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원자력=친환경’ 편향 홍보

‘이산화탄소 감소’ 장점만 부각… ‘방사성 폐기물’ 단점도 알려야

‘저탄소 녹색성장의 동력.’ ‘친환경 에너지.’
이명박 정부가 원자력 에너지를 언급할 때 즐겨 쓰는 수식어다. 2008년에 확정한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12기를 건설하고 총 전력 발전량의 절반까지 원자력 발전을 늘리기로 했다. 원자력 에너지를 녹색성장의 한 축으로 천명한 것이다. 이후 정부는 원자력 홍보 전담기관인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하 원자력재단)을 앞세워 전방위적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나 일부 전문가들은 ‘원자력=친환경’이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원자력재단이 일방적으로 홍보해 왜곡된 인식을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원자력 에너지 정책 역시 ‘그린워시’라는 것이다.

한국 원자력발전의 효시인 고리원자력 발전소 1호기가 가동되고 있는 고리원자력 발전소 전경. |연합뉴스

‘원자력은 친환경에너지’ 전방위 홍보
정부가 지난 2008년 녹색성장 동력의 한 축을 원자력 에너지로 선정한 이후 원자력재단은 언론홍보 및 강연 등을 통해 ‘원자력은 친환경 에너지’라고 줄기차게 홍보했다. 특히 초·중·고교생을 상대로 한 홍보 활동이 늘어났다. 지난 3월 29일에는 ‘원자력이 녹색성장을 이끌어요’라는 원자력 교육용 만화를 전국 5800여 초등학교에 10만부를 기증했다. 특강이나 각종 이벤트 및 올림피아드를 개최했다. 말 그대로 원자력 전방위 홍보에 나선 것이다.

지속된 홍보의 효과는 컸다. 원자력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2009년 원자력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원자력 발전이 저탄소·녹색성장에 걸맞은 친환경 에너지’라는 의견이 74.7%가 나왔다.

그러나 홍보 내용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다양하고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일반적으로 원자력 에너지의 장점만 부각시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 원자력재단의 홍보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친환경 에너지 ▲세계적 원자력 르네상스 도래로 압축할 수 있다.

가장 핵심적으로 홍보되는 내용은 단연 원자력이 ‘녹색성장’의 동력이자 ‘친환경’ 에너지라는 것이다. 원자력은 1kWh 전기를 만드는데 10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석탄(991g)의 10분의 1 수준이며, 태양광(57g)이나 풍력(14g)보다도 탄소 배출이 적다. 원자력재단 관계자는 화석에너지가 유발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환경문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온난화이고,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조절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 에너지야말로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다.” 단순히 탄소발생량이 적다는 점에서 원자력은 녹색성장의 동력이며 친환경 에너지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자력재단의 홍보 내용을 두고 반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은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일부분만 강조해 왜곡된 내용을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국장의 경우 기본적으로 ‘원자력=친환경’이라는 등식은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산화탄소 대신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지난 3월 전국 초등학교에 배포한 원자력 교육용 만화 ‘원자력이 녹색성장을 이끌어요’의 일부분.

방사성 폐기물은 크게 사용 후 연료인 고준위폐기물과 원자력발전소 작업자 의류 등 저준위폐기물로 나뉜다. 현재까지 두 가지 방사성 폐기물을 완전하게 폐기하는 기술이 없다. 우선적으로 별도 처리장을 만들어 격리·보관하는 방법밖에 없다. 방사능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도 저준위폐기물의 경우 수백년이 걸리고 고준위폐기물은 최대 10만년이 넘게 걸린다. 즉 상당히 오랜 시간을 격리·보관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증설해 폐기물량까지 늘어난다면 상당한 환경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방사성 폐기물이 자꾸 쌓여 가는데 이산화탄소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환경 에너지라고 홍보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면서 “장점과 단점 및 현실을 정확하고 동등하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재단 관계자는 시각의 차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온실가스 발생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가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라면서 “단순히 광범위하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지구온난화에 초점을 맞추면 원자력이 가장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원자력 르네상스가 도래했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수는 정체돼 있는 상태”라면서 “2030년까지 430개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국에만 도래한 원자력 르네상스
원자력발전소 수는 세계적으로 정체 상태다. 2001년 444기를 정점으로 매년 조금씩 감소하다가 지난해 435기가 됐다. 정부가 ‘2022년까지 국내에 원자력 발전소 12기를 늘리고 2030년까지 해외에 80기를 수출하겠다’는 홍보 내용의 기초 자료인 WNA의 발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WNA는 원자력 산업계 이익단체로서 객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원자력 발전 건설을 옹호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오로지 한국에만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잘못된 홍보는 궁극적으로 왜곡된 에너지 가치관을 형성해 에너지 낭비가 발생될 소지도 있다. 기본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을 비롯해 화력, 풍력, 수력 등 다양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방적인 홍보로 인해 원자력에 대한 환상만 부풀려 원자력 일변도 전력 수급으로 변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원자력은 한 번에 대량의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수시로 변하는 전력 수요량에 맞춰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헌석 대표는 “원자력 에너지를 마치 친환경적이고 미래성이 풍부한 에너지인 것처럼 홍보하면 현재의 에너지 소비 증가 추세를 막지 못한다”면서 “에너지가 부족한 현실에 대해 우선적으로 인식시키고 다양한 에너지의 수급을 통해 에너지 절약에 대해서도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석빈 인턴기자 zomby0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