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더 스토리; 세상에 숨겨진 사랑 - 피해를 최소화하는 ‘출구전략’

“너는 삶과 픽션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해. 둘은 아주 가깝지만 결코 맞닿진 않지. 둘은 아주 다른 것들이야.”

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일이 전개될 때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일은 흘러가지만 어느 시점에는 이를 해결해야 할 때가 다가온다. 그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브라이언 크러그만과 리 스턴탈이 공동감독한 <더 스토리; 세상에 숨겨진 사랑>(The Words, 2012)은 표절과 작가의 양심에 대한 고민을 담은 영화다.

[영화 속 경제]더 스토리; 세상에 숨겨진 사랑 - 피해를 최소화하는 ‘출구전략’

3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소설가인 로리(브래들리 쿠퍼 분)는 프랑스 파리 신혼여행에서 엔티크 가방을 산다. 그 가방안에는 소설 원고가 들어 있다. 세상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역작이다. 로리는 이 원고를 자신이 쓴 것처럼 해 출판한다. 많은 찬사와 부가 쏟아질 즈음 한 노인이 나타난다. 노인은 1944년 2차대전이 끝날 무렵 프랑스 파리에서 사랑에 빠진 미군과 식당 웨이트리스 셀리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노인, 원고와 무슨 관계일까.

로리와 노인의 이야기는 실제가 아니다. 소설 ‘The words’에 담긴 내용이다. 저자는 클레이(데니스 퀘이드 분)다. 그는 2012년 뉴욕에서 대중에게 자신의 소설을 낭독한다. 클레이는 로리, 혹은 이 노인과 관련이 없을까.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나오고, 이게 또 이야기인 액자 구성이다.

로리는 노인을 통해 원고의 주인을 찾는다. 그리고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로리는 이미 평단의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저자를 밝히지 않자니 양심이 찔리고, 밝히자니 모든 것을 잃는다. 아내도, 출판사 편집인도 함구할 것을 요구한다.

로리에게 필요한 것은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다. 진실을 밝히되 대중의 지지는 잃지 않는 ‘두 마리 토끼’ 잡기다. 출구전략은 원래 군사용어다. 작전지역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장비와 인원을 철수하는 전략이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발목이 잡혔다. 군사비는 마구 늘어났고,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국내 여론이 악화됐다. 이때 철군 이야기와 함께 출구전략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소말리아 수도인 모가디슈 철수 때 출구전략은 일반화됐다.

출구전략은 경제에서도 자주 쓰이는 용어다. 경기침체기 때 사용했던 정책들을 거둬들이고 원래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엄청난 재정을 투입했다.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최악의 위기를 넘긴 지금은 정상적인 경기운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 국가부채가 천문학적으로 치솟으면서 또다른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문제는 돈을 거둬들이는 속도다. 너무 빨리 거둬들이면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너무 늦게 거둬들이면 과도한 유동성이 경제를 왜곡시킬 수 있다. 국가부채가 계속 누적되면서 국가신용도가 떨어지면 자금조달하기가 어려워진다.

최근에는 뉴타운 출구전략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뉴타운 지역을 곳곳에 설정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뉴타운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이들 지역을 풀어야 하는데 그동안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 주민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주민들의 피해와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뉴타운지역을 해제하는 것을 뉴타운 출구전략이라 부른다. 기업이나 사모펀드가 특정 기업을 인수·합병했다가 적절한 시기에 팔고 이익을 실현하는 것도 출구전략이라 부른다.

영화 속 경제

1922년 스위스 로잔에 취재를 갔던 헤밍웨이는 아내에게 프랑스 파리 집에 있는 원고를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남편을 만나러 가던 중 파리 리옹역에서 원고가 든 가방을 잃어버렸다. 두 감독은 이 일화에서 착안해 <더 스토리>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혹시 윤동주나 이상 같은 이들이 잃어버린 원고가 없을까. 그리고 어느날 골동품 가게에서 이를 발견한다면? 재밌는 상상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