보안 측면에서 최고 수준임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별로 ‘단골호텔’이 있다. 미국의 경우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호텔을 선호한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2008년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방한했을 때도 하얏트에 투숙했다. 미국 국빈과 고위 인사들이 하얏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곳이 미국의 대표적인 호텔 체인이라는 점도 있지만 보안이 잘돼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남산 자락에 위치해 소수의 경찰 병력으로도 완전히 에워쌀 수 있고, 시위대도 멀찌감치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은 호주의 외빈들이 묵을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호텔을 찾는 국가 수반은 호주와 유럽 쪽이 주류를 이룬다. 이는 전통을 간직한 호텔의 안정된 분위기와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편리함이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6년 역사와 ‘한국 최초 호텔’이라는 유서 깊은 전통을 자랑하는 웨스틴조선호텔은 1914년 히로히토 일본 왕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비롯한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등 미국의 최고위층이 숙박부에 이름을 남긴 기록을 간직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중구 장충동의 신라호텔, 소공동의 롯데호텔을 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979년 개장한 신라호텔 역시 국빈급들의 단골 투숙으로 유명하다. 신라호텔은 1988년 올림픽 이후 VIP들의 숙소로 확실한 자리매김에 성공했다. 위치가 워낙 좋기도 하지만 배경에 있는 삼성그룹의 든든한 지원 역시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부시 전 대통령 부자가 신라호텔의 단골 손님이다. 아버지 조지 H 부시는 2005년과 2008년 두 번이나 투숙했다. 이 밖에도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호텔과 태평로 서울프라자호텔도 주요 국 유치를 놓고 논의 중이다. 강남권에서는 G20 행사가 열리는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주변의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과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파크하얏트호텔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도 국가 외빈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