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선적에서 식탁까지 ‘광우병’ 걸러낼 수 있을까

새 검역기준 적용 미국산 파격 가격에 판매 시작
국내 검역으론 30개월 미만 여부 알 수 없어 문제

7월 3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 ‘에이마트’ 수입육 직판장 본점. 33㎡(10평) 남짓한 가게 앞에는 상호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20여 명의 손님이 줄서서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고 있었다. 손님은 대부분 장년·노인층이다.

7월 30일까지 30% 세일한다는 에이마트의 판매 가격은 국거리 650원(100g당, 이하 동일), 윗 등심 900원, 알 등심 2300원. 한우 1등급 같은 부위에 비해 10~30%밖에 안 되는 가격이다.

국립수의검역과학원 관계자는 “지금 시중에 풀리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해 들어온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라면서 “이 쇠고기는 6월 26일부터 발효된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에 맞춰 검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들 “이미 5월에 주문했다”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전체 3%를 무작위 샘플로 뽑아 개봉 검사한다.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검사는 현장검사와 역학·관능조사 그리고 정밀검사의 4단계로 나뉜다. 현장검사는 수의검역과학원 파견 검역관이 컨테이너 야적장에 도착한 컨테이너의 봉인번호를 서류와 맞춰보고, 온도계기판 그래프를 확인해 -18℃가 유지되었는지 확인한다. 서류검사에서 주로 살펴보는 것은 상대국 검역증과 선하증권(bill), 인보이스 제품 설명서 등이다. 역학조사는 주로 서류로 이뤄진다. 추가 협상에서 합의된 QSA(30개월 미만 연령 검증품질체계평가) 프로그램에 따라 검역증에 “QSA 프로그램이 시행되었음”이라는 표시가 있어야 한다. 만약 이런 표시가 없는 경우 해당 로트는 전부 반송된다.

문제는 이 QSA가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박상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민간자율방식은 재협상 요구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면서 “지난 2년간 미국 측 수출건수 중 절반 이상이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해 검역이 중단된 상태인데, 법도 안 지키는 기업이 자율 규제를 지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검역을 통과하면 운송통보 확인서를 끊어준다. 수입 쇠고기는 주로 경인지역에 모여 있는 냉동 창고로 이송한 뒤, 업체의 사장이나 업체를 대리하는 관세사가 수의검역과학원에 ‘검역민원신청’을 한다. 보통 검역관의 관리 아래 냉동업체 소속인 관리수의사가 ‘관능검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우설과 내장(곱창)의 경우 반드시 해동검사를 해야 한다. 여기서 SRM(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 발견되면 해당 로트 전체를 불합격처리하고 미국 정부에 경위 조사를 요청한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논란이 바로 SRM 대상이다. 정부는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머리뼈나 척수는 특정위험물질이 아니어서 수입될 수 있다. 박상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일본은 모든 연령에서 의무적으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유럽은 12개월 이상에서 뇌, 눈, 척수, 머리뼈, 등뼈, 등배신경절 등을 반드시 제거해야 하고, 내장 역시 소장 끝 부분만이 아니라 내장 전체와 장간막 등을 모두 SRM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의 과정을 통과하면 관세청과 수의검역과학원은 수입축산물신고필증, 검역합격증을 발행한다. 수입업자는 냉동 창고 쪽에 보관료를 지급한 뒤 해당 물량을 다시 개인 냉동고로 옮긴 후 중간도매상에 재판매한다.

현재 수입업체의 입장은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진행하겠다”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대부분 이미 5월에 미국에 ‘오더’(주문)를 냈을 것이라는 분위기. 한 수입업체 사장은 “우리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 (가칭) 한국수입육협의회에 소속된 업체 대부분은 고시가 나오기 전에 오더를 다 냈을 겁니다. 그때는 촛불시위가 지금처럼 커질 것이라고 생각을 못 했던 것이죠”라고 말했다.

수입업계는 미국에 오더를 냈다면 대부분 LA갈비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과정에서 새로 허용된 선진회수육(뼈에서 긁어낸 고기)이나 내장(곱창), 혀 등이 관건이다.

ㅋ업체의 지역지사 관계자는 “기업활동은 결국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면서 “남이 안 들여오면 내가 들여와서 돈 벌려고 하는 소규모 업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ㅍ업체 관계자는 “일단 들여오는데 위험이 크고, 특히 유럽에서는 SRM으로 단정짓는 곱창의 경우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말했다. 검역과정도 강화되어 있고 일단 팔려야 가져오는데 팔리겠느냐는 의문이다.

추가 협상 결과 검역 과정은 일견 강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다. 결정적으로 국내 검역으론 30개월 미만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국립수의검역과학원 관계자는 “이미 도축된 상태에서 그 고기가 30개월 미만인지 여부를 감별하는 방법은 전 세계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업체의 자율결의를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자율결의에 기반한 ‘한국을 위한 30개월 미만 연령검증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도 ‘경과기간’에 한정되어 있다. 그 경과기간도 모호하다.

원산지 의무표시제 실효성 의문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와 더불어, 모든 음식점·집단급식소에 확대시행하기로 한 ‘쇠고기 음식점 원산지 관리표시대책’에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농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원산지를 구분해 소비자가 만약 미국산이 먹기 싫다면, 막아주는 것이 정부의 일이고 그래서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산지 의무표시제도 실효성이 의문이다.

수입한 쇠고기가 최종 소비자까지 도달하는 데는 보통 3~4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친다. 메이저 업체가 수입을 하면 ㎏당 100~200원 정도의 마진을 남기고 중간도매상에 넘긴다. 물류비를 포함해 중간도매상은 다시 200~300원을 떼고 개인장사를 하는 사람들, 정육점이나 식당에 고기를 공급한다. 이때까지는 박스째 운반되기 때문에 원산지가 구별된다.

그러나 문제는 최종 단계에서 발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육점이나 식당으로서도 내키지 않겠지만 문제는 싼 고기와 비싼 고기를 섞거나, 싼 고기를 비싼 고기로 속여 팔면 더 이윤이 남길 수 있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단속인력을 400명에서 1000명으로 확대하고 신고포상제를 운영하는 등 시민감시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가 음식점이나 정육점에서 원산지를 속이거나 섞어 파는 것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의 대책이 허술해 보이고 농림식품부 장관의 공언이 공허해 보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