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업종 만들어라. 흡연방. 1시간 1000원에 PC 무료 이용.” 한 누리꾼의 댓글이 화제를 모았다. 6월 9일, ‘PC방 전면 금연 실시에 업주와 흡연자 반발이 거세다’는 포털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6월 8일부터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른 게임업소인 일명 ‘PC방’도 전면 금연구역에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댓글을 캡처한 사진은 “PC방 전면 금연에 따른 발상의 전환” 등의 이름을 달고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 퍼졌다.
뭐가 ‘발상의 전환’이라는 말일까. 위 댓글 내용을 풀면 이렇다. 흡연방에 출입하는 손님은 1시간에 1000원씩 내면 담배를 피울 수 있다. 대신 이 흡연방에는 PC 등 편의시설이 설치되어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조삼모사(朝三暮四) 논리다. 종전 PC방에서는 PC 이용 대가로 일정액을 냈다. 대신 담배를 피운다고 별도의 비용을 내지 않았다. 반대의 논리로 흡연방을 설치해 PC를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PC방 흡연 전면 금지 안내 포스터. | 보건복지부
이 ‘발상의 전환’은 가능할까. PC방 전면 금연 방침을 내놓은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에 물었다. “그냥 하는 소리 아닐까요. 배보다 배꼽이 큰데.” 건강증진과 담당자의 첫 마디.
보건복지부가 관련해 낸 보도자료를 보면 1995년 이후 공중이용시설 금연구역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문제의 PC방은 2003년엔 전 면적의 2분의 1이 금연구역이었다가 이번에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배포하는 안내 포스터를 보면 납득이 안 되는 문구가 있다. “금연구역 확대! 흡연 시 불편하게 하거나, 불이익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흡연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비흡연자의 건강에 해를 주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간접흡연의 피해를 거론하는 뒷문장은 맞다. 그런데 흡연 시 불편하게 하거나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니? 당장 PC방 전면 금연조치에 쏟아지는 불평·불만은 눈에 안 들어오는 걸까. “흡연행위 자체가 국가적으로 보면 바람직한 행위가 아니잖아요. 담배를 피우는 것은 국민건강에 유해하고, 진료비가 많이 들고 사회·경제적으로도 피해를 주는….” 그러니까 당장의 불편함이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막자는 뜻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그런데 ‘흡연방’ 같은 업태를 지정하는 것은 국세청 소관인데 그것은 그쪽에 물어보셔야….”
국세청 관계자에게 물었다. “저도 궁금합니다. 누가 그런 곳을 인·허가를 내준 것인지.” 국세청에서는 국가 승인을 바탕으로 사업자 등록을 해줄 뿐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학원은 교육부에서 허가를 내주면 세무서에서 사업등록을 해주는 식이라는 것. 그렇다면 흡연방의 경우? 관련 국가 시책을 결정하는 부서 승인이 필요하다. 다시 보건복지부가 될 가능성이 많다. 앞의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에 비춰보면 승인 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나름대로 참신한 발상이었지만 ‘흡연방’은 허가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오늘의 결론이 되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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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