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 우체국 경조금 배달서비스 아시나요

새로 나온 우체국 경조카드.

연말이 다가오면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친한 사람의 청첩장이 날아왔다. “두 젊은이가 평생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부디 왕림하셔서 축복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혼식장이 멀리 떨어진 지방이어서 도저히 ‘왕림’할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모르는 척 그냥 넘어가자니 마음이 편치가 않다. 축의금을 보내는 것으로 성의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축의금 봉투를 건넬 인편이 없다. 초청자가 직장 동료라면 문제없지만 학교 동창이거나 고향 친지여서 당장 만날 방도가 없다. 도리없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그 결혼식에 갈 거니? 그럼 내 이름으로 봉투 하나 만들어서 좀 전해 주라”하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내가 축의금을 얼마 내는지 친구에게 노출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다. 나중에 친구 계좌로 축의금 액수만큼 송금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따른다. 한마디로 ‘대략 난감’이다.

이런 때 우체국 경조금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면 안전하고 편리하다. 부담이나 번거로움 없이 경조금을 건넬 수 있다.

경조금 배달서비스는 1969년부터 우체국이 제공해 온 40년 전통의 서비스다. 은행의 온라인 계좌이체 제도가 생겨나기 이전부터 제공해 온 돈 배달 수단이다.

서비스는 배달 형태에 따라 세 가지가 있다. 우편환, 기프트 카드, 현금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은 역시 우편환이다. 과거 학부모들이 객지의 자녀에게 학비나 용돈을 보낼 때 쓰던 전통적인 방식이 경조금 송금에도 쓰이는 것이다. 편지와 함께 봉투에 들어 있는 우편환을 들고 가까운 우체국에 가면 현금으로 바꿔 준다.

우체국 기프트 카드는 2년 전부터 시행되는 방식이다. 보내는 사람이 3만, 5만, 10만, 20만, 30만원권 등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우체국에서 해당 카드를 수취인에게 전해 준다. 우편환이 현금 교환을 위해 우체국에 가야 하는 반면에 기프트 카드는 신용카드처럼 곧바로 사용할 수 있어 한결 편리하다.

경조금을 현금으로 보낼 때도 방법은 같다. 우체국 창구에 가거나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된다. 우체국은 이 신청을 받아 고객이 원하는 주소로 원하는 액수를 현금으로 배달해 준다. 물론 돈만 건네는 것은 아니다. 경사(慶事) 또는 조사(弔事)에 맞는 카드도 함께 배달해 준다. 집배원이 하객 또는 조문객 역할을 대신해 주는 셈이다.

경조사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경사에 더 유용하다. 우체국을 통해 부의(賻儀)를 건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요즘 상가는 거의 병원 장례식장이어서 집배원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면 수취인이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주 집으로 보내면 안전하겠지만 상주의 집 주소는 알려지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결혼식은 청첩장에 집 주소가 적혀 있어 해당 주소로 보내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현대인의 바쁜 일정을 감안하면 이 서비스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 같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용 건수는 연 180만~190만건, 송금 액수는 1000억원 안팎으로 5년째 큰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짚이는 데가 있다. 한 번 이용한 사람이 두 번, 세 번 이용한다는 점이 발견된다. 아는 사람만 알 뿐 모르는 사람은 계속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우체국 홍보가 부족한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인터넷으로 서비스를 신청하려면 얼마 전까지 우체국 계좌가 있어야 했다. 우체국에 계좌를 튼 고객이 아니면 인터넷 신청을 받아주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 장벽이 최근 없어졌다. 우체국 계좌가 없어도 다른 은행 계좌를 이용하면 신청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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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경조금을 보내야 할 일이 있다면 우체국 인터넷 뱅킹(www.epostbank.go.kr)에 접속해 결제 클릭을 하면 된다. 전국 대부분 지역은 신청 이튿날, 도서·벽지는 이틀 뒤 배달해 준다. 최대 30만원까지이며, 수수료는 3500원이다.

<이종탁 경향신문 사회에디터 jt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