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인사 중 최근 1년간 TV 브라운관에 가장 많이 등장한 사람이라면 천호선(46) 전 청와대 대변인을 꼽을 수 있다. 대통령을 대신해 기자들에게 청와대 및 정부정책을 브리핑하는 게 그의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6월 25일 ‘개방형 브리핑제’ 방침에 따라 대변인 브리핑을 매일 오후 K-TV에 생중계하면서 천 전 대변인은 국민에게 누구보다 낯익은 인물로 다가섰다. 그를 두고 ‘미중년(美中年)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이라며 열광하는 팬카페까지 등장했다. 참여정부의 입이 되어 마지막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천 전대변인을 만났다. 청와대를 나와 오랜만에 ‘자유인’이 된 덕분인지 그의 표정과 말에는 여유가 넘쳤다.
![[아주 특별한 인터뷰]천호선 “참여정부, 국민과의 소통 성공적이지 못했다”](http://img.khan.co.kr/newsmaker/765/15_a.jpg)
이틀 전 내린 함박눈이 채 녹지 않아 잔설이 도로에 무늬를 새겨놓은 2월 2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성곡미술관 안의 작은 카페에서 바라본 세상은 이른 봄날의 햇살 때문인지 따사롭고 평온했다. 불과 7개월 전 정국을 들쑤신 ‘신정아 게이트’의 기억도 미술관은 잊은 듯하다. 오가는 사람도 드물어 카페 처마 밑에 달린 풍경소리만 침묵하는 공기를 가르며 귓전을 울린다.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은 넉넉한 오후의 햇살을 가득 담고 있는 미술관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한눈에 보기에도 키가 훤칠하다(그의 신장은 181㎝다).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를 따라 2월 25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갔다가 통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인터뷰 하루 전날 저녁에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그는 “어젯밤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라고 말했다.
“신문을 보지 않으니까 마음이 편해요. 참여정부 5년 중 7개월간 청와대를 잠시 떠난 적이 있는데 그땐 마음이 편치 않았거든요. 참여정부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과 책임의식이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이번엔 정권 이양과 함께 청와대를 나온 것이어서 머리도 맑아지고 잠도 한 번도 깨지 않고 8시간이나 깊게 잤어요. 대변인 시절에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새벽 1~2시에 잠자리에 들었거든요.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공식적으로 ‘백수’가 된 그에게 “이제 무엇을 할 것이냐”라고 묻자 그는 “최근까지 바쁘게 지내다 보니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면서 “이제부터 고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변인 시절 아프가니스탄에 피랍된 한국인 심성민씨가 납치단체에 의해 희생된 것이 확인된 후 착잡한 표정으로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들리는 이야기로는 노 전 대통령은 이제 참여정부 출신 인사나 노사모 등 지지자들과 함께 진보 성향의 연구소나 재단을 설립해 지역주의 청산 등 자신의 정치철학과 관련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 한다. 또 백서 발간 등의 저술, 출판 활동에 주력할 것이라는 설도 있다. 이에 대해 천 전 대변인은 “내부에서 구상과 논의가 있었지만 크게 봐서 결정된 바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재단 설립과 우리가 지향해왔던 정치적 가치를 실현할 정책을 가다듬을 연구소 설립, 출판활동의 필요성, 그리고 최근 문을 연 노 대통령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한 수준 높은 정치토론의 장 마련 등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어요. 적극적인 검토 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 경우에는 조금 외곽에서 거들지 않을까 싶어요. 거론된 일들 중 현재로선 어떤 파트에도 상근하며 참여할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어디나 다리 하나씩 걸치고 있겠죠.”
천 전 대변인은 2003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한 후 정무팀장, 참여기획비서관, 국정상황실장, 의전비서관, 홍보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 그는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최측근으로 손꼽혔다(그러나 천 전 대변인은 자신이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측근과 비측근의 경계인’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1년, 당시 노무현 의원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부인 이원희(45)씨를 통해서다. 노 전 대통령은 두 사람의 주례를 섰다. 그리고 얼마 후 영등포에 둥지를 튼 천-이 부부의 신혼집에 찾아와 “함께 일하자”라고 제의하면서 두 사람은 한길을 걷게 됐다. 당시는 천 전 대변인이 강남 학원가에서 강사로 이름을 막 떨치기 시작한 때다.
2006년 12월 잠시 청와대를 떠나 있던 시절 경남 노사모 초청으로 마산에서 특별강연을 하는 모습.
