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연구]청와대 시민 사회비서관 임삼진

전태일 열사 매제로 개혁·보수 넘나들다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에 뜻밖의 인물이 임명됐다. 당초 거론되던 홍진표 전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이 아닌 임삼진 한양대 교통공학과 연구교수가 등장한 것이다. 임 비서관이 내정자로 발표되기 전날까지도 홍 전 사무총장이 유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사무총장과 함께 뉴라이트 진영의 대표 주자로 알려진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23일 “홍 전 사무총장이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비서관 인사를 발표하기 직전인 24일 오후, 홍 전 사무총장 역시 ‘비서관 임명’이라는 민감한 상황을 고려한 탓인지 “뉴 라이트와 관련한 취재라면 다른 사람과 통화해달라”면서 전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때까지 비서관에 임명되는 것으로 알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교통전문가로 MB와 인연
하지만 정작 시민사회비서관에는 ‘임삼진’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나타났다. 그의 경력을 수식하는 표현은 화려하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열사의 매제, 교통전문가, 녹색연합 사무처장, 한양대 교통공학과 연구교수 등등. 임삼진 시민사회비서관은 또 개혁 진영과 보수 진영을 넘나들며 화려한 경력을 수놓았다. 전태일의 막내 여동생인 전태리씨의 남편으로, 그의 처가 집안 대부분이 민주화 운동 또는 노동 진영에서 활동했다. 그 역시 운수노보 편집장을 거친 노동운동가였다. 임 비서관은 또 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8년 청와대 민정비서실에서 근무했다. 녹색연합 사무처장 당시에는 주한미군의 독극물 한강 방류 사건을 밝힌 시민운동가였다. 이 사건으로 미군 측의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2006년에는 이 사건이 흥행작 ‘괴물’의 주요 모티브가 됐다.

녹색연합 사무처장 당시의 활동 내용은 그가 18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만든 ‘다음’의 카페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카페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외협력 특보로 활동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의 정치적 이력은 더욱 현란하다. 2000년 총선 때는 민주당, 2004년 총선 때는 열린우리당의 출마 예상자로 이름을 올렸고, 올해 총선에는 한나라당 서울 강서 갑 지역구에서 구상찬 의원과 경합을 벌여 2배수 공천에까지 들어갔다가 낙천했다. 2002년 서울 시장 선거에는 녹색평화당 후보로 출마해 이명박 당시 후보·김민석 후보와 경쟁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녹색평화당을 탈당, 당시 정몽준 대통령 후보가 이끈 국민통합21의 당무위원이 됐다. 그가 한나라당으로 가게 된 시기는 2004년 7월 이명박 서울 시장이 중앙 차선제 도입과 버스체계 전면 개편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였다. 교통 전문가인 그는 이 시장의 논리를 옹호하면서 서울 시정에 참여했다.

그의 중요한 이력인 녹색연합 사무처장직에 대해 녹색연합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최승국 현 사무처장은 “현재 녹색연합과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면서 “더 이상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외부에서 영입하여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됐다. 당시 임 비서관은 녹색교통운동 사무총장으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었다. 녹색연합의 기존 주축 멤버들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는 말이다. 녹색연합에서는 “식구라기보다 잠깐 와서 일한 정도”로 그를 평가하고 있다. 사무처장 이후에도 녹색연합과 지속적으로 인연을 맺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다고 한다. 그가 물러난 뒤 김제남 전 사무처장이 자리를 이었다. 녹색연합 내부에서는 이미 임 사무처장 당시 녹색연합에서는 임 사무처장이 조직과 내부를 맡고, 김 전 사무처장이 활동을 맡는 이원적인 체계에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조직을 무리 없이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임 사무처장의 대표적인 활동으로 거론되는 미군 부대 독극물 한강 방류 사건 폭로에 대해 녹색연합 내부에서는 “그 당시 사무처장이 임 비서관이었을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독극물 사건 폭로가 순전히 녹색연합의 활동을 통해 이뤄낸 성과라는 것이다.

그는 녹색연합 사무처장에서 녹색평화당 공동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녹색평화당 공동대표였던 박창화 시립 인천전문대 교수(토목학)는 “인천녹색연합 대표였던 내가 임 비서관에게 한국에도 녹색당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자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창당하자마자 임 비서관은 2002년 7월 서울 시장 선거에 녹색평화당 후보로 출마했다. 박 교수는 “당시 본인이 출마 의사를 밝혔고, 지방선거니까 당으로서는 많은 사람이 출마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겼다”고 말했다. 서울 시장 선거에서 떨어진 후 그는 얼마 안 있다가 탈당했다. 박 교수는 “개인 사정으로 그만뒀다”면서 탈당에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매사에 열정적으로 일했고, 일하면서 사심이 거의 없었다”고 그를 평가했다.

미군 독극물 한강방류사건 폭로
임 비서관은 녹색평화당에서 탈당한 후 정몽준 후보 캠프로 이동했다. 임 비서관과 정정길 대통령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두 사람과 정치적 인연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묘한 공통점이 있다.

그는 서울 강서 갑 지역에서 국회의원이 되길 꿈꾸었다. 16대부터 이 지역의 출마 예정자로 이름이 올랐다. 이 지역에서는 임 비서관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는 지역의 한 대형 교회에 다니면서 교회 중심의 지역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올해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두고 그와 경쟁한 구상찬 의원은 “임 비서관이 당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당 기여도는 낮았지만 진보 성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분이란 점에서 시민사회비서관으로서 활동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구 의원은 또 “그가 진보 성향의 단체에 있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전태일의 매제라는 점도 큰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인물연구

하지만 비서관에 임명되자마자, 오래전 그의 진보적 성향은 그의 활동에 도리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민행동운동본부·독립신문·프리존뉴스·뉴데일리 등 150개 자유 진영 시민단체·인터넷 매체는 26일 공동성명을 통해 임 비서관의 임명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임 비서관이 사무처장으로 있던 녹색연합이 국보법 폐지 운동에 참여한 것을 문제삼았다. 그의 ‘화려한 갈 지(之)자 이력’이 앞으로 그의 활동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세간의 뜨거운 관심이 쏠려 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