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멋집]대전의 입맛을 사로잡은 닭갈비

5.5닭갈비 김보영 대표, 맛도 만점 서비스도 만점 추구

5.5닭갈비 탄방동 본점 김보영 대표.

저녁 7시. 5.5닭갈비(사장 김보영) 탄방동 본점 앞 평상은 닭갈비를 맛보러 온 손님들과 이미 닭갈비로 배를 채우고 커피를 마시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손님들의 끊이지 않는 주문으로 재료가 바닥나 김보영 사장은 채소 등을 준비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평상에 앉아 김 사장을 기다리고 있던 중 기자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손님의 한마디. “닭갈비 맛은 여기가 제일 괜찮더라.”

5.5닭갈비 탄방동 본점 근처에도 춘천닭갈비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식당은 있다. 닭갈비집뿐이랴. 다른 음식점들도 즐비하지만 손님들이 식당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음식점은 이곳밖에 없다.

닭갈비는 오래전부터 막국수와 함께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그런 닭갈비가 전국으로 퍼져나가 이제 춘천닭갈비 전문점이 없는 도시는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닭갈비 맛이야 다 그렇지, 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하지만 새삼 닭갈비 맛을 이야기하는 것엔 이유가 있다.

발품 팔아 개발해낸 양념장의 비법

닭갈비 하면 달착지근하면서도 매콤한 맛을 떠올린다. 5.5닭갈비는 여느 춘천닭갈비와 비슷한 맛을 내는 듯하지만 분명 다른 것이 있다. 닭냄새가 없고, 칼칼하면서도 개운한 뒷맛, 그리고 푸짐함 때문에 한번 맛을 보면 다른 닭갈비를 찾는 일이 없다는 것. 닭갈비 맛이 거기서 거기라는 사람들의 편견을 깬 비결은 바로 양념장. 고춧가루, 마늘즙, 양파즙 등 19가지 신선한 재료를 배합하여 양념장을 만든다. 특히 고추장은 단 한 술도 들어가지 않는 것이 5.5닭갈비만의 특징이다.

5.5닭갈비. 모듬 떡사리와 버섯사리까지 듬뿍 얹어 먹을 수 있다. 5.5닭갈비 탄방동 본점. 평일 저녁에도 손님들로 북적인다.

이 모든 재료는 물론이고 손님을 위한 정성까지 듬뿍 담은 양념장을 매일 손수 만드는 사람은 다름 아닌 김 대표. 그는 매일 새벽 그날 사용할 양만큼의 양념장만 만든다. 양념장의 신선도를 위해서다. 손님들의 입맛을 당기는 양념장을 만들기 위해 김 대표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김 대표는 원래 강원 평창군 진부가 고향인 강원도 사나이. 춘천에서 강원도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그의 인생은 2004년 대전 유성을 방문하면서 180도 바뀐다. 셔터가 내려져 있는 지금의 가게를 보고 난 그는 24년 동안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무작정 대전으로 와 춘천닭갈비 전문점을 차렸다. 처음에는 한 춘천닭갈비 업체의 체인점으로 시작했는데, 대전 사람들의 입맛은 냉정했다고 김 대표는 그 시절을 회상했다. 이렇게는 더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그때부터 6개월 동안 대전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심정으로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을 모조리 찾아다녔다. 대전, 나아가 충청도 사람들의 입맛을 거듭 연구한 결과, 지금의 양념장을 개발했고 양념장이 충청민들의 입에 맛으리란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5.5닭갈비 전문점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내걸고 새롭게 시작한 닭갈비 전문점은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어느새 미식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5.5닭갈비의 성공은 비단 맛 때문만은 아니다. 김 대표는 처음 닭갈비 전문점을 시작하면서 2년은 장사를 하고 그 이후부터는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시작한 5.5닭갈비 전문점. 처음 개업할 당시, 그는 일주일에 한 벌씩 바지를 새로 사야 했단다. 손님들의 신발을 일일이 무릎을 꿇고 정리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면 그 진심을 손님들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한 그는 손님이 부르기 전에 필요한 것을 서비스하자는 생각으로 늘 바삐 움직였고, 그런 김 대표의 모습은 직원들의 모범이 됐다. 직원들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서비스로 손님들을 대했다.

김 대표는 손님들의 직업이나 음식의 취향까지도 기억해뒀다. “전에 오셨을 때 어떤 술을 드셨지요? 그 술로 갖다드릴까요?, 라고 하면 손님들이 무척 좋아하셨어요. 왜 안 그렇겠어요. 나를 알아주고 대접해주는데…. 그래서 단골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라고 전하는 김 대표. ‘상대를 기억하고 그 마음으로 들어가라’는 신념으로 손님들을 대했다는 그의 또 하나의 신념은 ‘손님은 신, 직원은 왕’이다. 김 대표는 “나를 대신해 손님들을 대하는 사람들이 직원들이기 때문에 직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우리 가게엔 가족직원이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처음 개업할 당시 김 대표까지 3명의 직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15명의 직원이 탄방동 본점에서 일하고 있으며, 15명의 직원 중 부부가 셋이고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근무하고 있기도 하다. 가족에게 권할 수 있을 만큼의 직장이란 그야말로 마음 편한 직장이란 얘기가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이곳 직원들은 누가 직원이고 누가 사장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너도 나도 주인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고, 얼굴도 모두 밝다. 손님에게 얼굴을 찡그리면 5만 원씩 벌금을 내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벌금을 낸 직원이 없을 정도로 직원들의 친절도가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가족처럼 마음을 모아 손님들을 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의 닭갈비 맛을 보고 직원들의 친절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국제음식산업박람회 대전시 대표 선정

김 대표와 직원들의 노력으로 대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5.5닭갈비는 이제 대전에 15개, 충청권에 25개 지점을 갖추었다. 각 지점에 양념장을 공급해줄 뿐 아니라 경영컨설팅까지 해주는 김 대표는 “3년 6개월 동안 40개의 체인점을 냈어요. 처음에 5년 안에 100개의 체인점을 내려고 했으니 이제 1년 6개월 남은 거죠. 어떤 사람은 무리가 아니냐고 하지만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더 노력해 목표했던 것을 꼭 이룰 겁니다. 곧 되겠지요”라며 웃는다.

10월 10일 한국음식업중앙회가 주최하는 ‘2007국제음식산업박람회’에 대전시 대표로 선정된 5.5닭갈비 전문점. 그 독특한 맛과 친절한 서비스라면 김 대표의 목표도 금세 이루지 않을까 싶다. “제 이름이 넓은 보에 헤엄칠 영입니다. 더 넓은 세상에서 헤엄쳐 봐야지요.”

<대전·충청·강원본부 |이은미 객원기자 pinkto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