학생운동과 노동운동가로 활동한 전력을 노 전 대통령이 높이 산 것으로 짐작된다. 연세대 사회학과 80학번인 천 전 대변인은 학창시절 핵심 운동권으로 활약했고 4학년 때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 제적됐다. 또 대학 졸업 후에는 당시 금성사 평택공장에 위장취업해 파업을 이끌다 구속돼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1년 2개월 만에 개천절 특사로 출감했다. 그런 그가 강남의 학원강사로 변모한 배경에 대해 그는 “학생운동하는 사람들이 노동자들을 돕거나 고무시킬 수는 있어도 노동운동은 역시 노동자들이 하는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천 전 대변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성실한데다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타입이라는 게 공통된 견해다. 청와대에 들어간 다른 386들에 비해 언론과 관계도 괜찮았다.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언론과 TV 생중계로 공공연하게 가장 많이 싸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며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인성이 좋아서”라고 기자들에게 덕을 돌렸다.
그의 말마따나 그는 카메라 앞에서 기자들과 논쟁을 벌인 일이 잦았다. 특히 참여정부가 추진한 부처별 기자실 폐지와 통합 브리핑룸 설치, 공무원 취재 제한 등으로 압축되는 취재지원선진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거의 전 언론매체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천 전 대변인은 “‘기자실 폐쇄’ ‘탄압’, 이렇게 보도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달라지는 것은 기자실을 통합하는 것이었고 기자들이 공무원을 취재할 때 절차를 지켜서 하자는 게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전부였어요. 물론 그 일을 진행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은 인정하고 반성해요. 하지만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은 기자들은 조금 불편해할 수 있지만 정당한 일이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얘기예요.
그러나 과거에는 정치에 권력이 집중된 반면 지금은 언론도 정치적 의도와 경제적 이해를 갖는 권력집단이 됐어요. 언론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무제한의 자유를 누려서는 안 된다고 보는 이유지요. 언론도 일정한 불편과 절제, 그리고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취재선진화시스템은 취재의 자유를 막는 게 아니라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언론과 취재원, 언론과 정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려 한 시도였다고 자부합니다.”
의전비서관 시절 국무회의 중인 노무현 대통령에 보고하는 천호선 전 대변인.
그러나 참여정부의 이 같은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은 이명박 정부에서 철회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천 전 대변인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2시 30분에 K-TV를 통해 브리핑을 생중계하기 시작한 시기도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으로 정부와 언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때다. 6개월간 지속된 생중계 브리핑은 국민들에게 천 전 대변인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후 천 대변인을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부쩍 증가했다. 인터넷 팬카페까지 생겼다. 그를 가리켜 ‘정계의 심은하’라거나 ‘미(美)중년 완소남’이라며 열광하는 여동생 부대까지 출현했다. 그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주변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됐어요. 저도 가끔 해당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보기도 했고요. 처음엔 낯설고 고맙고 두려웠어요. 두려웠던 이유는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제 이미지가 실제 저와 다르기 때문이죠. 여하튼 덕분에 힘을 얻기도 했어요. 이제는 어떤 형식으로든 그분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대변인 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예민하게 브리핑했던 일은 지난해 7월 말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한국인 인질사건이다. 대변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외신을 통해 탈레반에 전달되면서 피랍된 국민들의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천 전 대변인은 “단어 하나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고 회고했다.
“가장 보람 있었던 브리핑은 지난해 10월 열린 남북정상회담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북한에 가서는 2번밖에 브리핑하지 못했죠. 반면 제일 힘들었던 건 변양균 실장과 이야기를 나눈 다음 기자들에게 브리핑할 때였어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일화는 평양에 세운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표지석과 관련한 브리핑 혼선이다. 지난 2월 14일 천 전 대변인은 “북한에 가져간 표지석에 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두 정상의 이름이 들어 있었는데 김 위원장이 식수 행사에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두 정상의 이름이 들어간 표지석을 설치할 수 없었다”면서 “그런 연유로 김만복 국정원장이 한참 뒤 다시 방북해 노무현 대통령 이름만 넣은 표지석을 설치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천 전 대변인의 해명과 달리 첫 번째 표지석엔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이라고만 표기돼 있던 사실이 이튿날 확인되면서, 뭔가 숨기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천 전 대변인은 “아주 작은 실무적인 착오가 예측가능성이 낮은 북측과 관계에서 빚어진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표지석 문제는 북한에 대한 또는 남북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봐요. 예를 들어 남북정상회담이 애초 일정보다 연기된 것은 정말 북한의 수해가 심각해서였는데, 연기된 직후 모든 신문이 무슨 다른 계산이 있지 않느냐며 음모론적 분석 기사를 많이 내보냈잖아요. 표지석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기념 식수를 한 후 두 정상의 이름을 함께 넣은 표지석을 세우자는 아이디어를 의전비서관실에서 냈는데 그에 대한 응답이 방북 직전인 9월 29일에 온 거예요. 기념 식수까지는 괜찮은데 표지석에는 노 대통령의 이름만 넣자고요.
