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新 인맥]MB정부의 인재풀 국민경제자문회의

윤증현·한덕수·이석채 등 요직 진출

한덕수 주미대사 내정자(오른쪽 네 번째) 등 국민경제자문위원이 2008년 10월 20일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우철훈 기자>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이명박 정부의 인재풀(pool)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최근에만 국민경제자문위원 중 4명이 장관, 대사, 공기업 사장, 대학총장으로 발탁됐다. 대표적으로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이 기획재정부 장관에 발탁됐으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주미대사로 내정됐다. 또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통신업체인 KT 사장에 임명됐고, 이효수 영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말 영남대 총장에 선출됐다.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 참석
이같이 국민경제자문위원들이 이명박 정부의 요직으로 발탁되는 이유는 이들이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조언하는 것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높이 평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민경제자문위원들의 위상이 강화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성향도 반영됐다.

이를 반영하듯 국민경제자문위원들은 올해 출범한 이명박 대통령 주재의 비상경제대책회의에 2~4명씩 참석한다. 김기환 서울파이낸스포럼 회장,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박우규 SK경제연구소장 등이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주로 참석한다. 공공분야에서 대졸초임을 줄이자는 아이디어도 국민경제자문위원들에게서 나왔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헌법과 국민경제자문회의법상 기구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 및 주요 정책방향 수립에 관한 자문을 담당한다. 국민경제자문회의에는 의장인 이명박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령실장,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등과 이명박 정부 들어 위촉된 국민경제자문위원이 참석한다. 이명박 정부 제1기 자문위원은 모두 27명으로 부의장은 김기환 서울파이낸스포럼 회장이 맡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자문위원은 김홍경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윤경희 ABN 암로증권 회장 등 기업인과 금융계 출신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 전직 경제 관료도 다수 포함돼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국민경제자문위원 명단에 서민층을 대변하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대표 등이 전혀 포함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윤 장관은 대통령직 인수위 거쳐
이중 강만수 전 장관에 이어 이명박 정부의 경제 부문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특히 눈에 띈다. 윤 장관은 2007년 대선 당시 금융위원장으로서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던 BBK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없다”며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이명박 당선자는 그를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불러들였다. 윤 장관은 행시 10회로 공직에 입문해 정부의 금융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경제관료다.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으로 일할 당시인 1997년에는 외환위기 발생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 세무대학장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로 근무했다. 하지만 2004년 8월 금융위원장으로 복귀해 역대 위원장 가운데 처음으로 임기 3년을 채웠다.

위 왼쪽부터 윤증현 장관, 한덕수 내정자, 이석채 사장, 이효수 총장, 김기환 회장, 박양호 원장, 박태호 원장, 신상민 사장, 이만우 교수, 이성용 대표, 정지택 부회장

한덕수 주미대사 내정자는 3월 현지 부임을 앞두고 한·미관계와 관련한 주요 현안에 대해 ‘열공’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 전 총리를 주미대사로 내정한 것은 그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상징적 존재였기 때문이다. 특히 한 내정자 카드는 한·미 FTA에 비판적인 버락 오바마 정권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 한 내정자는 행시 8회 출신으로 옛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1982년 상공부 미주통상과장으로 옮긴 뒤 상공부와 통상산업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에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청와대 정책기획경제수석,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국민경제자문위원인 이석채 KT 사장은 요즘 정보통신(IT) 업계에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는 취임하자마자 KT와 KTF를 전격 합병시켜 SKT 등 경쟁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현 정부의 실세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이 사장의 취임식에 축사를 전달하는 등 그에게는 버팀목도 든든하다. 경북 성주 출신인 이 사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상대를 거쳐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획득했다. 1969년 공직에 입문한 그는 대통령 경제비서관, 농림수산부 차관, 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거쳤다.

이효수 교수 영남대 총장에 선출

이효수 영남대 총장은 지난해 말 영남대 제13대 총장에 선출됐다. 올 2월부터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 총장은 모교인 영남대에서 상경대학 경제금융학부 교수로 활약해왔다. 그는 대구상업고와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융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김기환 서울파이낸스포럼 회장이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투자자문회사인 골드만삭스의 국제고문으로 재직하다가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KDI로 옮겨 연구자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서울파이낸스포럼은 이 후보를 초청해 이 후보의 경제·금융관을 듣는 등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08년 2월 11일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서울파이낸셜포럼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김기환 회장은 미국 UC버클리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으며, 일본 도쿄대 등에서 13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상공부 차관, 남북경제회담 수석대표, 세종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김 회장은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분과별로 매월 회의를 한다”면서 “회의 결과는 이명박 대통령에 직접 보고하기도 하고, 서면 보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지난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경기 안양 동안 갑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민주당 이석현 의원에 무릎을 꿇었다. 강원 강릉 출신인 최 전 장관은 서울 경복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87년 경제기획원 농림수산담당관을 시작으로 주로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원에서 근무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는 건설교통부 차관과 장관을 지내는 등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

대한민국 新 인맥

현재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부동산, 일자리 창출 등 5개 분과가 있으며, 분과별로 간사를 두고 있다. 다만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기구 축소 일환으로 집행부서인 사무처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일부 국민경제자문위원는 사무처 부활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총괄간사는 윤덕룡 KIEP선임연구위원이 맡고 있다. 박원암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사무국이 없는 상태라서 회의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위원들 스스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