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의 배신자.” 보도기사를 본 한 남초(편집자주·남자 회원이 월등히 많은) 커뮤니티 누리꾼의 반응이다. 누리꾼이 지목한 인사는 기사에서 ‘음란물 수사의 베테랑’으로 묘사된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이모 경감이다. 기사에서 묘사된 그의 맹활약상(?)은 이렇다. “이 경감은 지난 한 달간 아침 8시에 출근해 거의 자정까지 토렌트에 접속해 아동음란물을 모니터링하며 하루 일과를 보냈다. 직접 음란물을 내려 받기 위해 회원 가입을 하고 실제 공유하는지를 전수 조사했다. 아동음란물을 발견하면 화면을 갈무리해 증거를 모았다. 또 토렌트에 접속해 아동음란물을 검색할 수 있는 그들만의 언어 등을 찾아내는 데도 주력했다.(하략)”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인터넷이 술렁였다. 아동음란물 단순소지자 첫 처벌사례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위 언론기사는 그 수사과정을 소개한 것이다. 사실 필자도 고백할 것이 있다. 몇 년 전인가, 당시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아동음란물 단순소지자 처벌’을 골자로 아동청소년 보호법 개정을 시도할 때 위원장 인터뷰를 했다. 그때 물었다. “P2P의 경우 파일조각을 갖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배포자가 되는데 이런 경우도 처벌할 수 있느냐.” “일본 AV의 경우 교복 소녀가 등장하는 ‘세라물’이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고 있다. 이 경우 그것을 보는 사람은 그 교복을 입은 배우가 청소년이 아니라는 걸 다 알고 있다. 이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되는 거냐.”
경찰이 판매업자로부터 압수한 아동음란물. | 연합뉴스
당시 위원장은 관련 지식이 거의 없는 걸로 보였다. 돌아온 답변은 대충 이랬다. “알려줘서 고맙다. 관련해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겠다.” 솔직히, 보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냥 싹 다 처벌’로 정리됐다. 그리고 지난 3월부터 개정안은 발효됐다. 그동안은 처벌자가 안 나와 이게 이슈가 안 됐던 것이다.
남성들은 왜 야동을 볼까. <15조원의 육체산업> 저자 이노우에 세쓰코의 의견에 따르면 답은 명료하다. ‘자위행위용’이다. 그런데 ‘그 일’이 끝나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냥 방치한다. 분류해서 소중하게 관리하는 경우는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곤 별로 없다. 그런데 그 파일 중에 재수 없게도 저 법에 저촉되는 파일들이 있었다면? 이를테면 모 연예인 관련 파일로 의혹을 사고 있는 이른바 ‘박얘쁜’ 파일을 누가 아직도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다면 법에 따르면 이 또한 처벌대상이다. 동영상 속 주인공은 여중생이기 때문이다.
누리꾼에 따르면 모 AV 여배우는 동안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경우도 만약 누가 다운로드 했다면 대검찰청의 해석을 적용해보면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처벌 가능하다. 앞의 ‘한국 남성의 배신자’로 지목된 이 경감에게 물어봤다. 일단 그의 일성(一聲). “사실 저 ‘음란물 전문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사이버테러 사건을 주로 다루는데 이번에 아동음란물이 현안이니까 전담팀이 꾸려져서 맡다보니….”
‘논란’과 관련,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 인터뷰한 것처럼 경찰이 단속한다고 사라지진 않는다. 우물에서 바가지로 물 퍼내듯 일시적으로 사그라졌다가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는 “단속은 비상식에 근거해서 이뤄지지 않는다”며 “정상적인 일반사람이라면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파일에 흥미를 갖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논점은 그게 아니다. 아동포르노, 모두 반대한다. 문제는 한국의 법이 경계가 애매한 청소년을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이 법상 청소년 규정은 ‘19살 미만의 자’다. 그런데 다른 법(청소년육성기본법)에 따르면 청소년의 나이상 규정은 24살이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은 기준이 19살인데, 아동복지법은 18살이다. 이야기하면 길어진다. 나중에 정식 기사로 이 문제는 다시 다루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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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