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칼럼]이제는 태블릿 시대다

1990년대 컴퓨터는 빠른 속도로 성능이 개선되었고, 사용자들은 이에 화답하듯 매년 업그레이드를 하며 더 빨라진 컴퓨터를 구입했다. 컴퓨터는 그 이후에도 꾸준히 성능이 개선되어 왔지만, 더 이상 컴퓨터 속도가 컴퓨터를 구입하는 주요 기준이 되지 못했다. 2000년대부터 컴퓨터는 성능보다는 이동성이 중요한 구입 기준이 되었고, 국내에서는 한국IDC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 1분기의 데스크톱은 70만대, 노트북은 87만대로 노트북이 더 많이 판매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국내 연간 500만대의 컴퓨터 판매대수 중에서 노트북이 데스크톱보다 더 많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컴퓨터 시장은 추락을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노트북을 포함해 컴퓨터를 구매하는 사람을 보기란 쉽지 않다. 노트북을 구입할 바에는 태블릿(혹은 아이패드)을 구입하는 사용자가 늘어가고 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판매된 국내의 아이패드는 90만대가량으로 노트북 판매대수의 30% 이상이다. 출시된 지 불과 2년도 안 돼 노트북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다.

태블릿은 개인용 컴퓨터를 빠르게 대체하는 디바이스가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완구제조회사 마텔 이 선보인 태블릿PC의 앱 위에서 작동하는 자동차 경주게임. AP/연합뉴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태블릿이다. 아이패드의 경우 기존 컴퓨터를 대체하는 것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이패드의 성능 문제가 아니라 기능이 기존 컴퓨터와 호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컴퓨터가 윈도 중심의 운영체제로 운용되고 사용하던 응용 프로그램들도 윈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데 비해 아이패드는 스마트폰처럼 새로운 운영체제에 새로운 사용자 체험과 앱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컴퓨터 사용자들의 유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기업에서 구매하는 상당수의 컴퓨터들은 각 기업의 특수성(보안, 업무내역 등)을 감안해 특별 제작이나 별도의 솔루션 등을 탑재해야만 하지만 아이패드는 그러한 유연성이 약하다.

하지만 태블릿은 다르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은 그 크기와 형태가 다르며 특수 목적에 따라 제작도 가능하다. 그렇다보니 실제 일부 대학이나 병원, 기업 등의 특수 환경에 맞춘 태블릿의 B2B 공급도 서서히 커져가고 있다. 즉 컴퓨터 대신에 태블릿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태블릿의 성능은 매년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지난 CES 2012에서 발표된 nVida의 Tegra3는 쿼드코어 프로세서로 태블릿의 성능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준다. 아직 PC와 대등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PC에서 구동되던 게임마저도 태블릿에서 작동 가능할 만큼 태블릿의 성능도 좋아지고 있다. 또한 태블릿은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지원해 외부 장치와의 연결도 자유롭다. HDMI를 이용해 커다란 모니터나 TV와 연결하고, 블루투스를 이용해 키보드 등의 연결이 가능하다. 불편한 태블릿의 입력장치와 출력장치가 외부 주변기기로 보완된다면 덩치만 크고 이동할 수 없는 데스크톱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노트북의 대체재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특히 내년에 공급될 윈도8은 더욱 태블릿을 컴퓨터 대체재로 만들어줄 것이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최대 단점은 맥OS가 설치된 맥북이 갖는 단점처럼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 윈도에 익숙한 사용자들의 입맛에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맞을 리 없다. 비록 윈도에서 작동되던 오피스와 동영상 플레이어, 웹 등이 태블릿에서 된다고 하더라도 UX가 익숙하지 않으니 새롭게 배워야 하는 걸림돌이 있다. 하지만, 윈도8이 탑재된 태블릿은 이러한 사용자들의 불편마저도 없애줄 것이다. 게다가 윈도8은 기존 컴퓨터와 태블릿, 그리고 스마트폰 모두를 지원하는 통합 OS이기 때문에 기존 윈도 사용자라면 쉽게 일관된 사용자 경험으로 태블릿을 수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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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로 인하여 컴퓨터는 더 이상 우리 책상 아래에 존재하게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폴더폰처럼 펼쳐서 키보드를 꺼내어 사용하는 노트북 역시도 전면이 모두 스크린으로 된 태블릿으로 대체될 것이다. 즉, 태블릿이 Post PC 시대를 개막할 것이며, 스마트폰 그리고 스마트TV와 함께 3개의 디바이스(4인치, 10인치, 40인치 스크린)가 디지털 시대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현<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