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네티즌 홀리는 ‘인터넷 괴담’

포르투갈 귀신·콜라 부은 돼지고기의 구더기·스너프 동영상의 진실은?

괴담 1 포르투갈 귀신 동영상

이른바 ‘포르투갈 귀신 동영상’ 으로 알려진 영상물. 그러나 이 영상물은 ‘커브’ 라는 단편영화의 일부로 밝혀졌다.

3명의 남녀가 자동차를 몰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고 있다. 뒷좌석에 탄 남자는 캠코더로 앞좌석 남녀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찍고 있다. 얼핏 평범한 일상을 담은 영상인 듯하지만 도로 옆에 서 있던 여성을 태우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차를 몰던 앞좌석의 남자는 “이렇게 밤늦은 시간에 왜…”라고 묻지만 여인은 질문엔 대답 않고 자신의 이름이 테레사라고만 밝힌다.

잠시 후, 여인은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곳이 보이냐”고 물으면서 “저기가 내가 사고당해 죽은 곳”이라고 말한다. 카메라를 돌리자 여인의 얼굴엔 무수한 유리 파편이 박혀 있고, 그 순간 차는 전복한다. 동영상 말미엔 “티아고와 태니아(앞좌석의 두 남녀)는 죽었고, 비디오를 찍은 데이빗은 살아남았다. 1983년에 테레사 피달고라는 이름의 처녀가 같은 장소에서 사고를 당했고, 경찰은 비디오를 분석했지만 어떤 설명도 내놓지 못했다”는 요지의 자막만 나올 뿐이다.

꼭 1년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7분짜리 동영상이다. 문제의 ‘유령’이 나오는 대목은 약 4분 30초가 경과한 다음부터. 이 동영상은 지금도 ‘포르투갈 귀신 동영상’ 등의 제목을 달고 하루에 10여 건 정도씩 블로그·카페에 일종의 납량물(?)로 등록되고 있다. “지난해 4월 하순에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설명을 달고 동영상은 한국에서도 포털을 중심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당시 이 동영상을 취재했던 한상미 DC뉴스 기자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 귀신 동영상 이야기가 떠돈다는 걸을 알고, 취재해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급기야는 MBC의 교양시사프로그램인 ‘TV특종 놀라운세상’에서 이 동영상을 검증했다. 이 프로는 영상과 음향 전문가를 동원해 동영상이 편집되었을 뿐 아니라 음향도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동영상이 허구를 사실처럼 꾸민 ‘페이크 다큐’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당시 해당 꼭지를 연출한 김석현 PD는 “카메라를 일부러 흔들고, 디지털로 여자 형상을 일그러뜨리는 등 어설픈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르투갈 현지에서도 이 동영상의 실존 여부를 아는 경우가 거의 없어 동영상 논란은 지금까지 어정쩡한 상태로 남아 있다. 그리고 결론은?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온다. 이 ‘단편영화’의 제목은 ‘커브’(A curva)이며, 감독은 데이빗 레보르다오(David Rebord o)라는 사람이다. 영화의 공식 홈페이지(http://www. acurva.net/)도 있다. 감독 데이빗은 이 영화 소개 페이지에서 “사이버상에서 여러 버전의 동영상을 봤겠지만, 이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DVD에는 20분짜리 풀타임 영화를 볼 수 있다”며 “DVD에는 또한 여러 개의 포럼에서 이 동영상을 두고 나온 가설과 논란에 대한 감독 자신의 반응 등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애당초 설정에서 비디오를 찍고 살아남은 사람의 이름도 데이빗이라는 것.

괴담 2 돼지고기에 콜라를 부으면 구더기가 나온다?

