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책갈피]당신의 생각을 누가 조종한다면

정보에 대한 인간의 자율권은 확대되며 강화되고 있을까? 내 생각을 스스로 사색하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생각 조종자들(The Filter Bubble)>이 존재한다면?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인터넷 필터는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들여다본다. 실제로 무슨 일을 했는지 살펴보고 추론한다. 예측 엔진들은 끊임없이 당신이 누구인지, 이제 무엇을 하려고 하고 또 할 것인지에 대한 이론을 다듬는다. 이를 통해 각각에 대한 정보의 바다를 만든다. 온라인에서 정보와 아이디어를 맞닥뜨리는 방법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현상, 엘리 프레이저는 이를 ‘필터 버블’이라 부르기로 했다.

<생각 조종자들> 앨리 프레이저 지음·이현숙·이정태 옮김·알키

프레이저는 2008년 미 대선에서 오바마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온라인 정치시민단체 ‘무브온’의 이사장이자 세계 최대의 시민단체 중 하나인 아바즈의 공동창립자다. 일찍이 인터넷의 무한 가능성에 주목했고 인터넷 시민 여론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그가 왜 필터 버블에 주목했을까? 필터 버블은 네티즌을 외톨이로 만든다. 정보의 안개 속에서 헤매게 한다. 필터 버블 내에서는 검색 결과가 얼마나 편향되었는지 아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다. 필터 버블에서는 사람은 그저 떠밀려 갈 뿐 능동적 선택의 과정은 생략된다. 인간은 그저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타율적 존재일 뿐.

어떻게 해야 <생각 조종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내 생각을 내가 만들 수 있을까? 알고리즘 문맹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각하고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 기업들은 어떤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개인정보 사용에 관한 법을 강화하고 개인 정보 통제권을 사용자인 시민에게로 되돌려야 한다.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캐스 R. 선스타인 지음·이정인 옮김· 도서출판 프리뷰

생각의 또다른 위험이 극단주의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Going To Extremes)>. 왜 우리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그토록 못 견뎌 하는가? 우리 사회에 정치적, 문화적 극단주의가 만연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베스트셀러 <넛지>와 <루머>의 저자, 하버드 로스쿨 교수 캐스 R. 선스타인이 극단주의의 배후에 놓인 절름발이 인식의 정체를 파헤쳤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에서는 집단행동, 극단주의를 주제로 많은 실험이 실시되어온 분야가 있는데, 그것은 무작위로 배정된 연방법원 판사들의 성향에 관한 것이다. 공화당 성향이나 민주당 성향의 판사들을 뒤섞어 심리과정에서 집단 극단화 현상이 나타날지를 실험해 보는 것. 인종차별, 성차별, 어퍼머티브액션, 선거자금, 환경보호, 노동문제, 언론자유 등 이념적 주제를 던져보았다.

놀라운 사실은 판사들도 시민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성향을 가진 판사들끼리 함께 판결을 내릴 때 입장이 극단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판사들은 전문가 그룹이고, 법률을 공부한 사람들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히 놀라운 결과다. 판사라면 자기가 속한 집단의 정치적 성향에 이처럼 허약하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가 있었다. 낙태, 사형제도, 국가안보였다. 이들 분야에서 판사들은 각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동료 판사들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건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극단화의 원인, 극단의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결론은 역시 극단주의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였다.

첫 번째는 많은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전통주의다. 전통을 존중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결과를 선택하거나 극단화될 가능성이 아주 낮다.

두 번째는 각 행동의 결과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결과주의(consequentialism)다. 결과주의는 어떤 극단주의 움직임이 가져올 결과를 철저히 분석함으로써 극단주의를 억제하고, 현상유지에 대한 지지도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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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미국 건국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다. 이 원칙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와 관점의 다양성이다. 그래서 ‘공공 광장론’을 제시했다. ‘산성’이 아니라 ‘광장’이다. 발언할 권리가 있고 들을 기회가 있는 곳이다. 인식의 다양성이 극단주의를 막아낸다.

최재천<변호사> cjc4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