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인터넷 여론에 재갈 물리는 주역들

이 대통령 “인터넷은 독” 발언 이후 김 법무가 전면 수사 지시

지난 6월 25일 광고 압박 운동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적격성 심의가 열린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네티즌이 요즘 수난을 겪고 있다.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벌인 네티즌 25명이 출국금지를 당했고, 인터넷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한나라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의 움직임이 여기저기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의 목소리가 사회의 여론을 좌우하는 모습을 본 당·정·청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잇따라 강경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검찰과 경찰이 먼저 시작했다. 지난 5월 6일 검·경은 광우병 괴담에 대해 형사처벌 방침을 밝혀 논란의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다. 검·경의 정점에 있는 김경한 법무장관은 6월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 경제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OECD 장관회의 개회식 환영사에서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며 인터넷 여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지난 6월 20일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졌던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펼친 네티즌에 대해 전면 수사를 지시했다.

“네티즌 출금, 정치검찰 전락”
김경한 법무장관은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197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구지검, 서울지검, 법무부, 서울지검 검사 등을 지냈고, 1981년 서울지검 공안부 소속 검사 6명 중 한 명이다. 이후 대검 검찰연구관, 법무부 검찰1과장 등을 거쳐 1990년에는 서울지검 공안1부장을 지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법무부 차관을 거쳐 2001년 서울고검 검사장을 지냈다. 통합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김경한 법무장관을 항의 방문했을 때 정치적으로 중립이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검찰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이미 넘어섰다”면서 “PD수첩 프로그램을 수사하고, 네티즌을 출금조치한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정치검찰로 전락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왼쪽_공안통으로 알려진 김경한 법무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인터넷은 독’이라는 발언이 나온 직후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벌인 네티즌에 대해 전면 수사를 지시했다. 오른쪽_어청수 경찰청장은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줄곧 인터넷 여론에 대해 강경대응을 해왔다.

경찰청 역시 이 대통령의 ‘인터넷은 독’이라는 발언이 나오자마자 인터넷 정보전담팀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화답했다. 경찰청은 촛불집회가 시작된 후부터 줄곧 인터넷 여론에 대해 강경대응을 해왔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활동가는 “지금도 경찰청에는 사이버수사대가 있는데, 인터넷 정보전담팀까지 만드는 이유는 경찰에 불리한 정보를 찾아내고 규제하는 것이다”고 평가한다.

경찰청의 수장인 어청수 청장은 촛불집회와 네티즌에 대한 강경 대응 때문에 퇴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어 청장은 경남 진양 출신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했다. 경찰 간부 28기 출신으로 1988년 부산 동래경찰서 경비과장을 시작으로 경찰청 경비2과장, 부산지방경찰청장, 경기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한 후 이명박 정부에서 경찰청장으로 임명됐다. 어 청장은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가 나올 때마다 그 중심에 섰다. 2005년 부산경찰청장으로 일할 때 부산에서 열린 APEC회의 당시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사용해 강경진압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2006년 경기경찰청장으로 근무할 당시 평택미군기지 확장 이전 문제로 대추리 주민이 들고 일어났을 때 주민이 살던 집을 강제 철거하고, 폭력진압을 해서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청와대선 박형준 홍보기획관
청와대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다. 지난 6월 24일 대통령실 조직을 개편하면서 홍보기획관을 신설한 것. 박형준 전 의원이 이끄는 수석급 홍보기획관실 산하 1비서관에는 이동우 한국경제신문 전략기획국장, 홍보2비서관은 이성복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 연설기록비서관은 정용화 한나라당 정책기획위원, 국민소통비서관은 김철균 전 다음 부사장이 선임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박형준 홍보기획관과 김철균 국민소통비서관이다.

왼쪽_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박형준 전 의원은 수석급 홍보기획관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오른쪽_인터넷을 담당하는 국민소통비서관에 임명된 김철균씨는 다음 부사장 출신이다.

박 홍보기획관은 대선 과정에서 후보비서실 대변인과 인수위 기획조정위 간사를 맡는 등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부산 출생으로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부터 2년 동안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한 후 부산경실련 기획위원장, 동아대 사회학과 조교수 등을 역임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으로 입성한다. 박 홍보기획관은 수석비서관에 임명된 후 라디오 방송에서 “인터넷에서 작은 사실의 왜곡이 엄청난 국가적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런 것은 모든 국민에게 손해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대한 자정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지나칠 경우에는 일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해 인터넷 통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을 담당하게 되는 김철균 국민소통비서관은 다음 부사장 출신이다. 현 정부와 가장 껄끄러운 관계인 다음의 관계자를 청와대로 부른 것이다. 지난 6월 27일 청와대 조직개편 후 첫 확대회의에서 김 비서관은 “인터넷은 새로운 미디어로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해왔지만 제대로 된 법·제도적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부정적 영향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면서 인터넷 관련 정책과 제도에 깊숙이 관여할 것이라는 속내를 내비쳤다. 김 비서관은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데이콤 DB개발본부 천리안기획팀 근무를 시작으로 1992년 한국PC통신 고객지원실장, 나우콤 C&C팀장, 하나로드림 포탈사업본부장을 지낸 후 2006년부터 다음 부사장을 맡았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활동가는 “김철균씨를 임명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다음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요즘 인터넷과 언론 관련 이슈 메이커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다. 신 차관이 뉴스메이커가 된 것은 지난 5월 9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부처 대변인회의에서 사용한 ‘부처 대변인회의 참고자료’가 기사화되면서다. 또 지난 7월 4일 기자간담회에서 “KBS 사장 임명권은 물론 해임권도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자 언론노조는 “방송법도 모르는 무식한 신재민씨는 차관 자격이 없다”는 격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신재민 차관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1982년 MBC에 입사했다. 1년 후 한국일보에 들어간 후 사회부장, 정치부장을 거쳐 편집국 부국장을 역임했다.

