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조선사진기’ 아이폰 앱 탄생스토리

“개발자님 정말 센스쟁이네요. 그런데 이 앱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닉네임 히라)
한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앱)이 누리꾼의 화제를 모았다. 이 앱의 이름은 ‘조선사진기’. 개발 업체는 “어떤 사진, 어떤 물건이든 북한산으로 만들어 드린다”고 광고하고 있다. 애완동물·친구·밥·하늘, 심지어 공기까지도 다 북한제로 만든다니 비법이 살짝 궁금할 만도 하다. 비법은 ‘1번’이다. 합조단 천안함 조사 발표의 결정적인 증거 ‘1번’이 인터넷에 남긴 여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아니,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사진기’ 앱을 만들어 낸 맥북도 1번 글씨를 찍으면 북한산이 된다. |3rddev.com

북한제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진에다 1번 글씨체를 덧씌우는 것이다. 삶은 달걀도 흰자위 부분에 살포시 1번 마크를 덧씌우면 북한제 계란이 된다. 이 앱의 개발 회사는 또한 이 앱을 개발하는 데 사용된 맥북 역시 북한산이라며 ‘증거 사진’을 공개했다. 이 앱으로 찍은 사진이다. ‘조선사진기’는 발매 즉시 엔터테인먼트 무료 앱 분야의 다운로드 상위권을 달렸다. 정보통신(IT) 전문가인 서명덕 기자는 ‘패러디의 진수’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 앱을 활용, 다 비운 냉면그릇을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며 다음과 같이 코멘트했다. “옥류관 냉면은 이런 모습일까.”

이 앱을 만든 사람들이 궁금하다. 애플의 앱스토어에는 ‘서드마켓데브’라는 회사에서 이 앱을 판매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개발자와 연락이 닿았다. 대학교 휴학생인 정윤원씨(23)다. 그가 밝히는 개발에 얽힌 배경 스토리. “1번 이야기가 나온게 금요일이었잖아요? 그날 오후부터 작업에 들어가서 토요일·일요일 오전에 애플 앱스토어에 올렸어요. 그런데 애플 직원들도 주말에는 쉬거든요. 좀 더 빨리 올렸으면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요.” 그러나 현재까지도 이 앱에 대한 관심은 차고 넘친다. 이 회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등록된 첫날 순위에 기록되기도 전에 이미 5000회를 넘어섰다. 6월 1일까지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3만5000건. ‘조선사진기’는 무료 앱이다. 수익모델은 앱에 깔려 있는 광고다. 이 밖에도 근대 소설이나 판타지 등을 보여 주는 여러 앱을 이미 내놓았다. 광고 수익 규모는 아직 작다.

이 앱은 왜 만들었을까.
“누군가 이런 것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아무도 안 만드니까 제가 만든 거지요.” 리뷰를 보면 서 기자처럼 ‘최고!’를 외치는 이가 있는 반면에 “우리 국민이 테러를 당한 상황에서 이걸 유머랍시고 만든 개발자는 반성해야”(닉네임 수르카)와 같은 비난도 눈에 띈다.

정씨는 “비판의 대상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은 북한의 소행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누구의 짓인가라는 문제와 별도로 어뢰에 쓰인 매직 1번이 결정적 증거라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 아닌가요?”

언더그라운드 넷

그는 “앞으로 이런 종류의 앱은 ‘옛 어너 더 데브’라는 회사 이름으로 계속 만들어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