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독립’ 슬로건으로 11~19일 서울독립영화제 해외기획전
나인 송즈(위), 남자들이 모르는 은밀한 것들 2(아래 왼쪽), 얼굴 없는 것들.
장르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그해의 독립영화를 아우르고 재조명하는 <서울독립영화제>가 12월 11일 34회 행사를 시작한다. 12월 19일까지 9일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서울 중앙시네마)에서 펼쳐지는 이번 서울독립영화제의 주제는 ‘상상의 휘모리’. 날카로운 시대정신, 실험, 상상력이야말로 독립영화가 지향하는 대표적 가치임에도, 최근 독립영화가 점차 무디고 착하게 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슬로건이다.
헌재 ‘제한상영가’ 등급 위헌 판결
이 같은 영화제 주제에 걸맞게 올해는 특별한 해외 기획전도 마련했다. ‘감각의 독립, 섹스-표현의 자유를 누려라’라는 슬로건 아래 표현 수위가 높아 사실상 국내 상영이 불가능했던 작품을 상영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해외작 8편과 국내작 2편이 무삭제로 관객과 만난다.
김성욱 서울독립영화제 해외 프로그래머는 “검열의 완화로 영화감독들이 섹스를 삶의 일부로 표현할 기회를 얻었지만 실제로는 섹스의 표상이 주류 영화에서 예외로 내몰리면서 그 대부분을 포르노 영화가 독점하는 역현상이 발생했다”면서 “포르노영화에 밀린 영화의 표현성, 그것의 힘을 새롭게 구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이번 기획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에서 섹스는 단순히 노출이나 그를 통한 자극뿐 아니라 시대적으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표현 영역을 넓히는 기능을 해왔다”면서 “성적 표현 영역이 넓어졌고 특히 독립영화는 일반극장 상영에서 자유로운데도 의외로 그런 시도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독려의 차원도 있다”고 전했다.
산딸기 제국, 숏버스, 서비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감각의 독립’을 부르짖는 이번 해외 기획전이 마련된 데는 7월 헌법재판소가 ‘제한상영가’ 등급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다시 한 번 영화에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도 한몫했다. 2005년 멕시코 영화 <천국의 전쟁>이 ‘성기 및 음모 과다 노출 등’을 이유로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자, 이 영화를 수입한 월드시네마는 헌법재판소에 ‘영화진흥법’의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동안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했지만 실제로는 제한상영관이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사실상 이 같은 등급 판정은 상영금지 조치나 마찬가지였다. 헌재 판결에 따라 영등위는 11월 12일 열린 ‘영화 제한상영가 및 비디오 등급 분류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기존의 ‘제한상영가’ 등급을 폐지하고, 19살 미만 청소년이 관람할 수 없는 ‘등급 외 등급’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선보였다.
‘숏버스’ 등 해외작 8편 국내작 2편
내 어머니(위), 역진화론.
이번 서울독립영화제 해외 기획전에서 선보이는 작품 중에는 국내에서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아 상영하지 못했던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숏버스>도 포함돼 있다. 또 섹스, 폭력, 죽음에의 충동, 쾌락, 도덕적 모호성, 어둑한 화면으로 구성된 필립 그랑드리외 감독의 <새로운 삶>, “실제로 섹스를 하지 않은 영화의 섹스신은 속임수”라고 일갈한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나인 송즈>, 필리핀의 하위문화를 엿볼 수 있는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의 <서비스>, 동성애 혁명 없이 성 혁명은 없다고 주장하는 브루스 라 부르스 감독의 <산딸기 제국> 등도 선보인다. 한국 영화로는 김경묵 감독의 2005년작 <얼굴 없는 것들>과 김정구 감독의 2004년작 <역진화론>을 상영한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해당 작품을 추천한 독립영화 출신 감독들과 대화의 시간도 마련된다. 12월 15일 오후 5시에는 인디스페이스(중앙시네마)에서 ‘영화에서 성적 표현의 문제’를 주제로 세미나도 열린다.
한편 이번 독립영화제에서는 해외 기획전에서 소개하는 작품 10편을 포함 모두 85편을 상영한다. 본선 경쟁작은 51편이고, 국내 초청작은 24편이다. 관람료는 일반 5000원, 장애인·경로·청소년 4000원, 인디스페이스와 스폰지하우스 멤버십 회원 3000원이다. 전회 관람권은 3만 원, 티켓 3장(각기 다른 영화)을 한꺼번에 구매할 때는 1만 원이다.
예매 http://movie.yes24.com,
문의 02-362-9513
| 상영작 새로운 삶 (La Vie nouvelle) 나인 송즈 (9 Songs) 숏버스 (Shortbus) 서비스 (Serbis) 내 어머니 (Ma Mere) 산딸기 제국 남자들이 모르는 은밀한 것들 2 노예 (Slave) 얼굴 없는 것들 역진화론-갈아 만든 에덴 |
| 영등위의 ‘등급 외 등급’ 개정안이란 ‘제한상영가’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고, 광고 및 홍보에서도 제약을 받았을 뿐 아니라 비디오나 DVD 또는 다른 매체로 제작할 수 없다. 이와 달리 ‘등급 외 등급’ 영화는 일반 상영관에서도 상영할 수 있고 타 매체 제작도 허용한다. 광고·홍보에서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다만 현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18세 이상)와 등급 외 영화(19세 이상) 사이의 본질적 차이가 모호하다는 모순이 있다. 영화계 일부에서 등급 외 등급 대신 기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부여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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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