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리포트]2030세대 “명품 없인 못 살아”

중국 베이징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차이샤오(26). 그녀의 연간 소득은 40만 위안(우리 돈 약 4800만 원)이 넘는다. 취미는 명품 초콜릿을 즐기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인 명품 거리인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베이징 여성들이 쇼핑을 마치고 걸어나오고 있다.

그녀의 단골은 프랑스 초콜릿 전문점 ‘드보브 에 갈레’(Debauve&Gallais).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의 ‘드보브 에 갈레’ 점포는 장쑤성 난징이 유일했다. 그녀는 베이징에서 난징까지 찾아가 금화 모양의 블랙 초콜릿 80ｇ짜리 한 상자를 360 위안(4만3200원)에 샀다.

약제사인 드보브가 1800년 세워 올해로 20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드보브 에 갈레’는 지난해 말 베이징에 진출했다. 그녀는 더 이상 초콜릿을 사러 난징까지 갈 필요가 없게 됐다. 최근에는 베이징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있는 초콜릿 가게를 찾아가 40개들이 ‘엥크로와야블’(볶은 아몬드를 설탕에 버무린 블랙 초콜릿) 한 상자를 2200위안(26만4000원)에 샀다. 그녀는 “‘엥크로와야블’은 나폴레옹이 아주 좋아했던 초콜릿”이라며 “회사 측이 연간 1000상자만 생산하고, 내가 산 블랙 초콜릿은 302번”이라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차이샤오는 “전 세계에서 ‘드보브 에 갈레’ 초콜릿을 먹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초콜릿을 먹으면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다는 데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1㎏짜리 초콜릿을 먹는 데 대도시 봉급 생활자의 평균 월급을 서슴없이 내는 중국의 중산층이 크게 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집과 자동차를 갖고 있으며, 수시로 해외여행을 떠나고 일류 상품과 명품을 즐겨 찾는다. 중국 브랜드 개발 및 전략협회 양칭산 회장은 “중국 전체 인구의 13%인 1억7000만 명이 명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금융기관인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04년 말 현재 세계 제3의 사치품 시장이다. 전 세계 사치품 판매량의 12%를 차지해 일본(전체 41%)과 미국(17%)의 뒤를 잇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5년이 되면 중국은 세계 사치품 판매량의 29%를 차지하면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2의 사치품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드보브 에 갈레’의 베르나르 포생 대표는 중국의 사치품 시장을 아주 밝게 보고 있다. “사회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피라미드 형태의 시장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한 그는 “꼭대기에 있는 사회 주도층은 가장 비싼 물건을 살 여유가 있고, 반면 밑바닥 계층은 주도층의 생활방식을 닮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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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신흥 중산층들은 물건을 살 때 실용성만 따지던 부모 세대와 분명 다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큰 비중을 두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품 포도주나 담배 등에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특히 25~35세가 사치품 소비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 40대가 주축을 이루는 서방 국가보다 연령층이 낮다는 것도 중국의 특징이다. 중국의 빈부격차가 심화하는 한편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신흥 중산층의 움직임에 세계적인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엄청난 시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홍인표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iph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