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업가]팬을 몰고 다니는 경제학 고수

‘시장지향적’ 공병호 박사와 ‘이상지향적’ 최용식 소장

이번에 소개하는 공병호경영연구소의 공병호 박사와 21세기경제학연구소의 최용식 소장은 1인기업가를 추구하는 경제학자이지만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보이고 있다. 공 박사가 철저하게 ‘시장지향적’이라면 최 소장은 ‘노무현의 경제교사’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이상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공 박사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고액 강연가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최 소장은 늘 생계를 걱정할 정도지만 그 경제예측력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온라인의 강호세계와 재경부 등 관가에서 ‘고수’로 알려진 지 오래다. 또 트리즈 전문가 윤홍열씨는 글로벌 컨설턴트를 꿈꾸며 1인기업가로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1인기업가의 ‘아이콘’ 공병호 박사

미 명문대 경제학 박사, 연구원, 연구원장, 벤처기업 대표, 그리고 1인기업가로 홀로서기…
공병호 박사(46)는 대부분 박사학위자가 걸어온 길과는 다르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자기경영’ 분야의 독보적 존재가 되고 있다. 특히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1인기업가’의 아이콘으로 포지셔닝되고 있다. 이는 “대학교수라는 타이틀을 추구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새로운 길을 추구했다”는 그의 말처럼 박사학위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2001년 10월 그는 벤처기업 CEO 대신에 ‘공병호경영연구소’를 열고 다시 미지의 길에 도전한다. 그는 벤처기업의 CEO로 살아갈 수 있었지만, 그건 ‘얽매여 있는 삶’의 연장일 뿐이다. 당장 가족을 부양하고 여유있게 살아갈 수 있는 연봉은 보장되겠지만 교수라는 길을 포기하면서 선택한 도전정신과는 거리가 있었다. 앞날은 불투명했고 아무 것도 잡히는 게 없었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이때 한 가지 다짐을 했다. 멸치사업을 하던 아버지 덕분에 일찍이 자본주의의 치열함을 보고 자란 그였기에 흔히 지식인이 빠지기 쉬운 낭만주의자나 이상주의자의 길을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1인기업가는 더욱 철저하게 자본주의라는 냉혹한 시장에서 승부를 하고 또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1인기업가로 나선 공 박사는 첫 승부수로 ‘자기경영’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더욱 치열해진 생존경쟁에서 필요한 덕목이기에 자신이 추구한 자기경영을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다. 시장성이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에 앞서 그는 치밀한 시장조사와 준비를 했다. 그는 1인기업가로 홀로서기의 근거지가 될 연구소를 열기 전 두 달 간 중국, 미국, 대만, 말레이시아를 돌아보면서 미국의 피터 드러커,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 프랑스의 자크 아탈리와 기소르망 등을 벤치마킹하되, 경영과 경제 전반에 대해 대중적인 글과 아울러 강연, 기고, 방송, 경영컨설팅 등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기로 청사진을 마련했던 것이다.

공 박사가 1인기업가로 홀로서기 한 지 6년째. 그는 그 사이 60권의 책을 내는 등 독보적인 1인기업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매년 5권의 책을 쓰고 300회의 강연, 매일 1건씩의 원고 기고 등으로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2년 전에 만든 ‘자기경영아카데미’는 성인과 초·중·고생까지 확대했지만 공 박사 혼자 강의를 하며 꾸려가고 있다. 또 대외적으로 사외이사 등의 직함도 가지고 있어 1인5역의 1인기업가인 셈이다.

공 박사는 때로 ‘감성’으로 파고드는 경제학자라는 평가와 함께 가장 시장지향적인 1인기업가로 통하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인간형은 어느 분야에도 능통한 ‘르네상스인’이다. 그는 “1인기업가로 성공했지만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도 늘 초심을 유지하면서 지식 이노베이터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말한다.

1인기업가를 꿈꾸는 직장인을 위한 공 박사의 조언

▶직장에 있을 때는 최선을 다해 일하라
▶직장을 떠나면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인생2막’의 목표를 찾아라
▶죽을 때까지 ‘자기계발’을 하라
▶항상 열린 자세로 변화에 대응하라
▶이상을 쫓지 말고 ‘마켓’(시장)을 추구하라

‘이상지향적’ 1인기업가 최용식 소장

21세기경제학연구소(www.taeri.org)를 운영하고 있는 최용식 소장(54)은 경제학 박사 학위자도 아니다. 그는 전남대 정외과를 나와 독학으로 경제학을 공부해 독보적인 경제이론을 정립한 ‘재야경제통’으로 통한다. 노무현정권의 경제 개인교사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도 앞장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노정권 사람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고 한다.

최 소장의 이력을 보면 그가 얼마나 경제학에 몰입해 살았는지 알 수 있다.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경제학에 눈을 떴다고 한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공부하면서 이를 통합해 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경제학 공부에 매달렸다. 이때 그는 가격이론에 상품의 ‘품질’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경제학 공부는 일종의 신성한 ‘과업’이 됐다고 한다.

한때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해 장군이 되거나 경제학 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을 꿈꾸기도 했지만, 이마저 보도연맹사건에 친척이 연루되어 접어야 했다. 역설적으로 그게 오늘의 최 소장을 있게 한 배경이 되었다.

