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더 헌트 - 진실에 대한 신용도, 아이가 높을까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배우 박시후씨가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고소를 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을 때 박씨는 일약 ‘나쁜 놈’이 됐다. 하지만 박씨가 카카오톡 대화내용 등을 근거로 반박하자 여론은 또 휘청거린다. 통상 성폭행은 피해자의 주장에 맞춘다.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더 헌트>(2012)는 ‘약자는 옳다’는 선입견에 의문을 던지는 영화다. 루카스(매즈 미켈슨 분)는 이혼한 뒤 고향으로 와 유치원 교사를 하고 있다.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그들을 잘 이해해줘 인기가 많다. 그를 좋아하는 ‘꼬마숙녀’가 있다. 유치원생인 클라라다. 매번 부부싸움을 하는 엄마아빠보다 루카스 아저씨가 좋다. 루카스 아저씨는 엄마아빠의 ‘절친’이다. 루카스 아저씨의 입에 뽀뽀를 한다. 아저씨를 좋아한다는 얘기다. 여아가 아빠를 ‘남성’으로 보고 좋아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엘렉트라컴플렉스’라 부른다. 엄마아빠의 싸움에 지친 클라라에게는 루카스 아저씨가 첫 남성상으로 그려졌을 수도 있다.

루카스는 이런 아이의 반응이 부담스럽다. ‘입술뽀뽀는 엄마아빠에게 하라’며 거부한다. 루카스는 마음이 상했다. 아저씨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그리고 거짓말을 한다. 결코 해서는 안되는 엄청난 거짓말이지만, 아이는 모른다. 그 거짓말이 한 사람의 생애를 어떻게 바꿔놓는지를.

<더 헌트>(2012)는 덴마크 영화다.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이 만들었다. 2012년 유럽영화상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더 헌트>는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확증편향’에서 시작한다. 확증편향은 한 사람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이어진다. 경찰이 ‘무죄’임을 밝혀주지만 한 번 손상된 신뢰는 회복되지 않는다.

루카스에게는 오랫동안 사귀어온 고향친구들이 있다. 사람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소문은 친구들마저 하나둘 떠나게 만든다. 이제 동네 슈퍼마켓까지 출입이 금지된 루카스. 언제가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견디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루카스의 말보다 클라라의 말을 신뢰할까. 진실에 대한 신용도가 어른보다 아이가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용도를 숫자나 문자로 표기한 것이 신용등급이다. 금융권에서 말하는 신용도란 개인이 돈을 빌려갈 때 얼마나 잘 상환할 수 있는지 여부다. 신용등급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 정부 등 모두에게 매길 수 있다. 신용도가 낮을수록 돈을 빌리기 힘들고 많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

개인신용등급은 1~10등급이 있다. 1~2등급은 최우량 등급, 3~4등급은 우량등급이다. 5~6등급이 일반등급이다. 7~8등급은 주의등급, 9~10등급은 위험등급이다. 통상 6등급보다 나쁘면 은행대출이 어렵다. 제2금융권이나 사채업자를 찾아야 한다. 카드 발급도 잘 안 된다. 개인신용등급은 개인의 소득수준, 금융기관의 거래실적과 대출실적 등을 주로 들여다 본다.

기업에는 회사채 신용등급이 있다. BBB 이상이 투자등급이다. 그 아래면 투기등급이다. 국가신용등급은 한 나라의 채무(외채)상환 능력을 의미한다. 외환보유액, 외채구조, 거시경제 여건, 재정건전성, 산업경쟁력, 안보위험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국가에 대한 전체적인 대외신뢰도를 나타낸다고 봐도 무방하다.

루카스는 클라라의 아빠인 테오에게 자신의 결백을 호소한다. “나를 믿어, 못믿어?” 테오는 반박한다. “한 번도 거짓말한 적이 없는 아이야. 이번에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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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 루카스를 믿고 싶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맺어온 친구간의 인연이라도 피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테오에게는 딸 클라라의 신용도(신뢰도)가 루카스보다 높았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