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동사무소 통폐합 ‘오세훈 개혁 2탄’

서울시 공무원 퇴출 이어 도시 행정 경영혁신 나서

지난 4월 서울시의 퇴출후보 공무원들이 뚝섬에서 잡초뽑기작업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모든 개혁의 중심에는 공무원 사회 개혁이 있다.”

이것이 ‘오세훈식 행정개혁’이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획기적인 행정개혁을 통해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정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행정개혁의 제1탄이 ‘서울시 공무원 퇴출’이었다면, 제2탄은 동사무소의 통·폐합이다. 1954년 동(洞)제를 실시한 이후 50년 만에 역사적인 대규모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5월 10일 “새로운 행정수요에 대응하고 도시경쟁력을 높여나가기 위해 동사무소를 통·폐합하고 기능을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전성수 서울시 지방행정과장은 “동 통·폐합은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가장 혁신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행정수요에 부합하는 인력 재배치가 제일 큰 목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굉장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성공하기 어려운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이 행정개혁은 서울시와 자치구의 공동협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강남구의 기초질서확립 정책을 서울시의 정책으로 도입한 것처럼 마포구의 통·폐합을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마포구는 지난 1월 초 24개 동을 20개 동으로 통·폐합했다. 인구 1만 명 이하 동을 없애고 또 일부 동의 경계도 재조정했다. 또 남아 있는 20개 동도 4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 내 1개 중심동을 지정할 계획이다. 이 중심동에는 철저하게 현장 위주, 기능 위주의 업무를 부여할 예정이다.

100여개 폐지 ‘권역형 행정센터’ 추진

서울시의 계획은 우선 1년 안에 518개 동사무소 중 100여 개를 폐지하기로 했다. 단계적으로 100곳을 추가로 폐지하고 동사무소 여려 개를 묶는 ‘권역형 행정센터’(일명 ‘타운’)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권역형 행정센터’는 철저히 기능 위주의 행정단위가 되도록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중앙정부도 하지 못했던 행정 단계를 축소하는 효과를 내겠다는 야심찬 도전인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 행정환경과 행정수요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행정 일선 단위인 읍·면·동의 완전 철폐를 검토했지만 실패했다. 그만큼 행정단위 개편은 어려운 작업이었다.

김병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정책연구실장은 “동사무소 폐지와 동 폐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전제하면서 “동사무소 폐지가 행정부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영규 서울시 행정국장은 “민원행정 수요는 현저히 줄고 복지행정 수요는 폭발적으로 느는 등 행정수요 변화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행정단계 개편으로 해석되는 데 경계심을 표시했다. 전성수 과장도 “내년 한 해 동안 연구용역을 주고 서울시와 자치구가 합동 테스크포스(Task Force)를 만들 것”이라면서 “급변하는 행정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폐지하는 100여 개에 추가로 100개의 동사무소를 폐지할 수 있는지, ‘타운제’를 어떻게 운영할지 등에 대해 검토해나갈 예정이다.

어떻든 행정효율의 전제는 경영행정이다. 경영행정의 성패는 예산절감 정도로 결정된다. 적어도 이런 측면에서 이번 정책은 상당히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사무소 한 곳의 평균 인력은 13.5명이다. 100개 통폐합으로 1350명의 유휴 인력이 생긴다. 이들은 행정적 수요가 급증하는 사회복지 인력으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사회복지사업가인 김종삼 웰페어24 대표는 “한국의 사회복지의 맹점은 인력 부족에 있다”면서 “복지인력이 증원되면 국민복지 증진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직과 기능 재조정만으로 1350명이라는 ‘행정자본’(Adminition Capital)을 확충하는 효과를 얻은 셈이다. 사회복지직 공무원 부족은 사실상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엄두도 내지 못하게 했다. 서울시도 “비현실적인 사회복지직 배치기준(150~200가구당 1인)으로 상시 결원이 생기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또 폐쇄되는 동사무소 건물은 문화센터, 도서실, 보육시설 등 복지시설로 리모델링해서 이용할 계획이다. 이런 문화시설 한 곳을 건설하는 데 40억 원에서 50억 원이 소요된다. 리모델링하는 데는 10억 원이면 충분하다(장종환 마포구 자치행정과장). 3000억~4000억 원의 예산절감을 하는 셈이다. 여기다가 1개 동을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경비(인건비 제외)는 1년에 2억 원 정도 든다(장종환 과장). 이것만도 2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폐쇄시설은 주민 복지시설로 활용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부산시와 경기도도 읍·면·동 통·폐합에 동참할 뜻을 밝히고 있다. 전성수 과장은 “동 통·폐합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임승빈 명지대 교수(행정학)는 “일본은 2002년 3200여 개였던 지방자치단체를 통·폐합해서 현재 1800개로 줄였다”면서 “이게 바로 행정능률을 재고함으로써 재정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미래의 경쟁력을 확충하는 효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시설이 단지 복지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미국의 ‘타운미팅’(Town Meeting)처럼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병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정책연구실장은 한 기고문에서 “동사무소를 대신할 각종 문화시설을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외국에서 볼수 있는 주민자치조직인 ‘타운 미팅’ 등이 실질적인 관리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용진 전 여의도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문화시설들이 동 단위 주민들이 공동체의 업무를 결정하고 자치운영을 익히는 학습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게 바로 숙려민주주의로 가는 한 방법”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오세훈 시장의 제2단계 행정개혁은 제1단계 행정개혁인 ‘무능공무원 퇴출’에서 보여줬던 ‘수평주의(Leveller)적 행태’와는 큰 차이가 난다. 그 당시 오류로 지적됐던 획일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기능조정을 통한 효율 제고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또 서울시 주도의 상명하달식 개혁이 아니라 마포구가 선행적 실험의 성과를 토대로 서울시 전역에 확대함으로써 행정 낭비를 크게 줄이는 부과적인 효과도 얻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오세훈 시장이 행정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회견(5월 10일)에서 ‘시민 여러분’이라고 부르지 않고 ‘시민고객 여러분’이라고 호칭한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한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