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종 차량 AS 걱정마세요

현대모비스 중소 부품업체 지원… 자사·협력사·고객 만족 ‘일거삼득’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황모씨는 구입한 지 15년이 넘은 구형 엘란트라를 몰고 다닌다. 국내 승용차 평균 차령인 7.3년(2007년 기준)의 2배가 넘는 차령이다. 황씨는 “성격이 꼼꼼해 차량 관리를 잘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단종된 차량이라도 보수용 부품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내년 초 신차 구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때까지 별 탈 없이 몰고 다닐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충북 진천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진천공장 직원들이 자동차에 들어갈 ‘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일체형 부품’(AVN)을 조립하고 있다.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으로 부품 공급률이 크게 향상됐다는 분석이다.

마음담긴 ‘수박 선물’에 부품공급률 상승
황씨가 생애 첫 차를 15년이 넘도록 운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말처럼 애프터서비스(AS)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아토즈, 엑센트, 엘란트라, 스텔라, 구형 쏘나타, 산타모, 갤로퍼 등 현대·기아차의 단산(생산 중단) 차량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단산된 지 20년이 지난 포니 차종에까지 보수용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공급하는 현대 및 기아차의 AS 부품은 현재 166개 차종 197만 품목으로, 이 중에서 단산된 차종의 부품은 전체의 절반 가까이인 약 90만 품목에 달한다”며 “특히 소비자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단산 후 의무보유 기간인 8년을 초과한 부품만도 30만여 품목”이라고 말했다.

단산된 지 20년이 지난 차종에도 끊임없이 AS 부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현대모비스와 협력업체 간의 동반성장 전략 덕분이다. 현대모비스는 소량의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를 특별 관리하고 있다. 정밀한 비용 계산으로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심하게 마모되거나 분실한 금형의 제작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영세업체의 경영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자동차의 차령이 급격히 증가하고(5.4년/2000년→7.3년/2007년), 신차 출시로 인한 단산 주기가 빨라짐에 따라 전문가들은 보수용 부품의 품목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협력업체가 생산 및 관리여건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획기적인 지원책도 등장했다. 협력업체가 소량의 품목을 생산해 공급할 경우 단순 개별 원가 기준이 아닌 적정 양산수량을 고려한 일정 비율의 생산관리비까지 추가로 지원해주는 것. 이와 함께 현대모비스는 부품 공용화를 통해 협력업체들이 관리해야 하는 부품 수를 대폭 축소시켰고, 연식이 오래된 차종의 보수용 부품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향후 수요 예측량만큼을 일괄적으로 대량 구입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1000개가 넘는 협력사들의 생산 및 관리여건을 향상시키는 지원책을 통해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단산 차종의 일반 고객들도 관련 보수용 부품을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며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니까 협력업체 또한 높은 품질로 화답하고 있으며, 이것이 궁극적으로 우리 회사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외에 동반진출한 협력업체들이 생산하는 부품들의 품질 확보를 위해서도 도움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에 있는 기술시험센터로, 중국에 함께 진출한 협력업체들에게 개방했다. 자체적인 시험장비를 갖추지 못한 중소 협력업체들은 전자시험실·재료시험실·측정실·내구시험실·성능시험실 등 각종 시험실과 140여종의 최첨단 시험장비를 갖춘 기술시험센터에서 품질시험 및 인증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시험센터에서 진행된 연간 1만여건의 시험 가운데 절반은 협력업체들이 사용한 실적. 이 외에도 현대모비스의 전자조달정보 시스템인 SMART와 재고관리 시스템 PMI도 협력업체와 소통하는 동반성장 전략 중 하나다.

동반성장은 파이를 키우며 함께 사는 길이다. 부품협력업체들의 수출지원, 유동적 자금지원, 정보와 문화교류 등 현대모비스의 동반성장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부품업체에 퍼진 ‘수박 선물하기 릴레이’는 현대모비스 동반성장 전략의 파급력을 보여준다. 현대모비스는 2003년부터 매년 납기 일정을 성실히 지켜온 우수 협력사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별도의 감사장과 함께 수박 1만통을 보내고 있는데, 이 ‘깜짝 선물’에 감동한 협력업체들이 다시 자신들의 2차 협력업체들에 계절과일을 보내는 등 감동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프레스 관련 생산업체로 현대모비스의 협력사인 ㈜금창도 2003년부터 8년째 우수협력사로 선정되어 수박 선물을 받고 있다. 송재열 사장은 “현대모비스에 가장 고마운 것은 매년 지속적으로 구매수요를 창출해주는 것”이라며 “게다가 이렇게 매년 계절과일까지 선물받으니 직원들이 감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2·3차 협력업체도 ‘현금 결제’ 릴레이
지난해 여름에도 현대모비스에서 보내온 수박을 회사 식당에 직원들이 모여 함께 나눠 먹으면서 품질 불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자고 다짐하기도 했다는 송 사장은 “감동을 우리의 협력사들에도 전달하고 싶어 재작년에는 일부 협력업체에 과일을 구입해 보내기도 했다”며 “지금은 협력사들과 정기적인 간담회를 갖고 있으며, 우리 역시 우수 협력사들을 선정해 시상하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박’의 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보수용 부품에 대한 협력업체들의 관심과 적기 공급을 위한 노력이 갈수록 높아져 2003년에 96%였던 부품 공급률이 현재 98%까지 올라갔다.

현대모비스가 신경 쓰고 지원하는 또 다른 분야는 협력업체들의 유동적인 자금운영이다. 자동차업계 최초로 중소 협력업체와의 거래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키로 하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 특히 현대모비스는 이 정책을 시행하면서 협력사들에게 2차 협력사에도 가급적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줄 것을 요청하고, 협력사들도 이 요청에 호응하면서 현금지급 혜택이 수천여개의 2·3차 협력업체들에까지 파급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협력업체와의 신뢰를 강화하고 경영활동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거래대금 지급시스템을 대폭 개선한 것”이라며 “연간 2조4000억원 규모의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지만 협력업체의 경영개선이 상생협력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서로의 경쟁력이 모두 높아지는 윈·윈 효과가 실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창의 송재열 사장은 “현대모비스의 현금결제 등 다양한 지원활동과 정보·문화교류를 통해 협력사 관계를 넘어 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도 2·3차 협력업체에 현금으로 결제하는 등 동반성장의 물결을 확산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