그래서 부랴부랴 그날 새겨 북에 가지고 올라갔는데 북측은 그 표지석을 평양 어디에 세울지도 선발대에 10월 1일이 돼서야 알려줬고, 막상 그곳에 세우려고 보니 현장 의전 책임자의 눈에도 표지석의 크기가 주변 환경에 비해 너무 컸다고 해요. 그래서 세우지 못하고 일단 철수했다가 이후 다시 제작해 국정원장이 방북해 세운 거예요. 브리핑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은 북한의 특성 때문에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 방북 당일 오전까지도 계속되다 보니까 의전비서관실에서 잠시 착각했기 때문이에요. 실수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남북관계에서 큰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특별한 인터뷰]천호선 “참여정부, 국민과의 소통 성공적이지 못했다”](http://img.khan.co.kr/newsmaker/765/18_a.jpg)
천 전 대변인은 또 “당시 국정원장이 겨우 표지석 하나 세우려 올라갔느냐, 선거를 앞두고 공작을 하기 위한 것 아니었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이도 많았다”면서 “그러나 국정원장 입장에서는 노 대통령이 평양에 나무를 심고 왔는데 표지석 하나도 없으면 평양시민들이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닌 나무인지조차 모를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 방북했던 것”이라고 못박았다.
참여정부는 임기 말 변양균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전군표 전 국세청장 등이 권력형 비리로 잇따라 구속되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측근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공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천 전 대변인은 “감싼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의혹과 여론이 일었다고 해서 그 사람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결론이 이르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 등 어떤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오히려 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인사에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참여정부의 생각이었어요. 단순히 의혹이 있다고 해서 중요한 직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인사조치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죠. 게다가 청와대에는 수사권을 가진 기관이 없어요. 기껏해야 민정에서 당사자를 불러서 조사 수준의 질문은 할 수 있지만 수사 수준으로는 할 수 없죠. 그리고 대개 이런 사안은 경찰이나 검찰이 이미 수사에 들어간 상태예요. 수사가 들어간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나서서 이야기하면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딜레마가 있어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해요.”
그에 따르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인사조치가 늦춰진 것은 다른 이유에서다. 김 전 국정원장의 문제가 북풍에 대한 음모론적 정치공세에서 시작된 일이기 때문에 정치적 공세에 대한 반론 제기와 김 원장의 실무적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을 분리해 처리하기 위해 시간차를 두고 인사조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라크 파병 결정, 한·미 FTA 체결 등 노 전 대통령은 상당수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쓴 일련의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배경과 관련해 말 못할 속사정이라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천 전 대변인은 “한·미 FTA 체결은 능동적 선택이었고, 이라크 파병 결정은 매우 종합적인 고려에 의한 고뇌 어린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라크 파병 결정은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미 동맹관계에 대한 신의를 보여주자는 정치적 선택이었어요. 우리는 그래도 전투병을 파병할 수는 없다고 주장해 미국과 상당히 어려운 협상과정을 거쳐 비전투원 3000명 파병으로 합의를 이끌어냈어요. 당시 네오콘(미국 공화당의 신보수주의자들 또는 그러한 세력을 통틀어 일컬음)을 중심으로 미국 내 분위기는 북한에 대해 굉장히 공격적이었어요. 그때 한·미관계의 신뢰가 깨지면 미국에서 대북강경론이 확대되고 이는 곧 남북관계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파병 결정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현실적인 최선의 선택이었고, 전투병을 파병하지 않고 비전투원을 파병한 것은 정치적 성과라고 자부해요.”
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낮은 지지율로 고민했다. 참여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그는 참여정부의 지지율 추락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참여정부는 긴 안목에서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늘 고민했어요. 그런데 그것이 때로는 단기적으로 볼 땐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사회적 통념과 충돌하거나 다수의 여론을 거스를 때도 있었죠. 그것이 첫 번째 원인이라면 두 번째 이유는 국민들과의 소통이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이것은 우리의 문제일 수도 있고 언론환경의 문제일 수도 있죠. 언론이 정치적인 의도에서 왜곡하거나 해석의 오류 등 통념적 왜곡을 할 때도 있으니까요.”