위_뉴스메이커는 돼지고기 냉장육에 콜라를 부어 동영상과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실험해봤다. 아래_ 3시간 가까이 흘렀지만 기생충이나 구더기는 나오지 않았다. <정용인 기자>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여러 개의 동영상이 역시 한국 포털에 유포되면서 또 하나의 괴담이 만들어졌다. 이른바 ‘돼지고기+콜라’ 괴담. 냉장상태로 유통되는 돼지고기에 콜라를 부으면 돼지고기 속에 숨어 있던 구더기 혹은 기생충이 기어 나오고, 그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포털사이트의 검색엔진에 ‘돼지고기’ ‘콜라’라는 검색어를 넣고 검색해보면 위와 같은 제목을 단 동영상들과 블로그 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동영상이 제작·유포된 것은 올해 3월께.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이 국내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판도라TV나 엠엔케스트 등에 옮겨지면서 널리 퍼졌다. 최근 들어서는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모슬렘의 독특한 문화가 소개되면서, 다시 이 동영상들이 주장하는 것과 관련된 괴담이 화제의 중심에 떠올랐다.

자신의 블로그에 이 동영상을 올린 한 블로거는 “돼지고기에 기생충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저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고 감상소감(?)을 올려놨다. 다른 블로거는 “돼지고기는 정말로 아주 잘 익혀서 먹어야 한다”며 “고기 구우면서 뒤집을 때는 절대로 먹던 젓가락으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까지 올려놓았다. 이것이 사실일까.

음식점·요리 전문 정보업체 메뉴판닷컴의 손혜선 홍보담당은 “동영상이 조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업체의 요리전문가 김문경 씨는 “보통 돼지고기를 요리할 때 콜라로 잰 다음 하는 경우도 많다. 동영상과 같은 주장은 보지도 못했고,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정말 기생충이 나왔다면 고기 자체가 처음부터 감염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동영상이 암묵적으로 깔고 있는 전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돼지고기는 더럽기 때문에 익혀 먹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콜라가 독성이 있기 때문에 견디지 못한 기생충이 ‘적출’된다는 주장이다.

오재효 서울시 농수산유통과 주임은 “시도 도축장에 검사관이 파견 나가 생체·해체·내장검사 등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큰 성충이 나온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조작설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블로그에 그런 동영상을 올린 사람들은 장난일 수도 있지만, 최근 구제역·광우병 파동에 이어 수입 쇠고기 문제까지 겹쳐 울상 짓고 있는 축산농가에는 큰 타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진영 한국코카-콜라 홍보부 과장은 “코카콜라가 역사가 오래되고 널리 알려진 제품이다 보니 세대를 거듭하며 내려오는 루머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슷한 루머로 생선뼈나 치아, 고기를 콜라에 담궈 두면 녹아 없어진다는 주장이나 실험이 있는데 이 역시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콜라의 ‘톡 쏘는 맛’을 내는 성분이 인산인데, 콜라 100g에는 약 17㎎의 인산이 들어 있다. 한국코카-콜라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인산은 콜라뿐 아니라 치즈(512㎎), 땅콩(376㎎) 등 대부분 음식에 함유되어 있고, 또 대부분 몸 속에 들어가 위산과 섞여 중화된다는 것.

실제로 이 괴담은 올해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메일이나 게시판을 통해 돌던 이야기인데, 최근 ‘동영상UCC’ 바람을 타고 ‘더 시각적으로’ 제시되었을 뿐이다. 궁금한 대목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누구든 쉽게 검증 가능하지만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이 복사·유포되었을 뿐 ‘검증노력’은 현재까지 없다는 것이다.

뉴스메이커는 돼지고기 등심 냉장육과 콜라를 구입, 동영상과 유사한 조건을 만들어 실험해봤다. 30분을 지나 2시간, 하루가 지나도 구더기 혹은 기생충은 검출되지 않았다. 논란의 진원지인 유튜브에도 그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다른 이들의 실험 동영상들이 함께 등록되어 있다.

괴담 3 스너프의 진실은?

스너프로 널리 알려진 이른바 ‘체첸동영상’.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체첸반군이 제작한 여러 참수 동영상들은 스너프필름의 정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매년 여름 무렵, 공포를 주제로 한 커뮤니티나 게시판에 반드시 거론되는 영화 혹은 동영상 이야기가 있다. 바로 스너프. 포털사이트의 질문/답변 코너를 보면 ‘스너프를 구한다’거나 ‘볼 수 있는 방법’, 혹은 ‘스너프 영화를 봤는데, 찝찝하다… 스너프를 만드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등의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문제는 답변들. ‘P2P 등을 통해서 구할 수 있지만 안 보는 게 좋다’는 답변이나 관음증과 변태심리 등을 거론하는 답변들만 봤을 땐 스너프는 실존한다. 과연 그럴까.

