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원의 눈]야당은 ‘여당 근성’을 버려라

제1야당 민주당이 의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강력한 보이콧 압박과 함께, 광장에서의 국민정치와 연대하는 통로를 찾는 데 있다.

한나라당 일당 독주체제에서 야당은 무엇을 할 것인가. 특히 제1야당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 양당으로 분열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고민은 매우 클 것 같다. 자유선진당 역시 야당으로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자 하지만 결국 한나라당과 통합하지 않겠느냐는 안팎의 시선이 강한 만큼,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야당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미 있는 대안은 민주노동당을 보면 알 수 있다. 진보정당의 아쉬운 분열에도 불구하고, 이어지고 있는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강기갑 효과’에 힘입어 민주노동당은 창당 이래 최고 지지율에 가깝게 선전하고 있다. 쇠고기 정국에서 농민 출신 강기갑 의원은 ‘대의제 민주주의’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너지 효과를 가장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한국의 제도정치에서 ‘과소대표’되고 있는 ‘농민’들을 적극적으로 대변해왔을 뿐 아니라 쇠고기 정국에서 더 넓은 범주의 국민검역주권의 문제와 결합시킴으로써 전 국민적인 지지를 확고히 했다.

민심과 민의는 광장과 지역에 있지 여의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여의도는 광장의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정치계급의 자기 이익을 보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 국민이 강기갑 의원을 신뢰하는 것은 그가 바로 이 사실을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진보신당의 심상정·노회찬 두 대표도 마찬가지다. 노회찬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아쉽게 석패했지만 오히려 그 아쉬운 석패에서 국민들은 큰 정치인으로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한·미 FTA 문제를 포함하여 의정활동 기간 내내 진보경제통으로서 역량을 뚜렷하게 보여준 심상정 대표 역시 가능성이 큰 정치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심 대표가 지역구에서 ‘풀뿌리 정치’를 얼마나 견고하게 안착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에는 사실 시간이 별로 없다. 내년 봄이 되면 정국은 ‘정권심판’을 이슈로 한 지방선거 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남은 6개월 안에 헤게모니를 장악하지 못하면, 비등하는 개헌론 때문에라도 5년의 임기를 채우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니 마치 5공 당시의 ‘언론 진압’을 연상시키듯 방송과 포털을 상대로 무리한 ‘악수’를 거듭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이상 한나라당 역시 지금과 같은 정부 추종 자세를 버리지 않는다면, 지방선거에서 정부와 한나라당 공히 싸늘한 ‘민의의 심판’에 직면할 확률이 높다. ‘이명박 학습 효과’ 때문에 국민들은 광장에서 ‘촛불정치’를 계속하겠지만, 이와 동시에 ‘기표소 민주주의’를 방관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의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강력한 보이콧 압박과 함께 광장에서의 국민정치와 연대하는 통로를 찾는 데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 10년의 ‘여당 근성’을 환골탈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인물도 없고 정책도 없다는 세간의 비판에 민주당은 예리한 답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명원의 눈

이명박 정권에서 야당들이 할 일은 오히려 많다.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은 지금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국민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문학평론가·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