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회적 약자 돌봄 서비스는 협동조합으로” 전환 가능

이동진 도봉구청장, 양극화 대안으로 ‘유럽식 협동조합’ 모색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일부 구청장들이 양극화 등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찾고 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 등 기초자치단체장 모임인 목민관클럽이 나섰다.

대안적인 사회·경제적 모델로 목민관클럽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 유럽식 협동조합이다. 이들은 최근 희망제작소와 함께 이탈리아 볼로냐, 프랑스 릴 등 협동조합의 본고장을 방문하고, 협동조합 모델이 우리나라에 적용될 수 있을지 모색해봤다.

최근 유럽에 불어닥친 경제위기 속에서도 협동조합이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협동조합을 주목하고 있다. 유엔은 올해를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국회를 통과한 ‘협동조합기본법’이 연말부터 시행된다. 유럽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이동진 도봉구청장으로부터 과연 협동조합이 우리 현실에 도입될 수 있는지 들어봤다.

유럽식 협동조합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나.
“협동조합이란 시장경제의 틀 속에서 운영되는 기업의 한 형태다. 협동조합의 운영 주체는 투자하는 조합원들이다. 일반 기업은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며, 이윤추구를 최대의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투자액 규모와 관계없이 최고경영자를 투표로 선출하기 때문에 지분이 적은 사람도 경영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경영상에서 일반 기업보다 민주적일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에서는 경영진과 직원 사이의 임금 격차가 심하지 않다. 또 협동조합은 이윤의 대부분을 조합 발전을 위해 축적하며. 투자도 공공부문에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지역주민들에 대한 교육, 불우이웃 지원사업 등이다. 협동조합의 규모는 동네 단위 협동조합부터 중앙 단위 협동조합까지 다양하며, 이들은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이번에 이탈리아 볼로냐 등 7박 9일 동안 유럽의 협동조합에 대해 연수하고 왔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협동조합을 소개해준다면.
“이탈리아 볼로냐에 주택협동조합이 있다. 이 주택협동조합은 세계2차대전 당시 폐허상태에서 노동자들 다섯 명이 모여 집을 지은 것이 출발점이 됐다. 이들은 퇴근한 이후에 모여서 집을 지었다. 돈이 모자라서 부인들은 인형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집 한 채가 지어지면 추첨으로 집주인을 결정하고, 다음 집을 지었다. 현재 볼로냐에만 주택조합이 20여개 있으며. 조합원이 1만1000여명이다. 특히 주택협동조합에서 공급하는 주택은 일반 시장에서 공급하는 주택보다 25~30% 싸다. 조합원이 주택을 받아도 조합을 탈퇴하지 않고 계속 투자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싸질 수밖에 없다. 현재 주택협동조합이 볼로냐 주택의 절반 정도를 공급한다. 유럽의 경우 협동조합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협동조합의 생산액이 지역경제의 40%를 차지한다.”

다른 형태의 협동조합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프랑스 릴에서는 예금투자자협동조합을 봤다. 이 조합은 아이템은 있지만 자본이 없어서 창업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투자한다. 조합원들은 매월 8유로(약 1만8000원)에서 450유로 사이의 조합비를 적립한다. 조합은 창업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을 불러놓고 투자설명회를 가져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를 결정한다. 이들 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생존율도 높다고 한다. 조합에서 경영컨설팅을 5년 동안 해주고, 이들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도 조합원들이 사준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들도 이들 기업에 대한 신용도를 높이 평가한다. 단 투자자조합은 회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으며, 지분의 30%까지만 투자한다.”

협동조합이라는 것이 유럽의 좌파정부와 관계 있는 것 아닌가.
“협동조합은 시장경제의 틀 안에 있지만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정부는 우파정부다. 하지만 프랑스는 협동조합을 사회적 연대 경제라고 부르며 수용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통계청에서는 사회적 연대 경제를 경제 통계의 한 부문으로 인정하고, 매년 통계수치를 발표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처럼 우파정부를 둔 국가에서도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보완재로서 협동조합을 인정했다고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1% 대 99%’ 사회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협동조합을 도입할 필요가 있나.
“협동조합은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공동체 의식이 사라진 지 오래다. 협동조합을 통해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때문에 비록 공동체 의식이 파편화됐지만 지금이라도 협동조합을 점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우선 기초자치단체에서 협동조합의 모델을 만들고, 이런 흐름을 통해 광역시 차원에서 협동조합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유럽식 협동조합 모델을 우리나라에도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부문이 있나.
“유럽의 협동조합은 2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모든 협동조합을 한 번에 우리나라에 도입하기는 무리다. 다만 우리가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예를 들면 어린이, 장애인, 노인,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돌봄서비스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다. 현재 돌봄서비스는 지자체에서 공공복지시설 등 외부에 위탁하는데,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이 이를 담당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 정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할 일이 있다면.
“중앙정부에서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됨에 따라 지원 부처와 부서를 만들어야 하는 등 제도적인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정부에서는 협동조합을 이해시키기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 협동조합에 참여하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일반 주민이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도봉구의 경우 지난 1월부터 협동조합 프로그램을 개설했으며, 80여명의 수강자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강의를 듣고 있다.”

도봉구에 있는 마을기업은 협동조합과는 다른가.
“마을기업 등 사회적 기업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일정 부분 지원하기 때문에 조합원이 투자해서 경영하는 협동조합과는 다르다. 현재 도봉구에는 보건소 내에서 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 배달용 도시락을 제작하는 기업 등 몇 개의 기업이 있다.”

앞으로 도봉구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도봉구는 서울 동북부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특히 도봉구는 K-팝 등 대중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인 ‘아레나’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동역 주변 부지에 ‘아레나’ 공연장을 유치하면, 이 지역의 문화생태계가 바뀔 것이다. 민자로 건설되는 ‘아레나’ 건설과 관련해서는 공연전문가, 여행사 등 전문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