왼쪽_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의 신재민 차관은 요즘 전면에 나서서 언론 관련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오른쪽_한나라당 김성훈 디지털정당위원장은 한때 ‘사이드카’ 논란을 일으켰던 ‘인터넷 여론 센서티브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2004년 조선일보 편집국 탐사보도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07년 6월 이명박 후보 경선 선거대책위 언론위원회 메시지단 단장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이 후보 캠프에 있는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 참모는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 김인규 전 KBS 이사, 신재민 차관, 이동관 대변인이다. 신 차관의 언론 관련 발언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 인맥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역시 인터넷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인터넷 대책에 가장 앞장서는 인물은 김성훈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한때 ‘사이드 카’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터넷 여론 센서티브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다음 아고라 등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이트의 댓글과 클릭 수, 방문자 등을 뽑아 분석한 뒤 전문가의 검증을 통해 개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민주언론운동연합 이희완 인터넷부장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인터넷 여론을 반영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불리한 여론을 통제하고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위원장은 호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주)mbclotto.com 이사,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새물결유세단 총학생회장 그룹단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는 한나라당에서 2030팀 단장으로 활동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당·정·청의 인터넷 여론 통제를 외곽에서 지원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지난 7월 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다음의 ‘광고 불매운동 게시글’ 80건을 심의해 그중 58건에 대해 ‘해당 정보를 삭제’ 하도록 요구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민언련 이희완 부장은 “방통심의위는 심의기관이자 독립기관인데, 조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방통심의위는 박명진 위원장을 포함해 9명의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대통령이 추천한 인사는 박명진 위원장, 박정호 위원, 박천일 위원이다. 국회의장 몫의 추천위원은 손태규 부위원장, 엄주웅 상임위원, 정종섭 위원이다. 한나라당에서는 김규칠 위원을 추천했고, 민주당에서는 이윤덕 위원과 백미숙 위원을 추천했다. 인적 구성상 민주당의 추천 몫인 엄주웅 상임위원과 이윤덕·백미숙 위원이 표결에서 항상 열세일 수밖에 없다. 7월 1일 표결에서도 6 대 3의 결과가 나왔다.

박명진 위원장은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부터 서울대 신문학과에서 강의한 후 1991년 서울대 신문학과 교수로 임명됐다. 이후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을 지내고, 방송개혁위원, KBS경영평가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이번에 방통심의위 위원장에 선출된 것. DJ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방송 관련 활동을 해왔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그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손태규 부위원장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2001년까지 한국일보에서 편집국 기자로 활동했다. 2003년부터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7년에는 대선 선거방송심의위원을 역임했다.

방통위·방통심의위 외곽 지원

<b>방송통신심의위원</b>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순) 박명진 위원장, 손태규 부위원장, 박정호 위원, 박천일 위원, 정종섭 위원, 김규칠 위원.

방송통신심의위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순) 박명진 위원장, 손태규 부위원장, 박정호 위원, 박천일 위원, 정종섭 위원, 김규칠 위원.

박정호 위원은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 1990년부터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2년 서울시 정보화기획단 단장을 역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천일 위원은 부산 출신으로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부터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7년 방송위원회 연예오락심의위원, 2000년 문화방송 경영자문위원 등의 방송 관련 활동을 했다. 이 대통령의 고려대 인맥인 셈.

김규칠 위원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 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1년 외무고시에 합격, 외무부에 들어간 후 1981년 기획예산과장을 지냈다. 덴마크 경제참사관과 외무부 조약과장 등을 역임한 후 공직에서 물러났다. 1990년부터 2년 동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으로 활동했고 산업기술정보원 원장, 불교방송 사장, 한국방송협회 이사 등을 역임하는 등 경력이 화려하다. 현재는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종섭 위원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 서울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방통심의위에서 유일한 법 관련 전문가로 7월 1일 판결에서 ‘2차 보이콧’을 주장한 위원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 수사를 펼치고 있는 검찰이 네티즌을 출국 금지하면서 든 논리가 바로 ‘2차 보이콧’이었다. 하지만 2차 보이콧 금지는 노사관계법 규정으로 소비자 운동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