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아빠! 저 미국유학 보내주세요

인성교육 받은 고1 룡태의 자신감… 자녀교육 짐 던 하승범씨 가족

“아빠! 저 미국 유학 보내 주세요.”
“뭐라고? 아빠는 그럴 여유가 없단다. 아빠는 조기유학을 보낼 능력이 없단다.”
“그게 아니구요. 미국 가는 비행기삯만 주세요.”
“그래서 어쩌게?”
“저 혼자 미국서 대학에 다닐 자신이 있어요. 저를 믿고 보내주세요!”
“그 녀석 참…”

새해초에 하승범씨(45, SC제일은행 텔레세일팀 팀장)와 그의 아들 룡태(고1 진학예정)의 대화 내용이다. 토요일 가족회의 때 룡태는 아버지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물론 이 제안은 이날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중3이 되면서 룡태는 자신의 인생 계획표를 짜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나면서 이를 구체화했고 결국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결심한 것이다. 먼저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학교에 다니면서 검정고시에 응시해 조기에 고등학교를 마칠 계획이다. 이어 미국 덴버 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해 졸업 후에는 사업을 하고 가능하면 아빠와 함께 공동창업키로 계획을 세웠다.

자기계발 교육 연간 1000만원 투자

룡태가 자신의 또래 친구들보다 ‘어른스럽게’ 인생목표를 구체화하면서 부모에 의지하지 않고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권유로 리더십교육 등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부터다. 인성교육은 한국리더십센터 등 직장인대상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에서 중고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일종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하팀장 가족은 어쩌면 부부 궁합뿐만 아니라 자녀교육의 궁합을 잘 맞추어가면서 화목한 가정을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룡태가 지금까지 리더십교육에 참가한 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룡태가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 한국리더십센터의 ‘학부모 코칭 스쿨’에 부모와 함께 다닌 것이 리더십교육의 시작이었다. 하팀장은 지식을 가르치는 학원에 보내는 대신 리더십을 가르치는 ‘인성 학원’에 보낸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우연하게 시작됐다. 하팀장은 외환위기 때 은행원이던 부인이 직장을 그만두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역시 언제든 추풍낙엽 신세로 전락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팀장은 2002년에 처음 한국리더십센터가 운영하는 자기계발 프로그램에 참가해 연수를 받았다. 이 교육을 받기 위해 회사에는 휴가를 냈다. 이어 ‘윌리엄 석세스 트레이닝’에서 교육을 받는 등 이때부터 연간 1000만 원을 투자해 자기계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연봉을 생각하면 1000만 원은 큰돈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고액을 투자해 교육을 받는 이유에 대해 “돈을 투자해야 그만큼 열심히 자기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본전’ 생각이 들어 억지로라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계발 교육을 받을 때 한 가지 원칙은 반드시 ‘부부 공동’으로 참가한다는 것이다. 처음 거액을 들여 자기계발 프로그램에 연수를 신청하자 아내는 “회사에서 시키지도 않는데 그런 큰돈을 들여 꼭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면서 화를 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아내도 함께 교육을 받는 것이었다. 아내와 상의하지 않고 교육참가를 신청했지만 아내도 ‘돈이 아까워서’ 교육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함께 교육받는 것이 원칙이 되었다. 그는 “아내는 현재 전업주부지만 자기계발 교육을 통해 자신을 더 가꾸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어 아주 적극적으로 참가한다”고 한다. 이 덕분에 부인 김순정씨는 보험사 콜센터에 취직했고 지난해 연말에는 은행에 계약직으로 재입성했다.

부부가 함께 자기계발에 나서면서 차츰 공감대가 생기자 4년 전에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들도 함께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부터는 신학기에 중학생이 되는 딸 소라도 인성교육 강좌에 합류했다.

“아이들에 잔소리 할 필요 없어요”

하팀장은 수년 전부터 자기계발 커뮤니티인 ‘크레벤’의 열성 멤버다. 하팀장은 이곳에서 독서경영 강좌인 ‘패턴리딩’을 이수해 현재 외부에서 패턴리딩 강사로도 활동한다. 또 사내에서도 각종 교육을 도맡고 있다. 이 역시 외환위기 이후부터 시작된 자기계발 덕분이다. 하팀장은 한해 무려 1000만~1500만 원을 자기계발에 투입한다. 하팀장은 “아내와 1남1녀 두 자녀 등 전가족이 참가하는 자기계발 교육 비용은 결코 지출이 아니며,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룡태는 각종 리더십교육을 받아 4년이 된 지금은 웬만한 리더십교육은 다 받았을 정도다. 또한 각종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최연소자 기록은 모두 룡태가 세웠다고 한다. 하팀장은 “조기 리더십교육은 교육적인 효과도 크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가 리더십교육을 받아서인지 자신이 할 일을 알아서 하기 때문에 굳이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또한 룡태는 학교 성적도 항상 상위권을 유지한다. 룡태가 “비행기표만 끊어주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 달라”고 중대발표를 한 것도 리더십교육이 아이에게 이 정도로 자신감을 키워주었기 때문이다.

룡태가 사교육은 영어학원이 전부다. 영어는 미국 유학을 꿈꾸는 룡태가 꼭 필요하다고 졸라서 다닌다고 한다. 매주 주말에 의정부 집에서 강남으로 와 강의를 듣는다. 이때 하팀장도 동행해 함께 영어강의를 듣는다. 영어실력도 키우고 아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라고 한다. 대신 매일 책을 두 권씩 읽으며 독서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전가족이 자기계발과 리더십교육을 받으면서 그는 매년 여름방학 때면 전가족이 지리산 등산에 나선다. 벌써 5번 다녀왔다. 지난 여름방학 때는 딸이 산장에서 자는 것은 재미없으니 텐트를 치고 자자고 했다. 이렇게 2박3일을 다녀오면 아이들은 부쩍 자란다고 그는 말한다.

하팀장 가족은 이제 주말마다 크레벤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게 일과가 되었다. 전가족이 교회에 나가는 것처럼 하팀장네 가족은 리더십교육센터로 ‘주말 나들이’를 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하팀장은 남매와 함께 각종 명사들의 강연회에 빠짐없이 참가한다. 특히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강연회에는 ‘최연소 단골’로 꼽힌다. 지난 16일에는 한비야씨의 강연회에 전가족이 참가해 듣기도 했다. 한씨 강연회에는 두 번째라고 한다. 하팀장은 “처음에는 아이들과 함께 갔지만 요즘은 아이들만 보내기도 한다”면서 “강연도 듣고 작가 사인도 받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된다”고 말한다.

교육

요즘 대부분 직장인은 자기계발이 화두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계발이 필수인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인들이 자기계발에 바빠 오히려 가족간에 불화를 빚기도 한다. 하팀장은 오히려 전가족이 자기계발에 나서면서 더 화합하고 독서하는 가족으로 변모했다. 하팀장은 자기계발뿐만 아니라 가정의 화합을 덤으로 얻었다. 아이들은 리더십 교육을 통해 ‘학원 순례’를 하지 않고서도 자기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최효찬 객원기자 roma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