아닌 게 아니라 매체들에서 거론되는 것만 볼 때 이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스너프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이나 영화들이 하루를 멀다 하고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출간된 영미권 공포작가 조 힐의 ‘하트모양상자’(도서출판 비채)의 주인공은 스너프필름을 소장하고 있다.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 소개된 영화 ‘도살자’(김진원 감독)는 돼지머리를 가진 괴물을 주인공으로, 스너프영화를 찍는 도살업자에게 한 부부에 봉변을 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끔찍한 사건을 소개하는 신문칼럼이나 영화칼럼들에도 스너프는 이미 널리 유통되는 영화처럼 스스럼없이 인용되고 있다. 정말 스너프 영화는 실존하는 걸까.

스너프 영화(snuff film)에 대해 정확하게 합의된 정의는 없다. 포르노적 요소와 결합되는 것을 충분요건으로 꼽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의도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실제 장면을 특수효과의 도움이나 속임수 없이 영화로 찍는 것이며, 은밀한 형태든 공개적 형태든 상업적인 목적에서 만들어져 배포되는 영화” 정도로 규정된다.

인터넷 게시판 등지에서 사람들이 봤다는 영화나 동영상은 이런 스너프의 정의를 충족하지 않는다. 가장 혼란을 일으키며 스너프로 지목되는 유명한 케이스는 이른바 ‘체첸 동영상’. 알렉세이 슈체바티로 추정되는 러시아 군인이 칼로 참수되는 순간을 담은 동영상이다. 애초 이 비디오는 1990년대 말 ‘체첸혁명군’을 자처하는 한 그룹이 개설한 웹 사이트에 2~3개 정도의 포로고문비디오와 같이 게시되어 있던 동영상이다. 비록 잔혹한 실제사건을 담은 동영상이지만 그 목적이 프로파간다(선전)라는 점에서 ‘상업적 용도의 배포’라는 스너프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만약 이런 동영상이 스너프라면, 퓰리처상을 받은 에디 아담스의 사진으로도 유명한 미 NBC의 ‘구엔 곡 로안 남베트남 경찰총장의 베트공 사살’ 영상 역시 스너프로 분류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스너프로 의심받는 영상들은 명백한 특수효과로 연출된 영화장면들. 잠옷을 입은 채 떨고 있는 여인의 머리에 총을 발사하는 영상이나, 남자가 웃으며 자기 머리에 총을 쏘는 영상 따위다. 전자는 미국의 한 특수효과 회사가 프로모션용으로 제작해 회사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어 있는 영상이며, 후자 역시 한국에서 개봉까지 한 영화의 한 장면이다. 해당 사실을 모르는 네티즌들은 이들 동영상을 두고 진위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일본의 저예산 공포영화 ‘기니아피그’ 시리즈나, 영화 ‘스너프’(1976)나 이탈리아 호러감독 루게오 데오다토의 ‘카니발 홀로코스트’(1980) 등을 둘러싼 헤프닝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스너프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스너프 신화일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만들 수도 있다. 영화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최모씨(36)는 “개인적으로 공포물을 좋아하지만, 어디까지나 판타지라는 영역 안에 머물 때일 뿐 실제상황이라고 한다면 영상물로서 가치는 상실한다고 생각한다”며 “의도적으로 약자에게 가해하는 장면을 집요하게 다루는 영상은 그 자체가 범법행위일 뿐 아니라 즐기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든 지식이나 정보가 반드시 사실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위 세 사례의 공통점은 동영상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믿어버린다는 것. 민경배 경희대사이버대학 NGO학과 교수는 “인터넷에 워낙 많은 정보가 유포되다 보니 모든 정보를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라며 “동영상뿐 아니라 포털 등의 일반 게시글도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 양 올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인터넷시대를 맞아 네티즌도 정보소비뿐 아니라 정보 생산을 담당하는 만큼, 언론이나 네티즌 모두 게이트 키핑, 즉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