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시죠. 그 이야기는 그만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4월 14일 국회. 답변하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얼굴은 다소 불쾌한 기색이었다. “누리꾼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있느냐”는 서갑원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 코너에서 두 차례에서 걸쳐 다룬 ‘회피연아’ 동영상 GIF파일과 관련해 오간 문답이다. “고소가 누리꾼 교육용이었다”는 유 장관 발언의 ‘교육적 의도’는 적어도 해당 소식을 전한 뉴스 댓글들만 볼 때는 별로 먹힌 것 같지 않다.
3월17일 MBC 마감뉴스에 출연한 연세대 황상민 교수의 '회피연아' 동영상에 대한 김연아 심리 분석이 누리꾼의 화제에 올랐다. |MBC 뉴스 캡쳐
유 장관은 이날 답변에서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종로경찰서에서 수사한 누리꾼은 총 8명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경찰은 ‘회피연아’ 최초 유포자를 찾았을까.
전성호 문화부 과장은 “전해 듣기로는 8명 모두 퍼 나른 사실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8명의 선정 기준은 무엇일까. 종로경찰서 한증섭 과장은 “조사한 8명은 자기가 제목을 적는다든지 화면 아래에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글을 실은 사람들”이라면서 “8명 모두 본인이 유포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 경찰도 인정했듯이 ‘회피연아’ 동영상의 ‘설명’은 퍼 나르는 과정에서 윤색되거나 첨삭됐다. 최초 유포자를 찾아내지 않는 한 동영상 제작의 ‘의도’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회피연아’ 동영상 GIF파일은 의도를 가지고 편집한 영상일까. 누리꾼은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했다. 처음에는 ‘프레임 조작설’이 유력했다. 최초 유포자가 중간의 몇 프레임을 의도적으로 들어냄으로써 마치 유 장관이 ‘포옹’을 시도하고 ‘입술을 내미는 것’처럼 편집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력한 반박이 나왔다. 이글루스 블로거 ‘카나코’의 분석에 따르면 프레임이 불규칙한 것은 제작 도구로 ‘곰플레이어’ 캡처 기능을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 동영상 GIF 제작 도구가 아닌 간단한 도구를 사용했기 때문에 나타난 불균형이지 ‘임의조작’이 아니라는 반론이다. 이 누리꾼의 주장이 맞다면 ‘악의로’ 마치 유 장관이 성추행하는 것으로 동영상을 조작했다는 문화부 측의 논리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문화부가 내놓은 동영상은 이른바 ‘원본 동영상’이 아니다. 눈으로 봐도 세 곳 이상에서 편집됐다. ‘유 장관이 포옹하려고 했다’는 주장엔 이 동영상 GIF파일만 있는 게 아니다. ‘회피연아’ 직후로 짐작되는 ‘유 장관과 오서 코치의 포옹’이 사진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포옹 전후의 사진 두 장은 김연아가 품은 어떤 ‘감정’을 드러내 주고 있다. 왜 김연아는 오서 코치 포옹 때 얼굴을 찡그렸을까. 문화부 전 과장의 생각은 이렇다. “그건 해석하기 나름 아니냐. 이를테면 (김 선수가) 재채기를 하려고 했을 수도 있고, 습관적으로 코를 씰룩하는 버릇이 있을 수도 있고….” MBC 마감 뉴스에 출연한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회피연아’ 동영상 속 김연아의 표정에 대해 “‘가까이 오지 마, 난 널 원하지 않는단 말이야’로 읽혔다”는 해석까지 내놓았는데? 전 과장은 “모르겠다. 돈 케어(Don’t Care). 다른 데서 비슷한 말을 했다는 말은 들었다”고 대답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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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