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막바지, 전국구로 누리꾼 관심을 모은 후보가 또 한 명 탄생했다. 박선희 새누리당 안산 상록갑 후보. ‘퇴장녀’라는 별명이 붙었다. ‘미처 질문지를 챙기지 못해’ 멘탈 붕괴 상태에 이르러 중간에 생방송 도중 사라져 생긴 별명이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더 먼저 주목받았던 별명이 있다. ‘불스원샷녀’. 박 후보가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도 열두 시가 넘었네요. 불스원샷 한 잔 해야 할까봐요.”라고 올린 게 발단. 자양강장제 음료와 엔진오일 ‘불스원샷’을 순간 혼동한 게 원인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4월 초. 박 후보의 남편이 유명 인터넷 게시판에 상대 후보 비방글을 올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사가 언급한 유명 게시판은 오늘의 유머(오유) 게시판이다. 누리꾼은 박 후보의 트위터에서 박 후보가 오유 게시판에 자주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캡처해 올렸다. 그런데 소식을 들은 박 후보가 로그인해 “베슷흐(베스트) 와서 너무 영광”이라고 댓글을 남기면서 사태는 시작됐다.
‘우리동네 이효리’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박선희 후보의 사진. 이 사 진을 올린 이도 박씨의 남편이었다. | 오늘의 유머
박 후보의 닉네임을 알아낸 누리꾼은 박 후보의 과거 게시물에서 자신이 “오유 9년차 회원인 여자사람”이라며 “남편도 오유 회원이며 닉네임은 ○○○○○”이라고 밝힌 것을 발견해냈다. 남편의 닉네임으로 글 목록을 검색하던 누리꾼이, 남편이 최근 남긴 상대후보 비난 글을 발견해내 언론에 제보한 게 보도의 배경. 그런데 사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처음에 언급한 박 후보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오유에도 올랐다며 인용한 ‘불스원샷녀’ 캡처글의 작성자도 알고보니 남편 조모씨(36·회사원)였던 것. 남편이 올린 글을 보면 “어지간히 피곤했나보다 ㅋㅋ”며 디씨인사이드 캡처 글을 다시 인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불스원샷녀’ 논란은 부부가 짜고 한 노이즈 마케팅? 그런데 조씨가 올린 글 목록을 보면 뭔가 심상찮다.
2월 26일 올린 “여러분 결혼은 쎆스(검색어 차단을 막기 위한 섹스의 누리꾼 표기)가 전부가 아니에요”라는 제목의 글을 보자. 본문은 “한 95% 정도?”라고 되어 있다. 그러니까 결혼에서 남녀 성관계가 상당한 비중으로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석연찮은 건 앞의 “오유 9년차 여자사람” 게시글에서 박 후보가 결혼 6년차라고 밝혔는데, 2009년 남편이 올린 “제 나이 서른 넷…”이라는 제목의 글엔 “안 생겨요ㅠ_ㅠ 아...홀애비로 늙어죽으면 어떡하지…”라고 적고 있다는 점. 이 밖에도 “내가 솔로인 이유.jpg” 등 ‘독신드립’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스원샷녀’도 말하자면 일종의 ‘자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두 사람 정말 부부인 게 맞나? 조씨에게 전화해봤다. “부부 맞다.” 오유 게시판에서 만난 사이? “그건 아니다. 대학원을 다니다가 사귀었는데, 알고 보니 대학교 동창이었다.” 유부남인데도 솔로라는 식의 글을 올린 이유는 뭘까. “아, 그냥 웃으라고 올린 거다. 인터넷에서 그 당시 ‘안 생겨요’와 같은 표현이 한참 유행하던 때라서….” 부인이 전국구로 유명인사가 된 소감을 물었다. “오히려 나 때문에 피해를 많이 본 상황이다. 남편이 상대방 후보를 비방했다고 기사가 나는 바람에 많이 곤란해진 건 사실이다. 지금 같아서는 빨리 선거가 끝났으면 좋겠다.” 건투를 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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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