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7번방의 선물 - 징역으로 빼앗긴 시간의 가치

“1961년 1월 18일 태어났어요. 제왕절개. 엄마 아팠어요. 내 머리 커서.”

용구가 천진난만하게 자신을 소개한다. 험상궂은 수감자들도 ‘띵’한다. “쟤 상태가 왜 저래?” 수감자들이 황당해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환경 감독의 <7번방의 선물>(2013년)이 ‘잭팟’을 터트렸다. 휴먼코미디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딸만 아는 바보 사형수’라는 소재는 콘셉트부터가 최루성에 가깝지만, 관객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교도소 7번방에는 다양한 잡범들이 모여 있다. 조폭밀수범, 사기꾼, 간통범, 자해공갈범, 소매치기범 등이다. 여기에 바보 ‘용구’가 들어온다. 경찰청장의 미성년자 딸을 강간한 뒤 살해한 혐의다. 법정 판결은 사형이다. 용구는 6살 지능을 갖고 있다. 모자라기는 하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교도소 동료들이 겪어본 용구는 ‘절대 사람을 죽일’ 위인이 아니다. 용구는 딸 ‘예승’을 너무나 보고 싶어한다. 이들은 예승을 교도소 7번방으로 데리고 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예승을 들키지 않게 숨길 수 있을까.

앞선 사형수 영화인 <데드맨 워킹> <하모니>도 관객들을 많이 울렸다. 사형수가 나오는 영화는 왜 애절할까. ‘사형’이라는 형벌이 주는 무게감 때문일 터다. 사람의 삶을 강제로 중단하게 한다는 것, 더 이상 그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은 애절함을 넘어 비장함에 가깝다.

고대 함무라비 법전은 죄를 저지른 자에게는 자신의 죄와 똑같은 벌을 내리게 했다. 타인의 눈을 뺀 자는 그의 눈도 뺐다.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불리는 보복주의다. 하지만 현대 형법은 교도소에 가둬 시간을 뺏는다. 징역 6개월, 징역 1년, 징역 10년 등이다. 범죄가 중하면 무기징역도 내리고, 최악의 범죄는 사형을 언도한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징역형’이 가능한 것은 ‘시간=돈’이기 때문이다. ‘6개월 징역 또는 3000만원 벌금’과 같은 판결도 마찬가지다. 6개월 시간 가치가 벌금 3000만원이라는 얘기다.

시간의 가치는 어떻게 환산될까. 금융시장에서는 이자율이 시간의 가치다. 이자율은 미래가치와 현재가치 간의 차이다. 즉 지금 소비해야 할 것을 참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지금 소비를 참았던 만큼 가치를 이자로 받는 것이다. 미래가 불확실하면 더 높은 이자를 받을 것이고, 확실하다면 낮은 이자를 받게 된다. 한 달 뒤가 어찌될지 모르는 외환위기 때 이자율이 30%까지 치솟았다. 통상 빌려준 기간이 길수록 이자율이 더 높다. 한 달 뒤보다는 1년 뒤가 불확실성이 높다. 1년짜리 정기예금보다 3년짜리 정기예금의 이자율이 더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자는 시간선호 때문에 발생한다. 사과를 먹고 싶은데 지금 사는 것과 한 달 뒤에 사는 것,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어떤 것을 택할까. 대부분 사람들은 지금 사서 사과를 먹고 싶어할 것이다. 한 달 뒤에는 그 사과가 그대로 있을지 알 수 없고 그때까지 참는 것도 고역이다. 미래 재화보다 현재 재화를 더 좋아하는 것을 ‘시간선호’라고 한다.

시간가치(time value of money)는 복리로 계산된다. 복리는 ‘수령액=원금X(1+이자율)n’이다. 100만원을 이자율 10%로 3년간 예금하면 133만1000원이다. 하지만 이를 10년간 예금하면 259만4000원이나 된다. 돈이 눈덩이처럼 늘어난다고 복리의 마법이라고도 한다.

영화 속 경제

용구는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12월 23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당장 내일 사형을 당하는 사람에게 시간의 가치는 얼마가 될까. 아마도 부르는 게 값이 될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시간이겠지만 말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