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리포트]대입수능시험 ‘커닝과의 전쟁’

중국은 지금 바야흐로 대입시즌이다. 6월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 전역에 걸쳐 대입수능시험을 치렀다. 지원자 수는 사상 가장 많은 1010만 명. 실제 고사장에 나온 응시자는 950만 명이었다. 이들은 수능시험 성적을 들고 567만 명에 이르는 07학번 신입생 자리에 도전한다.

중국 대입수능시험 당일, 학부모들이 교문 밖에서 애타는 마음을 달래고 있다.

중국의 올해 수능시험의 특징은 여느 때보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베이징의 경우 전체 고사장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부정행위가 생겼을 경우 증거 확보를 위해서다.

그동안 수능시험이 끝나면 부정행위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해도 3000여 명이 잡혔다. 이들은 적발되면 5년 동안 시험을 치를 수 없는데도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법은 수험생이 초소형 사진기로 문제지를 찍어 보내면 브로커가 외부에서 무전기로 정답을 알려주고, 수험생은 소형 이어폰으로 엿듣는 것이다.

올해는 고사장 입구에 금속 탐지기를 설치해 휴대전화를 비롯해 사진기 등 일체의 전자제품을 고사장에 들고 가지 못하도록 했다. 과목은 중국어(어문), 수학, 외국어시험을 공통과목으로 하고 문과와 이과별로 종합시험을 이틀에 걸쳐 치른다. 총점은 700점.

중국의 수능시험은 31개 성과 직할시, 자치구별로 치른다. 시험 시간과 시험문제가 서로 다르다. 베이징을 비롯해 대다수 지방은 7일과 8일 시험을 치렀지만 일부 지방은 9일과 10일 치렀다. 동일한 시험이 아니니 만큼 중국의 대학은 수석 합격자가 따로 없다. 지방별 문과 수석 합격자들은 주로 베이징대, 이과 수석 합격자들은 칭화대로 진학한다.

중국의 대입 열기는 어느 나라보다 뜨겁다. 일류 초등학교를 나와야 일류 중학교와 고교를 들어갈 수 있고, 일류 고교를 나와야 일류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마다 자녀가 한 명밖에 없어 기대가 대단하다. 집안 배경이 없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칭화대에 진학한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올해는 특히 수능시험 부활 30주년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10년 동안 중국의 대학 문을 닫아야 했던 문화혁명이 끝난 1977년, 당시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수능 부활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10년 동안 대학을 다니지 못하고 농장에서 일하던 젊은이 570만 명이 그해 11월 열린 수능시험을 치렀다. 가장 나이가 많은 수험생은 37세. 가장 어린 수험생은 13세였다. 이들 중 합격의 영광을 안은 사람들이 바로 현재 중국을 이끄는 78학번(1978년에 입학한 학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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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리커창 랴오닝성 당서기는 베이징대 법대 78학번이며, 장이머우 감독은 베이징 영화 아카데미 78학번이다. 지난 30년 동안 수능시험을 치른 대학 졸업생은 총 3600만 명. 이들이 오늘날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의 성과를 일궈낸 역군들이다.

<홍인표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iph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