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번 여름 네가 읽을 소설을 알려주마

무더위를 잊게할 추리소설 베스트 10선

바야흐로 추리소설의 계절이다. 소름이 오싹 돋는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푹푹 찌는 무더위도 저 멀리 도망간다. 이를 겨냥해 독특한 캐릭터와 사회적 문제의식을 담은 일본 추리소설을 필두로 법과학이나 법의학과 같은 전문지식이 돋보이는 미국의 스릴러, 심리분석에 주력하는 유럽 작품 등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는 일본 추리소설의 열풍이 두드러진다. 최근 몇 년간 한국시장에서 소설분야를 장악하다시피 한 일본소설은 장르와 순문학의 구분이 없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특징이 있다. 추리소설전문사이트 하우미스터리닷컴(howmystery.com) 운영자 윤영천씨는 “일본은 영국, 미국과 더불어 손꼽히는 미스터리 강국으로 한국시장에서는 온다 리쿠, 기리노 나쓰오,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이사카 고타로 등의 신작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고, 영화의 성공으로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도 다시 순위권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추리소설 붐은 계절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독자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랜덤하우스코리아 김진영 팀장은 “수준 높은 요즘 독자들은 단순히 ‘누가 범인인지’에만 관심을 갖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가 그리고 있는 현대사회의 병폐에 대한 고발과 비판을 읽어내고 미묘한 3인간심리까지 꿰뚫어보면서 전문가 뺨치는 수준의 서평들을 관련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추리소설 베스트 10을 소개한다.

핑거 스미스
세라 워터스 지음｜최용준 옮김 열린책들｜1만5000원

영미권에서 이미 선풍적인 인기와 높은 평가를 동시에 얻고 있는 영국의 여류 작가 세라 워터스의 대표소설. 소매치기들 품에서 자란 아이와 뒤바뀐 출생, 유산 상속을 노리는 사기꾼의 모습을 통해 도덕적으로 비쳤던 빅토리아 시대의 어두운 사회상을 흥미롭게 묘사한다. 끝없는 배신과 음모, 복수와 오해 그리고 19세기 영국 소설의 멋들어진 재현과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이 이어진다.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 지음｜권일영 옮김 예담｜1만 원

어렵고 위험이 큰 바티스타 수술을 전담하는 의료팀이 구성된다. 이들은 100%의 성공률로 글로리어스 세븐이라고 불리며 명성을 떨친다. 그러나 세 차례 연속 수술에 실패하고 원인불명의 수술 사고가 반복하자 진실규명을 위해 신경내과의 만년 강사 다구치와 후생노동성의 괴짜 공무원 시라토리가 파견된다. 바티스타 수술팀의 음모와 비밀, 이들에 맞서는 다구치와 시라토리의 엉뚱하고 뻔뻔한 사건해결 과정이 익살스럽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모방범 1, 2, 3
미야베 미유키 지음｜양억관 옮김 문학동네｜1만2000원

일본 최고의 대중작가로 손꼽히는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 상업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문학적 평가에서도 추리소설의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걸작이다. 공원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여자의 한쪽 팔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사상 유례 없는 공개 연속살인사건. 사건의 핵심인물뿐 아니라 피해자의 유족 등 주변인물들의 인간적인 면을 빼놓지 않고 묘사하는 작가의 필치는 이 작품을 단순한 범죄극이 아닌 한 편의 거대한 인간 드라마로 만들어낸다.

가라, 아이야 가라 1, 2
데니스 루헤인 지음｜조영학 옮김｜문학동네｜전 2권 각 8500원

현대 미국의 하드보일드 스릴러를 대표하는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이다. 갑자기 자기 방 안에서 감쪽같이 실종된 여자아이와 실종된 아이의 행방을 찾는 남녀 형사의 숨 막히는 추격전을 담고 있다. 잇따라 터지는 사건과 충격적인 반전, 그리고 등장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웃 1, 2
데니스 루헤인 지음｜조영학 옮김｜문학동네｜전 2권 각 8500원

나오키 상, 쿄카 상, 란포 상,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 등 굵직한 문학상들을 휩쓴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이다. 작가는 평범한 주부들이 잔혹한 범죄에 빠져드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짓눌린 삶, 카드 빚 그리고 살인 등 인생의 벼랑 끝에 선 네 여인의 끝을 알 수 없는 일탈을 통해 현대 사회의 암흑 속 일그러진 인간성과 여성성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살육에 이르는 병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권일영 옮김｜시공사｜ 8500원

아비코 다케마루의 최고작을 넘어 신본격(독자가 작품에 빠져들어 어느 정도 내용에 개입해 직접 추리하며 즐길 수 있는 것) 추리소설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 얼핏 이상 심리를 집요하게 묘사하고 그 수사 과정을 다룬 사이코 스릴러를 연상케 한다. 신체를 훼손하고 모욕하는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 그리고 이 범행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 여인. 마지막으로 연쇄 살인의 피해자가 사랑했던 퇴직 형사. 이 책은 이들의 이야기다. 이 책의 충격적인 결말은 수수께끼와 반전에 집중했던 당시 신본격 작가들이 얼마나 패기가 넘쳤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레이븐 블랙
앤 클리브스 지음｜이주혜 옮김｜영림 카디널｜ 1만 원

고립된 섬 마을, 하얀 눈, 갈까마귀 떼,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통해 독자와 한판 두뇌싸움을 벌인다. 영국 서북단 셰틀랜드 제도의 한 섬 마을에서 한 여학생이 살해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목 졸려 죽은 여학생, 하지만 눈 위엔 누구도 다녀간 흔적은 없다. 의문의 살인사건과 밝혀지는 진실을 통해 한동안 잊혀 있던 퍼즐미스터리의 진수와 예측불허의 반전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어벤져
프레더릭 포사이스 지음｜이창식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1만2000원

보스니아 내전으로 희생당한 미국인 박애주의자 청년의 복수를 위해 어벤져가 등장한다. 어벤져의 복수와 이를 막으려는 오사마 빈 라덴과 CIA의 음모 그리고 밝혀지는 살인범 등 숨 가쁘게 사건이 전개된다. 저널리스트의 경험에 기반한 프레더릭 포사이스만의 충격적인 리얼리티가 눈부신 작품이다. 작가는 어벤져를 통해 독자들에게 국가의 이익을 통해 한 개인의 희생은 묵인될 수 있는 것인가란 여운을 남긴다.

시티즌 빈스
제스 월터 지음｜이선혜 옮김｜영림카디널｜ 1만 원

과거의 실수를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약 당신에게 그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저자 제스 월터는 FBI 증인보호프로그램에 따라 과거의 기록이 삭제된 빈스란 인물을 통해 이에 대해 대답한다. 이 책은 새 삶을 앞두고 갈등하는 빈스와 그에게 찾아오는 인생의 위기 그리고 그만의 슬기로운 해결방법 등을 박진감 있게 전달한다.

살인의 해석
저드 러벤펠드 지음｜박현주 옮김｜비채｜ 1만3000원

작가 러벤펠드는 프로이트가 일생에 단 한 번 미국을 방문한 사실을 바탕으로 기막힌 추리극을 엮어간다.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 융이 벌이는 지적 대결과 범죄, 배신 그리고 한 미녀의 죽음 등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작가는 소설에 나와 있는 프로이트와 융의 대화와 의견이 실제로 알려진 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독자들은 책을 읽는 동안 정신분석학과 추리소설의 절묘한 결합에 저절로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박주연 기자·김익환 인턴기자 j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