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없다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br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임경택 옮김·동아시아·8000원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임경택 옮김·동아시아·8000원

원자력 발전은 기본적으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평화적 이용’이라는 말은 핵탄두를 만들지 않는 한 원자력이 인간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실제로도 그럴까. <과학의 탄생> <16세기 문화혁명> 등 묵직한 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과학저술가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란 허튼 소리라고 일축한다.

일본의 원자력 발전은 1954년 ‘원자력 기본법’으로부터 출발했다. 가속페달을 밟은 것은 일본 군국주의 내각에서 상공장관을 지냈고 패전 후 A급 전범으로 복역하다 석방 후 총리 자리에까지 오른 기시 노부스케다. 기시 노부스케에게 핵의 평화적 이용은 일본이 잠재적 핵무기 보유국으로 갈 수 있게 하는 위장된 도로였다. 그는 핵개발이야말로 강대국으로 가는 조건이라고 생각했고, 평화헌법 체제에서도 자위적 목적의 핵무기 보유가 가능하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 관련 예산이 책정된 것은 1960년이다. 문제는 그 이전까지 원자력 개발 추진과정에서 학자들이 배제됐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학자들의 책임도 있다. 학자들은 원자력을 이용한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지 불과 7년 뒤에 핵동력으로 움직이는 영웅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 ‘아톰’이 등장한 것은 원자력에 대한 이러한 낙관적 기대를 반영한다.

잠재적 핵무기 보유에 대한 일본 정치권력의 열망은 꾸준히 이어졌다. 1955년 이후 일본 정치를 제패한 자민당은 2002년 “법리론적으로 볼 때, 전수방위를 지킨다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기시 노부스케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저자가 “잠재적 핵무기 보유국 상태를 유지하면서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결국 전후의 일본 지배층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원자력산업 육성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일본의 원자력 발전은 단순히 산업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일본 정치권력의 외교·안보적 전략의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자력 발전의 기술적 완성도는 어느 정도일까. 충분한 안전장치를 하면 안전한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원자력 기술은 최단시간 내에 핵폭탄을 제조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평화적 이용’을 위한 기술은 결함을 지닌 것이었다. 방사성 폐기물이 지닌 방사능의 독성을 무화하거나 줄이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원자력은 미숙한 기술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가 인간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사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은 지난 후쿠시마 사태를 통해 여실히 입증됐다. 게다가 미세한 오류가 초래할 수 있는 파괴적 결과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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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에는 국가권력과 원전 기업의 동맹으로 구축된 “원전 파시즘”이 있다. 저자는 “정·관·재가 일체가 된 ‘괴물’ 권력이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추진한 원자력 개발이 결국 후쿠시마의 참상을 낳은 것”이라고 진단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