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OI의 여론스코프]‘대화를 통한 설득’

◐김대중 전 대통령 평가 추이

지지도는 언론과 국민이 대통령을 평가하는 잣대로 기능하지만 언제나 옳은 것만이 아니다. 늘 지적되듯 여론은 변덕을 보이기도 하고 사안의 내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않고 판단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지도가 휘청거릴 때 대통령은 국정의 동력을 상실하게 되면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단임제라는 한국 대통령제의 특성상 대통령 지지도가 흔들리게 되면 그때부터 권력 누수가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부터 레임덕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대통령의 지지도는 무시하지 못하는 요소가 된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지지도는 늘 관심의 대상이 된다.

지지도 하락 문제는 대통령이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에 대해 여론이 반대할 때 발생한다. 대통령이 여론을 무시하고 강행할 경우 이는 지지도에 타격을 주게 되고, 국민들의 불만을 야기한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여기는 정책을 현재 여론의 반대가 있다고 해서 포기하는 것도 용기있는 지도자의 모습은 아니다.

이런 딜레마는 민주국가의 대통령이라면 누구나 갖는 것이다. 이런 난관에 대처하는 지혜를 보인 대통령을 꼽으라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지지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론의 반대가 있을 때 외면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필요한 정책을 아예 포기하지도 않았다.

여론을 외면하지 않은 민주적인 지도자
그가 선택한 것은 ‘대화를 통한 설득’이라는 무기였다. 김 전 대통령은 지지도가 추락할 것 같은 국면이면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국민과의 대화는 이벤트성이라는 일부의 지적이 있었음에도 김 전 대통령의 지지도를 일정 수준에서 유지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러한 국민과의 대화는 민심이 극도로 이반되지 않도록 했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의 임기 내 지지도를 보면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임기 초에서 임기 말로 갈수록 계단형으로 지지도가 하락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지만 임기 말 지지도가 40%에 가까웠다는 것은 김 전 대통령의 지지도 관리가 매우 세심했고, 이것이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국민들은 대통령과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대해 찬반 입장을 밝힌다. 찬반 입장에 설 때 모든 국민이 단지 그 정책의 내용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때 국민들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게 바로 ‘대통령의 자세’다.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려고 했는지 등 이런 과정이 국민들의 마음에 다가갈 때는 많은 경우 반대의 마음이 있더라도 찬성으로 돌아서거나, 입장을 유보하거나, 반대의 강도를 누그러뜨린다.

사실 김 전 대통령의 ‘대화를 통한 설득’이 ‘국민과의 대화’에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당시 IMF 극복을 위해 단행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해 분노하고 있던 노동계와도 김 전 대통령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 통로는 노사정위원회였다. 일각에서는 빅딜과 대량해고 등으로 인해 김 전 대통령이 신자유주의의 화신이 됐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끝까지 노동계, 재계와 대화를 이어가고자 했다.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김 전 대통령은 당시 한광옥, 김원기 등 유력 정치인들을 위원장 자리에 앉히기도 했다.

햇볕정책도 사실 ‘대화를 통한 설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권이 두 번 바뀌었지만 우리 국민들은 햇볕정책에 대해 50% 이상이 여전히 공감을 하고 있다.(KSOI, 2009.8.10)

KSOI의 여론스코프

여론을 외면하지 않았으며 끊임없이 대화하고자 했던 민주적인 지도자, 의견이 다르면 대화를 통해 설득하고자 했던 용기있는 지도자인 그가 8월 18일 서거했다. 하늘에 가선 대한민국을 위해 통일이 속히 오게 해달라고 하느님을 설득하지 않을까 한다.

<윤희웅 | KSOI 정치·사회조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