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칼럼]다섯 번째 스크린, 어떤 기기가 될까

아이패드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3스크린(screen)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었다. 거실을 차지하면서 공동 감상이 가능하고 스크린 크기가 가장 큰 TV, 주로 고정된 장소에서 개인이 사용하고 유연하게 각종 작업을 할 수 있으며 중간 스크린 크기를 가진 PC, 항상 전원이 켜져 있고 언제 어디에서나 소지하고 다니며 가장 작은 스크린을 가진 휴대폰이 그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태블릿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4스크린이 됐고,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스크린이 등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업계에서는 N스크린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그런데 N스크린이라고 해도 지금까지는 명백히 4스크린이었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앞으로 과연 어떤 기기가 다섯 번째 스크린의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구글의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모습 | AP연합

강력한 후보 중 하나는 스마트카(smart car)다. 자동차에 IT를 접목하여 신기능을 대거 확충하고 센터페시아(center fascia)에 장착된 스크린을 통해 운전자 또는 동승자가 각종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고 상호작용을 강화한 것이 스마트카다. 궁극적인 스마트카에서는 자동차에 LTE 통신 기능을 내장하고 각종 엔터테인먼트의 제공과 함께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정 내 냉난방장치 등 각종 장치를 제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초기 단계의 스마트카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과거의 탤레매틱스 개념을 발전시킨 초기 단계의 스마트카는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연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으로 자동차의 시동을 켜거나 자동차 내부 온도를 설정하거나 차량 위치를 파악하는 서비스가 이미 등장한 상태다.

현대기아차는 통신사와 연계해 자동차 업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컨트롤, 차량안전, 차량진단, 어시스트 등의 서비스를 4월 말부터 제공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대기아차는 작년에 LG전자에서 안드로이드폰 개발을 담당하던 연구원들을 대거 채용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현재의 스마트카는 센터페시아의 스크린 활용이 제한적이지만 최근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스마트카 경쟁이 치열해치고 있는 상황이라서 머지않아 훨씬 진화된 스마트카가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는 2016년쯤이면 일반 차량의 50%가 스마트카로 출시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다섯 번째 스크린의 강력한 후보 중 하나로 지난 4월 5일 구글이 선보인 스마트안경을 꼽을 수 있다. 스마트안경은 안경 형태의 기기에 통신, 검색 기능을 통합한 것인데 작은 스크린을 통해 음성인식으로 각종 제어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쉽게 말해 안경 형태의 스마트폰 제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스마트안경은 아직 시제품 상태다. 구글은 현재 10여종의 시제품을 만들어 연구를 하고 있는데 기존 안경을 착용하던 사람도 안경 위에 추가로 장착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안경은 오른쪽 눈 위에 장착된 작은 스크린을 통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헤드업(Head-Up) 디스플레이라는 기술을 사용하며, 이를 통해 20인치 스크린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제공한다. 이는 증강현실(augmented-reality) 기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안경은 검색, 연락처, 일정관리, SNS, 메시지, 사진촬영, 위치정보, 음악재생 등의 다양한 기능을 음성인식을 통해 제공한다. 스마트폰보다 소지하기 편하고 제어하기도 편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문제는 배터리와 가격이다. 안경 형태의 기기에 충분한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주된 관건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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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새로운 기술은 계속 등장하고 있으며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기업들의 강렬한 욕구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욕구가 만들어낼 다섯 번째 스크린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또다시 지갑을 열어야 할 것이다.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http://peoplewa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