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넷]‘민국엄마’ 패러디가 범람한 이유

‘민국엄마.’ 지난 일주일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군 이슈다. 민국엄마는 지난 8월, 행정안전부 정부 포털에 올라간 게임시간 선택제 홍보 웹툰의 캐릭터다. 대한엄마와 같이 등장하는 캐릭터다.

이른바 ‘셧다운제’로 알려진 게임시간 선택제는 이 만화가 나온 당시에도 온라인에서는 큰 이슈였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3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 화제를 모았을까. 답은 저번 언더그라운드.넷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하 아청법) 논란 때문이다. 지난 3월 개정된 이 법은 아동·청소년으로 규정되어 있는 18세 이하를 등장시키는 음란 저작물을 단순소지만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문화관광부의 게임시간 선택제 홍보 웹툰에 나오는 민국엄마 캐릭터.

여기서 역발상. 적어도 웹툰에 등장하는 ‘민국엄마’ 캐릭터는 설정상 적어도 18세 이상의 성인이다. 때마침 캐릭터의 복장도 야시시하다. 이게 엉뚱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니까 성인인 민국엄마가 음란행위를 하는 건 적어도 아청법을 어기는 건 아니지 않나.

‘민국엄마’에 대한 패러디는 그렇게 폭발했다. 검색엔진 구글에서 ‘민국엄마 패러디’로 검색하면 10월 26일 현재 약 5만3500개의 이미지가 잡힌다. “여성가족부가 고소 검토 중”이라는 일부 게임전문 매체발 보도가 있었지만 오보로 밝혀졌다. 오보 소동은 한 누리꾼이 기존 관련기사 내용을 수정해, 여성가족부 이야기를 덧붙여 올리면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엄밀히 말해, 민국엄마 캐릭터는 여성가족부와 관련이 없다. 실제 웹툰을 보면 제공한 곳은 게임문화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다. 여성가족부가 ‘유탄’을 맞은 건 민국엄마 패러디가 아청법 논란의 연장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누리꾼의 상상을 자극한 민국엄마 캐릭터는 어떻게 나온 걸까. 왜 하필이면 민국엄마 캐릭터는 누리꾼의 엉뚱한 상상(?)을 자극하는 민소매에 가슴이 볼륨감 있는, 이른바 유사 거유(巨乳) 외모로 그려놨을까. 정부 포털을 운영하는 행안부에 문의해봤다. 정확히 말하면, 저 웹툰 게재를 책임지고 있는 부서는 행안부 국가대표포털 기능개선추진단이다. 추진단의 담당사무관은 “엄밀히 우리 사업비로 한 것이니 저작권이 있고, 관련해서 모니터링은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보도처럼 정말 저작권을 걸어 고소할 계획? 그건 아니다. “만약 정부 로고가 사용된다든지 하면 내부 논의를 통해 ‘조치’ 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추진단에 따르면 ‘민국엄마’ 캐릭터 디자인에 정부 당국이 어떤 지침을 준 것은 아니며, 전적으로 과업을 맡긴 업체 쪽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언더그라운드.넷

익명을 부탁한 업체 관계자와 통화했다. 민국엄마 캐릭터를 만들어낸 사람은 “많은 편수는 아니지만 몇 편의 작품을 그린 삽화 디자이너”다. 스토리 작가는 따로 있었다. 왜 야시시한 옷을 입었을까. “실제 게재된 시기는 여름이었다. 그래서 캐릭터에 민소매 옷을 입힌 것이지 별다른 뜻은 없었다.” 이 관계자도 민국엄마 패러디의 범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소감을 물었다. “좋은 점도 있다. 게임시간 선택제가 덕분에 홍보된 것 같고. 그런데 부담도 된다. 패러디 물 중 상당수가 19금에 해당하는 것인데, 알려질수록 어린 청소년도 보게 된다. 그런 것은 우려된다.” 타당한 우려다. 하지만 아청법 논란이 살아있는 한 비슷한 소동은 또 일어날 것 같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