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고속도로 중앙분리대의 비밀?

출처=DC인사이드

“설마 저게 진짜일까요?” 한 고속도로 건설 현장 사진이 누리꾼의 관심을 모았다. ‘우리가 몰랐던 고속도로의 비밀’ 등의 이름으로 돌아다니는 사진이다.

정황상 포크레인이 트럭에 실린 콘크리트를 삽으로 떠서 특수차량에 넣으면 이 특수차량에선 중앙분리대가 쭉 뽑아져 나온다. 가래떡처럼 중앙분리대가 만들어진다고 ‘가래떡 중앙분리대’라는 별명도 붙어 있다. “저렇게 만드는 줄 몰랐다. 충격이다”는 반응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끈질기게 의혹을 제기하는 누리꾼도 있다. 합성이라든가 중앙분리대를 만드는 게 아니라 부수는 사진이라는 등의 주장이다.

관용어가 된 듯한 느낌이지만 ‘충격적 진실’이라는 제목의 사진 시리즈는 주기적으로 인터넷에 올라온다. 이를테면 ‘파인애플 나무’다. 파인애플이 어떻게 열리고, 어떻게 수확되는지 혹시 아시는지. 야자수처럼 헌칠하게 자란 나무 끝에 주렁주렁 파인애플이 달리고, 웃통을 벗어젖힌 원주민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칼의 일종인 만도로 잘라 아래에 던지는 등 이런 생각을 했다면 사진으로 공개된 파인애플 나무의 ‘실상’은 확실히 충격이다. 다 자란 대파 정도 크기의 작달만한 나무에 마치 큰바위 얼굴처럼 하나씩 파인애플이 열려 있는 풍경이다. 당연히 합성 이야기가 나온다. ‘개새…’라고 해서 새의 몸통에 개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도 그럴 듯하게 돌아다니는 세상이니까.

합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태국에 신혼여행을 갔을 때 봤다. 진짜 파인애플은 저렇게 열린다”는 설명을 들어도 쉽게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는다.

‘호두의 실체’는 뭘까. 막연하게 말라비틀어진 나무에 호두가 열려 있는 상상을 한다면 역시 ‘땡’이다. 나무에 열리는 과육이 있는데 이 과실을 으깨면 나오는 것이 호두다. 즉 호두는 일종의 ‘씨’인 셈이다. 마트의 과일코너나 과일가게에서밖에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바나나도 보랏빛의 아주 거대한 꽃이 핀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마찬가지로 ‘두릅’은 쑥같이 땅에서 나는 풀이 아니라 나무 끝에 자라는 순이다. 어쩌다 보니 주로 과일이나 채소만 거론했지만 몇 개월 전부턴 이 ‘충격적 진실’ 리스트의 끝에 저 가래떡 중앙분리대 사진도 함께 올라온다.

‘가래떡 중앙분리대’ 사진의 진실은 뭘까. 사진을 추적한 결과 이 사진이 찍힌 것은 올해 6월경. DC인사이드의 기타음식갤러리에 한 사용자가 자전거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며 ‘맛집원정기’를 남겼다. 거기에 보너스처럼 덧붙여진 사진이다.

언더그라운드 넷

사진의 사실 여부를 한국도로공사에 문의했다. 한국도로공사 홍보팀 배강민 대리에 따르면 사진 속 특수기계차량의 이름은 ‘다이크(dike) 타설기계’다. 다이크가 뚝이나 제방 등을 뜻하니 뻔한 이름인 것은 조금 실망이긴 하다. 보통 도로공사로부터 수주 받은 시공사가 해당 차량을 운행한다. 배 대리는 “이전에는 거푸집을 만들어 일반 콘크리트를 담아 굳히는 형태가 많았지만 지금은 일부 예외 구간을 제외하고 저런 식으로 만드는 것이 보편화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공법’이 사용된 게 벌써 10여 년이 됐다는 것이다. 기존 공법보다 신속하기도 하고 실제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도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 어찌됐든 알면 알수록 세상은 요지경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