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칼럼]트위터는 특허전략의 ‘고수’

미국 현지 시간으로 2012년 4월 17일 트위터는 기술과 디자인을 만든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에게 일차적 권리를 부여하고, 그들의 동의 없이는 공격적인 목적으로 특허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혁신자의 특허 협약(IPA·Innovator’s Patent Agreement)을 발표했다. 나아가 트위터는 이것을 자사의 독자 행동으로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관련 특허 동의안을 최근 ‘소셜 코딩’이란 콘셉트로 프로그래머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깃허브(GitHub)란 사이트를 통해 공유했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언론이 크게 다루지 않았지만 사실 이는 특별한 사건이다. 인터넷 산업의 역사에서 특허를 비롯한 지적재산권은 공격용 무기로 기업 간에 활발히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초기 인터넷 산업의 주도적 기업이었던 야후는 2004년 구글이, 2012년 페이스북이 IPO를 진행하기 전에 상대 기업을 자사의 특허 침해로 고소하여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한 익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삼성과 애플은 지금까지도 특허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살벌한 업계의 상황에서 봤을 때, 트위터가 ‘방어적 목적’으로만 자사의 특허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나이브하게 들릴 만큼 이상적이다.

트위터가 소셜코딩 사이트 깃허브를 통해 공개한 자사의 특허동의안.

그러나 트위터는 전략적이다. 먼저 이번에 발표한 특허 선언의 방어적 메시지가 얼마나 공격적인 것인지 생각해보자. 트위터의 사업전략에서 핵심은 스피드다. 지구상에 10억명에 가까운 사용자를 갖고 있는 트위터가 아무리 성공한 인터넷 서비스 중 하나라 할지라도 구글·애플·페이스북과 같은 독점적인 거대 플랫폼은 아니다. 단적인 예로 구글은 인터넷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검색을 쥐고 있지만 트위터는 사용하고 싶지 않아도 사용해야만 하는 그런 사용가치는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상대적으로는 작은’ 인터넷 기업인 트위터가 살 길은 이런 거대 플랫폼이 놓치는 작지만 본질적인 시장가치를 놓치지 않고, 그것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그런 트위터 입장에서 보면 특허전쟁에 말려들어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두지 말아야 할 악수(惡手)다.

또한 이번 선언을 통해 트위터가 얼마나 명분을 공격용 자산으로 잘 활용했는가 하는 점도 생각해볼 만하다. 2009년에 트위터는 텍사스의 기술기업인 테크래디움(TechRadium)으로부터 첫 번째 특허 관련 고소를 당했고, 2010년 말에 미국 일부 언론에서 등록한 특허가 부재하다는 점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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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트위터는 이번 협약 발표를 통해 자사의 약점을 강점으로 역전시켰다. 특허 측면에서 준비가 약하다고 말하는 대신에 우리는 특허 남용을 지양하고, 인터넷 산업의 전체 발전을 위해 방어적으로만 자사 특허를 사용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배타적 사익보다는 장기적 공익을 지향하는 기업으로서 이미지를 굳혔고, 사용자들의 신뢰를 높였다. 다른 인터넷 기업들을 설득해 세를 키울 수 있는 전략적 고지도 확보했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와 대중적 지지 기반은 경쟁업체 혹은 특허전문회사(patent troll)가 트위터를 특허법 위반으로 고소하고자 할 때 상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위터를 수세에 몬다면, 역으로 자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결과적으로 볼 때 트위터의 이번 특허 협약 발표는 사실 선언이라기보다 전략에 가깝다. 숭고한 이상의 추구 못지 않게 자사가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와 정치적 명분의 중요성에 대한 사려 깊은 판단이 그들이 이 특허전쟁 판에 놓은 한 수(手)에 담겨 있다. 즉 트위터가 주는 교훈은 이것이다. 실익이 되는 명분, 착해서 강할 수 있는 전략이 힘이 된다.

김재연<‘소셜 웹이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