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나고야에 펼쳐진 ‘자연의 예지’

2005일본 아이치 박람회를 가다… 한국관 최우수 전시관으로 뽑혀

2005년 일본 국제박람회 ‘아이치(愛知)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아이치현 나고야에 가면 세계와 만날 수 있다. 지난 3월 25일에 개막, 오는 9월 25일까지 열리는 아이치 박람회에 참가한 나라들이 전시관을 통해 자국의 문화와 기술을 뽐내는 것이다.

주최측은 폐막일까지 1500만 명의 관람객이 박람회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 7월 25일 현재 벌써 1200만 명을 돌파했다. 일본은 한국 관람객들의 원활한 참관을 위해 9월말까지 비자를 면제해 주고 있다.

시민들의 ‘참가’와 ‘체험’ 강조

아이치박람회는 ‘자연의 예지’란 슬로건을 내걸고 나가쿠테 전시회장과 세토 전시회장 두 곳에서 열리는데, 곤돌라와 연료전지 버스로 서로 이동이 가능하다.
세계 각국 국가관과 일본의 대기업 파빌리온 존이 자리하고 있는 나가쿠테 전시회장은 5가지 컨셉트로 꾸며져 있다.

첫째는 ‘공중회랑에서 세계인, 지혜, 삶과의 만남’이다. 전체 길이가 2.6㎞에 달하는 공중회랑이 전시회장 위에 설치되어 관람객은 전시회장을 내려다보면서 각국의 전시관이 있는 글로벌 코몬 존이나 일존 존 등을 선택, 내려와서 관람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둘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경이로움에 감동’으로 사랑-지구 광장을 만들어 거대한 영상과 다양한 라이브 이벤트를 제공한다. 전시회장 한 가운데인 센터존에 설치한 글로벌하우스에서는 세계 각지의 보물을 전시하고, 2005인치 세계 최대 스크린을 통해 지구와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냉동 전시된 1만8000년 전의 맘모스가 눈길을 끈다.

셋째는 ‘일본에서 발산하는 환경과 과학의 테크놀로지’로 내세워 지구에 공헌하는 일본의 역할과 자국의 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일본 존에 있는 ‘파빌리온 대지의 탑’은 빛·바람·물이 만들어 내는 퍼포먼스 아트를 관람객에게 제공한다. 누에고치 모양의 대나무케이지로 꾸민 일본관은 에너지 절약을 극대화한 실험장이다. 냉방 전력을 절감하기 위해 벽면을 녹화 처리했고 생분해성 플라스틱 활용 등 건물 전체가 새로운 환경기술의 집대성이다.

넷째는 ‘박람회 사상 최초, 지구시민으로 NGO·NPO가 참가’로 정했다. 국가·국제기구·기업의 참가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연출하고 기획전시하는 NGO 지구촌을 설치, 21세기형 국제박람회의 ‘참가’와 ‘체험’을 강조했다.

마지막 컨셉트는 ‘지금, 여기서 체험 가능한 최신 테크놀로지’이다. 최첨단의 미래를 보여주는 국제박람회답게 무인으로 궤도 위를 달리는 차세대 교통 시스템 IMTS, 연료전지 버스 등 첨단 교통수단을 선보였다. 또한 환경친화적인 신발전소를 운영, 전시회장 내의 식당에서 버려지는 음식쓰레기로 연료를 만들어 일부 전시관에 전력을 공급한다.

나가쿠테 전시회장과 떨어져 있는 세토 전시회장은 자연을 최대한 살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왜 중요한가를 일깨우고 있다.
일본 존에 있는 전시관들과 기업 파빌리온 존에 있는 기업들관은 가장 인기가 높아 토요타관이나 미쓰비시관을 보려면 2~3시간 기다려야 한다. 도요타그룹관은 밝고 풍요로운 미래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로봇 연주단의 환영무대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1인승 미래 컨셉트카인 ‘아이 유닛’이 흥미를 끈다.

벽을 둘둘 말아놓은 듯한 달팽이 형태의 미쓰비시 미래관 IFX극장에서는 “만약 달이 없었다면” 지구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보여주고 있다. JR토카이 리니어관에서는 시속 500㎞의 스피드를 체험할 수 있고, 히타치그룹관에 가면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동물들을 최신 IT기술로 재현한 것을 볼 수 있다. 7개 업체가 공동 출품한 ‘꿈꾸는 산’관은 후지산을 본뜬 지붕이 인상적이다. 이곳에서는 20세기에 인류가 파괴한 지구의 자연환경을 21세기에 어떻게 하면 재생시킬 수 있는지 제안하고 있다.

IT 강국 한국의 첨단 테크놀로지

각 국가관은 대륙별로 6개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한국관은 글로벌 코몬 1존에 있다. 국가관의 기본규격은 18×18ｍ인 1모듈(module)인데, 우리나라 전시관은 5모듈의 규모를 자랑한다. 박람회 참가국 중 5모듈 이상인 나라는 개최국 일본을 제외하고는 한국·미국·중국·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독일 7개국뿐이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관도 일본국민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입장 관람객이 200만 명을 넘었고, 일본 황태자 부부도 다녀갔다고 한다.

한국관은 IT 강국답게 첨단 테크놀로지로 구성되어 있다. 주변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토산품 판매장 같은 전시관과는 차별성을 자랑한다. 관람객인 겐지 오기노(荻野憲司)씨는 “기대 이상으로 한국관은 기술력이 뛰어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및 기업관을 제외한 전 국가관을 대상으로 한 심사에서 금상을 수상, 최우수 국가관에 선정되는 영광을 차지했다, 또 상영중인 3D 입체영화 ‘쓰리 로보’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2005아태지역 디지털 영화 시상식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금상을 획득, 아이치박람회 한국관은 경사가 겹쳤다.

박람회 슬로건인 ‘자연의 예지’에 상응할 수 있도록 한국관의 테마는 ‘생명의 빛’이다. 청(물)·적(불)·황(흙)·흑(숯)·백(종이)의 5개 구역으로 나눠 영상 등을 이용하여 색색의 의미와 관련된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물을 소재로 한 청(靑)구역은 밝고 기운찬 생명을 나타내는데, 워터 스크린에 손을 내밀면 물고기들이 모였다 흩어지면서 자연과 기술의 평화로운 조화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적(赤)구역에서는 최첨단 OLED패널을 이용, 붉은 악마의 열정적 응원과 한국의 정열적 모습 및 역동적인 한국 산업을 표현하고 있다. 도자기 명품으로 꾸민 황(黃)구역은 메모리칩을 이용한 황룡 전시물을 통해 반도체 강국 한국을 보여준다.

수묵화풍의 자연생명과 교감을 체험할 수 있는 흑(黑)구역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설치된 스크린 앞에 사람이 서면 자신의 모습이 숯덩이 형태로 투영되면서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나무(자연)가 되어 생명을 꽃피운다. 여성 관람객인 토모코 마츠모토(松本智子)씨는 “대단히 흥미로웠다”면서 “숯덩이가 수묵화풍으로 나무가 되는 것이 멋있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순결과 이상을 나타내는 백(白)구역은 전통창호와 꽃누름한지로 은은한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한지를 투과해 빛이 흐르는 조명박스는 참가국의 국기를 표현하면서, 한국적 아름다움에 빠지도록 꾸며났다.

조명

그리고 전시관 한편에 보령 머드 체험관과 인삼제품 홍보관을 운영하고, 김치 등 우리의 전통상품을 전시 판매하면서 한국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