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당할까봐 환불이나 교환을 못하겠어요. 내 돈 내고 옷 사는데 이렇게 공포를 느끼기는 처음이에요.” 8월 초 각 인터넷 커뮤니티에 ‘형님 쇼핑몰.jpg’라는 제목의 이미지가 올라왔다. 갈무리된 내용에 따르면 한 고객이 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청바지와 ‘원 포켓 자수 팬츠’를 구입했는데, ‘싸구려 천에 하루만 입어도 주름이 좍좍 갔고 무릎이 나왔다’는 것이다.
건달샵에 올라온 상품 이미지. | www.gundalshop.com
여기에 이 쇼핑몰 대표관리자가 단 댓글은 다음과 같다. “식사하셨습니까 형님!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많은 형님들께서 제품을 구매하셨지만 무릎이 나온다는 말씀은 처음이라 당황스럽습니다. 혹시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형님!…(중략)…식사하십쇼!”
애초의 구매자가 이 글 다음에 남긴 글이 서두에 인용한 글이다. 대표관리자의 댓글에서 뭔가 ‘중압감’을 느낀 모양이다. 누리꾼은 “으익. 쫄았어ㅋㅋㅋ”(루리웹 코르타)와 같은 반응이다. 어쨌든 궁금하다. 정말 이 쇼핑몰은 존재하는 걸까.
몇몇 단서로 결국 해당 쇼핑몰을 찾아냈다. 쇼핑몰의 이름은 건달샵. 내걸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는 ‘형님들을 위한 패션’이다. 애초에 캡처된 이미지처럼 모델들은 적당히 아랫배가 나온 건장한 인상에다 어깨엔 문신 같은 게 눈에 띄는 사람도 있다. 영락없는 조폭이다. 니트를 입은 한 모델은 손에 피묻은 붕대까지 감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
쇼핑몰 정보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봤다. 살짝 사투리가 섞인 낮은 톤의 목소리가 전화기 넘어 흘러나온다. “그러니까 우선은 남들과 똑같아서는 발전이 없고….” 단도 직입적으로 물었다. 혹시 전직 조폭이셨냐. 김성준 대표(35)는 “일종의 콘셉트”라고 말했다. 방송을 통해서도 몇 차례 소개가 되었으니 의심이 가면 한번 검색해보라고 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정말이었다. 그렇다면 친구 중에 조폭이 있거나, 그 ‘후덜덜’한 모델들은? “사실 이전에 모델을 하겠다고 찾아온 분들 중에 그런 분이 있기는 했어요.” 쇼핑몰을 만들기 전에 김 대표는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했고, 의약품 관련 업무를 했다고 밝혔다.
‘건달’로 콘셉트를 잡은 까닭은? 그는 30대에서 50대 중년남성을 타깃으로 하는 의류를 팔다보니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중년 체형에 맞는 옷을 팔기 위해 형상화가 가장 쉬운 모델이 건달이기 때문에 쇼핑몰 운영 콘셉트도 그렇게 잡았다는 것이다. 일종의 틈새시장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실제 건달닷컴에 자주 왔다갔다 하신 분들은 콘셉트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모르는 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실제 조폭이 운영하는 쇼핑몰이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리꾼이 궁금해하는 앞의 구매자는 환불이나 교환을 받았을까. 캡처된 이미지는 겨울 옷이었다. 실제 건달샵의 구매후기에 그 글은 올라와 있는 글이었는데, 글이 작성된 시점은 올해 1월이었다. 김 대표는 “꽤 오래 전 일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요청한대로 환불을 했거나 교환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이 쇼핑몰의 운영자는 조폭이나 전직 조폭이 아니니 괜히 ‘쫄’ 필요는 없다는 게 되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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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