![[아주 특별한 인터뷰]천호선 “참여정부, 국민과의 소통 성공적이지 못했다”](http://img.khan.co.kr/newsmaker/765/18_b.jpg)
참여정부는 386세대가 주축이 됐고, 일각에서는 이 386이 국정을 망쳤다고까지 말한다. 이에 대해 역시 386인 천 전 대변인은 “참여정부에는 굉장히 많은 관료와 전문가가 있었기 때문에 정책 결정은 그들이 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386세대는 그 이전 세대에 비해 실현하고자 하는 시대정신이 있어요. 그 때문에 관료나 전문가의 정책 결정에 시대가치를 담으려 한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386이 정책을 좌지우지했다는 말은 맞지 않아요. 다만 국정참여가 처음인 탓에 그것을 세련되게 수행해내지 못한 점은 있어요. 386의 국정 참여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여태까지 3김 정치는 고령정치였는데 386의 국정 참여로 인해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폭이 넓어졌고 개방됐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번 18대 총선에 출마 제안을 받았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출마하려면 준비가 필요한데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올 1월 차관급 정무직인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됐는데 총선 준비를 이유로 임명 한 달 만에 일을 그만두는 것은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판단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국회의원이 될 생각은 없지만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체질에 맞아서 한 것이 아니듯이, 할 사람이 없어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거부하지는 않겠다”라고 말했다.
모처럼 얻은 여유와 휴식이어서인지 그는 얼굴빛이 맑고 표정도 밝았다.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그는 인터뷰가 끝난 후 “약간 찬 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진다”며 종로까지 걸어가겠다고 했다. 악수를 하고 저만치 걸어가는 그를 아쉽게 배웅이라도 하듯, 처마 밑 풍경은 바람에 몸을 통째로 맡기며 ‘땡그렁~땡그렁~’ 하며 부지런히 낭랑한 소리를 냈다.
| 천호선 X화일 가족관계 공인노무사인 아내(이원희씨)와 아들 둘(고3과 고1). 과 후배이기도 한 아내는 고려대 경영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노래방 18번 요즘 젊은이들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지만 우리 세대는 부르는 게 가능한 노래를 부른다. 노래방에서 굳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 오면 ‘사랑이 저만치 가네’ ‘해후’를 부른다. 부르기 쉽기 때문이다. 취미 음악감상과 영화감상. 음악은 클래식부터 ‘뽕짝’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다. 영화는 좋아하지만 청와대 근무 시절엔 거의 보지 못했다. 수시로 기자들이 찾는 통에 극장 안에서 휴대전화를 꺼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영화와 공연을 실컷 볼 수 있어서 좋다. 주량 대변인 시절 5부5부 폭탄주(소주 반 잔과 맥주 반 컵을 섞은 폭탄주)를 30잔 이상 깡으로 마셨다. TV 생중계가 계속된 시기는 자제해야 해서 그러지 않았지만 해외 순방길에는 폭탄주를 마셨다. 개인적으로는 폭탄주보다 소주를 좋아한다. 주사 내가 한 번 해보고 싶은 게 주사다. 술 마시고 실수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내가 나랑 결혼한 이유가 내가 술 마시고 실수하지 않는 모습 때문이라고 하더라. 흡연 불규칙하게 피운다. 담배 없으면 못 참는 정도는 아니고 술 마시거나 회의할 때 피운다. 신조 또는 좌우명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방의 처지와 고민을 이해하면서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평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인생에 가장 영향을 끼친 일이나 서적 광주민주화항쟁과 전태일 사건. 이 두 가지가 20~30대에 나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과 기록이다. 고쳐지지 않는 습관 말 빨리 하는 것. 기자들이 받아 적기 힘들다고 한다. 탄핵 정국 때 뭘 하며 지냈나 책 읽으면서 잘 놀았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 접이식 자전거와 DSLR을 구해놨다. 자전거 타고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싶다. 좋아하는 음식과 잘하는 요리 음식은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다. 잘하는 요리는 탕수육. 싫어하는 것은 한정식집에서 한 상에 음식을 한 번에 잔뜩 차려낸 것이다.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의 유형 이기적인 사람이나 권위적인 사람. 이기적인 데다 권위적이기까지 하면 최악이다. |
| ●학력 1980 환일고등학교 졸업 / 1987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경력 (사)지방자치실무연구소 연구원/ 국회의원 보좌관 / 민주개혁정치모임 청년위 부위원장 / 미래정치문화연구회 회장 / 2003.2~2003.8 대통령비서실 국민참여수석실 참여기획비서관 / 2003.5~2003.8 대통령비서실 제도개선팀장 겸임 / 2003.8~2004.2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정무기획비서관 겸 정무팀장 / 2004.2~2005.1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 겸 |
<글·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
![[오늘을 생각한다]](http://img.khan.co.kr/spko/ranking/weekly/140098/20240430104625_14009801.jpg)
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