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성공 키워드]‘리얼리티’로 승부하는 김명민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시작으로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까지 김명민은 연기력에서 시청자를 배반한 적이 없다. 사진은 <베토벤 바이러스>의 한 장면. | MBC제공

모 작가가 고백하기를, “두려움의 오메가까지 가야 겸손한 글 한 줄이 나온다”고 했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인간 사이의 갈등을 경험하고, 바닥까지 땅을 짚고 난 처절함을 거치면 한층 더 자연스럽게 삶의 리얼리티가 묻어나는 법이라는데. 연기를 ‘연기’하듯 하지 않고, 제 삶인 듯 자연스럽게 보여줄 줄 아는 배우, 연기자 중 ‘리얼리티’가 가장 짙은 사람을 꼽으라면 고두심, 김혜옥 등 몇몇 중견 배우와 함께 망설임 없이 김명민을 선택할 것이다.

김명민을 처음 발견한 것은 KBS <꽃보다 아름다워>에서다. 당시 얼핏 배용준을 닮은 것도 같고, 자로 잰 듯 반듯반듯하게 생긴 외모가 ‘아 저런 연기자도 있었구나’ 하고 눈여겨본 정도였다. 이후 <불멸의 이순신>에서 앙다문 입술로 카리스마 있는 수장 역을 표현할 때, 드라마를 연기자 하나 때문에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연기자
가만히 서 있는 자체로도 무언의 대사를 전달할 수 있다니. 드라마는 뭐니뭐니해도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야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극적인 공감을 가장 잘 유도하는 배우답게 이후 한 번도 김명민은 연기력에서 시청자를 배반한 적이 없었다. 특히 MBC <하얀거탑>에서 외과의사를 연기하는 그를 보며 가슴 먹먹할 정도로 소름끼치는 연기력에 찬사를 보냈더랬다. 드라마를 거듭할수록 ‘김명민’은 이름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되기 시작했고 누리꾼은 명품 연기, 연기 ‘본좌’란 이름을 붙이며 그를 지지했다. 그리고 또 한 번 ‘강마에’로 김명민 바이러스를 퍼트렸던 그는 분명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나는 연기자’였다.

보통 작가가 하나를 적어주면 반만 연기하는 사람이 있고, 하나에서 그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나를 더 보태어 둘을 연기하는 사람이 있다. 김명민은 마지막 경우라고 한다. 그가 연기를 위해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는 스타일임은 많은 이에게 이미 알려진 사실. 연기자로 얼굴이 알려지고 나서도 택시 운전을 한 달 동안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단지 ‘연기’ 때문에 스스로 한 달 동안 실제 ‘택시기사’의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라고. 강마에로 ‘천박하고, 똥덩어리’ 같은 어휘를 맛깔스럽게 자조하던 그는 ‘지휘자’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지휘를 했을까.

톱스타 성공 키워드

21세기에도 어김없이 흥행 최고 요소인 불륜과 출생스토리, 통속적 요소들이 짬뽕을 이뤄 ‘어떻게 하면 더 자극할 수 있을까’라고 고심하는 듯한 말도 안 되는 드라마들 사이에서 김명민의 행로는 연기자로서 그의 고민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여주고 싶은 연기’ ‘이해되는 캐릭터’를 확실하게 캐릭터로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장동건과 정우성이 신화가 되는 외모의 시대에 능력 하나만으로 돋보이는 김명민. 감탄할 정도의 연기 줄타기에서 언제 그가 삐끗할지 모를 일이요, 카리스마 그 이상의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때 그 실망감은 배가 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김명민에 대한 지나친 극찬이 아깝지 않다. 뭐, 캐릭터를 벗어난 김명민 개인의 모습에는 관심이 없지만!

남미영<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