그는 유학이 좌절되자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해외근무가 많아 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코트라를 지원했다고 한다. 5년 동안 근무하면서 경제개발계획 실무대표로 일하기도 했고, 조사부에 근무하면서 수많은 경제통계자료를 접할 수 있었다. 코트라에서 5년 동안 일하면서도 그는 독서실을 잡아놓고 경제학 공부를 계속했다. 이때 마음이 다소 앞섰던 탓인지 해외에 근무하며 경제학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아예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공부에 올인한다면 새로운 경제이론을 만들어 책으로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1983년 회사를 그만둔 그는 가족의 생계도 돌보지 않고 경제학 공부에 전념했다. 87년 말에 새로운 경제이론의 초고를 완성하고 출판사를 찾았다. 무려 47군데 출판사를 노크했지만 박사학위도 없는 그의 경제이론에 귀를 기울여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당신 이름으로는 안 되니 공동저술로 하면 고려해보겠다”는 출판사 관계자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마침내 한얼출판사에서 ‘사상과 경제학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그야말로 인간승리였다. 그가 경제학 공부를 본격화한 지 20년 만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역작’을 알아주는 이는 별로 없다. 이후 그는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을 11년 동안 했다. 그렇지만 그에게 본업은 경제학 공부였고, 보좌관 생활은 부업이었다. 본업이 방해를 받으면 다른 의원 사무실로 옮겼다녀야만 했다.

논어의 말처럼 인재는 언젠가는 세상에 드러나는 법이다. 1999년에 우연히 재경원 공무원의 홈피에 글을 올렸는데, 네티즌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를 보고 폴컴의 윤경주 사장이 개인 홈피를 만들어주겠다고 제의했다. 2001년 1월 홈피를 개설하고 경제이슈를 중심으로 글을 올리자 이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홈피는 재경부 관리들이 둘러볼 정도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홈피에 올린 글을 중심으로 ‘경제역적들아 들어라’라는 책을 냈다. 또 독지가의 후원으로 ‘21세기경제학연구소’ 사무실도 냈다. 이어 대선 때 노무현 선거캠프에 참여해 경제 개인교사 역할을 하면서 화제의 인물이 됐다.

그렇지만 그의 조언과는 반대로 노 대통령이 경제정책을 운용해 지금은 참여정부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 그는 “가계신용문제는 경제가 회복되면서 가계부채와 신용불량문제를 해결하는 ‘선순환’으로 풀어야 하는데, 노정권은 가계부채 문제에 먼저 메스를 가해 결과적으로 경제도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권력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지만 지근거리를 유지하면서 경제진단과 처방, 예측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특히 외환위기 이전에 거의 유일하게 위기의 징후를 읽어낸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1996년 10월 한국의 경제위기를 예측하는 ‘경제 파국이 눈앞에 닥쳤다’라는 보고서를 만들어 당시 지대섭 의원에게 건네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연구소에는 ‘팬’들이 들락거릴 정도다. 그는 큰 돈을 번 1인기업가이자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분명 돈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있는 것 같다.

구직난 20대를 위한 최용식 소장의 조언

▶최소한 10년 정도 열정을 다 바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민족, 자주, 통일과 관련된 일에 목숨을 걸어라
▶항상 현실에 바탕을 두고 경제흐름을 읽도록 노력하라
▶인생은 위기상황의 연속이지만 항상 낙관적으로 생각하라
▶도전정신으로 한 명의 ‘스타탄생’의 주인공이 되어라

TRIZ전문가 윤홍열씨

윤홍열씨(38)는 미래의 스타탄생을 꿈꾸는 1인기업가이다. 지금은 작은 보폭을 내딛고 있지만 그의 시선은 우리나라에 국한하지 않고 ‘글로벌’로 향하고 있다. 윤씨는 창의적 사고를 이끌어내는 혁신적 경영컨설팅 툴인 ‘트리즈’(TRIZ)에 푹 빠져 혼기마저 놓쳤다. 트리즈는 러시아서 수많은 특허를 분석해 고안된 창의적인 사고를 이끌어내는 툴이다. 러시아가 사회주의였기에 자본주의적인 경영 툴을 고안해낼 수 없어 그 대신 특허를 통해 창의적인 사고의 유형을 분석해낸 것이 트리즈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이 트리즈를 경영컨설팅의 툴로 잘 활용해 연간 2000억 원의 이익을 보고 있다고 공식 보고하고 있다. 삼성은 트리즈 전문팀을 운영하면서 다른 대기업보다 활발하게 트리즈 툴을 운용하고 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석사)를 졸업하고 1992년 LG전자에 들어간 윤씨가 트리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회사에서 보내준 미국 연수였다. 96년의 3주간 짧은 트리즈 연수가 그의 삶을 뒤흔들었다. 연수 후 트리즈 관련 업무를 맡아오다 2001년에 아예 회사를 그만두었다. 4년 정도 트리즈 관련 소프트웨어를 취급하다 2005년에는 아예 ‘트리즈센터’를 열고 1인기업가로 홀로서기를 했다.

그는 현재 별도 사무실 없이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주로 기업체의 요청을 받고 트리즈 교육과 컨설팅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 삼성SDI를 비롯해 하이닉스, 포스코 등 대기업에 교육과 컨설팅을 하고 있다. 국내 트리즈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고 조만간 해외에 진출해 컨설팅에 나설 예정이다.

최효찬<객원기자> roma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