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미디어발전국민위 ‘한편의 코미디’

사실상 활동 종료, 여야 추천위원 간 의견차 커 최종보고서 따로 제출 계획

'100일간의 코미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원회) 활동을 두고 말이 많다. 미디어위원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 기간을 활동 기간에 포함시키느냐 마느냐의 의견이 엇갈려 위원회 활동 종료마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미디어위원회 활동 내역을 보면 억지와 오기, 불협화음으로 점철돼 있다. 그 원인 제공은 상당수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이 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3월 13일 우려와 기대 속에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활동이 시작됐다. 당시 ▲신문방송 겸영 ▲방송사업에 대한 진입 규제 완화 ▲정보통신망법 ▲IPTV 등 한나라당과 야권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미디어법 쟁점 사안들을 전문가 토론과 공청회, 그리고 여론조사 등을 통해 합의하고 보완하자는 취지의 기구로 출범했다. 한나라당 추천위원 10명, 민주당 추천위원 8명, 선진과창조모임 추천 2명 등 총 20명의 교수와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시작부터 ‘한나라당의 들러리가 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전문가 집단이 모였기 때문에 당파성을 뛰어넘어 합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희망어린 예측도 있었다.

사안마다 대립, 지역공청회 파행
3월 13일 첫 전체회의 시작부터 미디어위원회는 난항을 겪었다. 전체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서다. 대다수 한나라당 추천위원이 공개를 거부했고, 민주당 추천위원들은 공개를 요구했다. 회의 공개 여부 논란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여론조사 실시, 공청회 횟수, 토론 시간 등 위원회 운영 방안을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약칭을 놓고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은 ‘미발위’, 민주당 추천위원들은 ‘미디어국민위원회’를 주장해 평행선을 달리기도 했다. ‘국민’이란 용어를 포함시키느냐 아니냐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민주당 추천 모 위원은 “약칭에서도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면서 “초반부터 미디어위원회의 위상을 폄훼시키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민’자가 빠진 채 ‘미디어위원회’라는 약칭이 만들어졌다.

미디어위원회의 성격을 두고는 ‘논의기구다’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란 논란이 빚어졌다. 3월 20일 두 번째 열린 전체회의에서는 운영소위에 공동위원장이 참여하느냐 마느냐로 공방을 벌였다. 미디어위원회를 두고 생산적 결과를 낳기보다 ‘한나라·민주당의 대리전이 될 것’이란 전망대로 진행된 것이지만 이는 주로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의 불성실한 행태에 따른 것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위원회는 이후 전문가 공청회 3회, 지역 공청회 4회 개최 방안에 합의했다. 이어 인천, 광주, 부산에서 지역공청회를 했고, 대전 공청회를 남겨둔 상태다. 하지만 부산과 광주 지역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나면서 지역공청회 의미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5월 6일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공술인(공청회 등에서 의견을 말하는 사람) 의견 제시가 끝나고, 공청회 참여 지역주민의 질문이 채 마무리되기 전에 김우룡 공동위원장(한나라당 추천위원)이 서둘러 끝내버린 것이다. 또 지역공청회가 해당 지역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이 부산공청회에 초청한 공술인은 전남대, 이화여대, 숭실대 등 부산 외 지역 인사들이어서 뒷말을 낳았다. 광주 공청회는 더 큰 비판을 받았다. ‘공청회가 아니라 쇼였다’는 말도 나왔다. 당시 광주 공청회에 참여한 여당 측 진술인은 김민웅 광주대 명예교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터넷 포털 사이트 피해자로 구성됐다. 지역의 미디어 환경을 들어보고 대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와 전혀 맞지 않았고, 이날 광주 공청회에서 나왔던 이야기도 모두 인터넷 피해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방청인들의 야유가 빗발치자 한나라당 측 진술인 중 한 명은 “듣기 싫으면 나가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해 1주일간 미디어위원회가 활동하지 못한 것을 두고, ‘서거 기간도 위원회 활동 기간으로 산정해 원래 일정대로 마무리해야 한다’ ‘서거 기간에 활동하지 못했으니 일정을 늘려야 한다’ 등의 대립도 있었다. 강창현 공동위원장(민주당 추천위원)은 “미디어위원회 활동 기간이 합의되지 않아서 여야 3당 간사에게 합의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그런데 3당 간사가 합의도 하기 전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이 전체회의 일정을 잡았고, 한나라당 추천위원과 문재완 위원만 참여한 전체회의를 일방적으로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강 공동위원장은 “민주당 추천위원들은 이에 반발해 전체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은 ‘참여하지 않은 것은 민주당 추천위원 책임’이라고 되레 역공했다”고 전했다.

6월 5일 열린 전체회의 후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은 미디어위원회의 실질적인 활동 기간을 6월 15일이라고 확정했으며, 여야 3당 간사가 활동 종료 시한이라고 합의한 6월 25일까지 보고서 작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추천위원들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고, 여야 3당 간사 합의대로 6월 25일까지 충분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추천위원 등은 ▲대전지역 공청회 개최(6월 17일) ▲종합지역공청회 개최(6월 19일) ▲TV토론회 개최 ▲여론조사(수용자 인식조사) 실시 ▲ 워크숍 개최를 요구하면서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을 압박했다.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6월 12일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추천 위원들은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은 “공청회는 1~2번 더 열 수 있지만, 여론조사는 받지 못하겠다”고 받아쳤다고 전해졌다. 6월 15일 오후 4시 다시 전체회의를 연다고 했지만, 양당 추천 위원간의 주장이 합의되기는 어려워보인다.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은 지금까지 위원회 활동을 종합하는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민주당 추천위원들은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국민보고서’ 형식의 결과물을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위원들은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는 등 상대방을 비판하고 있다. 강상현 공동위원장은 “저쪽에서 요지부동으로 자기 주장만 하고, 눈과 귀를 닫고 있는 것이 참으로 딱했다”면서 “이번 미디어위원회 활동을 보면 겉으로는 경제 논리를 다루고 있지만, 이면에는 정치 논리가 있다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추천 변희재 위원은 “전문가가 모여서 전문적인 입법 논의를 하려고 참여했는데, 너무 당파적이었다. 완벽한 개념조차 저쪽에서는 동의해주지 않았다”라며 민주당 측 위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미디어위원회 정당별 추천위원

●한나라당 추천위원 : 김우룡 공동위원장(한국외대 석좌교수), 강길모(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 김영(전 MBC 부산 사장), 변희재(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 윤석홍(단국대 교수), 이헌(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 최선규(명지대 교수), 최홍재(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황근(선문대 교수), 정완(경희대 교수, 이병혜 명지대 교수와 교체)

●민주당 추천위원 : 강상현 공동위원장(연세대 교수), 최영묵(성공회대 교수), 이창현(국민대 교수), 양문석(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과 교체), 강혜란(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최상재(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류성우 언론노조 정책실장과 교체), 박민(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 집행위원장), 김기중(변호사)

●선진과창조모임 추천위원 : 박경신(고려대 교수), 문재완(한국외대 교수)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