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상위 1%가 규칙을 조작한다

미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당연히 현상으로서의 경제적 불평등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 수석연구원인 저자에 따르면, 자본주의 국가에서 존재하게 마련인 불평등이 미국에서 극단적인 수준으로 심화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의 일이다.

<왜 세계는 불평등한가> 척 콜린스 지음·이상규 옮김·이상·1만3000원

미국인들은 1980년대 이후 불평등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그것을 개인의 능력 탓이라고 여겼다. 불평등 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반전시키는 최초의 계기는 2008년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였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워싱턴의 정책은 불평등 문제보다는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쏠려 있었다. 미국 내 불평등 문제는 2011년 가을 ‘우리는 99%다’라는 구호를 앞세운 월가 점령시위가 벌어지면서 비로소 공론화했다.

미국 사회 1%는 어떤 사람들일까. 상위 1%의 최저선은 연간소득 50만 달러(6억원)이다. 그러나 1%의 평균소득은 연간 150만 달러(18억원)이다. 이 상위 1%가 2010년 미국 국가 전체 소득의 21%를 차지했다. 1979년부터 2007년 사이에 전체 소득 증가분의 60%를 이들 상위 1%가 차지했다.

상위 1%와 나머지 99% 사이의 소득격차만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1% 중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조작하려는 그룹이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들을 ‘규칙 조작자’라고 부른다. 규칙 조작자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미국 정치, 비영리단체, 언론, 월스트리트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자산 관련 소득세 인하, 연방 상속세 철폐, 환경규제 완화, 최고 소득세율 삭감 등이 이들이 원하는 정책이다.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 교육기회의 평등, 실직자 지원, 빈곤 완화 등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은 상대적으로 정치영역에서 소외된다.

저자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정책들은 미국판 ‘경제민주화’ 조처들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고소득자들에게 상응하는 세금을 매기며, 소비자들의 참여를 강조하는 등 경제영역에 대한 민주적 통제력을 증대시키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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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주체의 역량이다. 저자는 “불평등과 탐욕의 희생자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앉아서 침묵할 수는 없었어요”라는 월가 점령시위 당시 한 간호사의 말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이 모여 힘을 합쳐야 한다고 본다. “함께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소수가 만든 불평등의 성채에 구멍을 내자는 얘기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