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눈]지지부진한 민주당을 위한 고언

요사이 TV를 보면 보더콜리 종류의 강아지가 뼈다귀를 물고 가다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역시 물에 비친 뼈다귀가 탐나 물고 있는 뼈다귀를 놓치는 내용의 광고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광고를 보면 자꾸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생각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어젠더(의제) 선점은 고사하고 여당이 던지는 어젠더를 물기에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미디어법을 들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정치권의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미디어법 문제는 사실 야당 입장에서는 여당을 공격하기 아주 좋은 재료였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이 4대강 문제와 세종시 문제를 던지니 곧바로 그 이슈에 매몰되기 시작했다. 이제 민주당에서 미디어법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경우를 거의 찾을 수 없다. 청와대와 여당이 개헌 문제를 제기하면 금방 세종시 문제를 놓을 것이라는 예측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민주당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질 않는다. 여당과 청와대가 던진 어젠더조차 잘 대처하지 못한다. 미디어법 문제도 그렇고, 세종시 문제도 그렇다. 미디어법의 경우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주연이었고, 세종시 문제를 논할 때도 야당은 없고 박 전 대표만 있을 뿐이다. 물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소수 야당의 한계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야당의 역할 공간을 좁히려는 청와대나 여당을 탓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언론 환경도 문제라고 말할 것이다. 분명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도 야당은 스스로 역할 공간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도 그렇게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몸이 말을 잘 듣지 않을 텐데 그 이유는 정체성이 지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취약한 정체성마저 흔들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친서민 중도정책으로 그동안 자신들이 주장한 정책을 청와대에 뺏기고, 이제는 대북 정책의 우위마저 빼앗길 판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자꾸 과거 지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예를 들어 민주당은 민주대 반민주의 구도로 접근하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일반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제 민주당은 남 탓은 그만하고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먼저 민주당은 초조함과 욕심을 버려야 한다. 초조함은 답보 상태에 있는 낮은 지지율에서 비롯되지만 초조해 한다고 해서 상황이 갑자기 반전되지는 않는다. 초조함을 버리고 욕심을 버리면 야당의 역할이 좀 더 잘 보일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체성을 찾는 일일 것이다. 정체성은 선명성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정체성을 찾기 위한 첫걸음은 인적 쇄신과 그에 기반한 새로운 이미지 창출에서 비롯돼야 한다. 이런 이미지는 단순히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들의 다양하고 발랄한 사고를 당에 반영하는 수단이다. 그 다음 단계는 과거 집권 시절을 떠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10년 동안의 집권 경험은 민주당에 장점도 주었지만 단점도 주었다. 국가 운영에 대한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이 장점라면 몸집이 둔해졌다는 점은 단점이다. 몸집이 둔해지면 의제 접근의 민첩성이 떨어진다. 민첩성이 떨어지면 의제에 접근할 때 상당히 복잡한 논리를 사용한다. 그러나 국민들을 위해서는 간단명료한 접근이 필요하다. 간단명료한 명제만이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제를 단순화하고 압축시키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야당의 존재는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에 대해 비판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시 과거의 시대에 갇히기 싫기 때문이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