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시청률 낮은 프로그램 ‘초스피드 폐지’

봄 개편을 앞두고 프로그램 폐지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MBC <이야기 속 이야기-사사현> | MBC 제공

MBC 시사 프로그램 <이야기 속 이야기-사사현>은 방송 두 달 만에 막을 내린다. 이슈 이면을 심층 취재하는 <사사현>은 지난 1월 7일 첫선을 보였으나, 평균 시청률이 6~7%대에 머물렀다. MBC는 시청률이 부진했던 <사사현> 대신 평일 저녁 8시50분에 일일사극 <구암 허준>을 편성할 예정이다.

MBC <토크클럽 배우들>도 두 달 만인 지난 4일 종영했다. <토크클럽 배우들>은 8년간 방송된 장수 토크쇼 <놀러와> 후속으로 편성되며 관심을 모았다. 황신혜, 심혜진, 송선미, 예지원 등 여배우들의 공동 MC 도전도 관심 대상이었으나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1월 22일 강호동의 KBS 복귀작으로 주목받으며 출발한 <달빛프린스>도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하다 8주 만에 조기 종영하게 됐다.

수년간 방송해온 프로그램도 개편의 소용돌이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2009년 3월 첫선을 보인 KBS2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도 개편으로 사라진다. 이 프로그램은 ‘하모니 합창단’ ‘청춘 합창단’ 편 등으로 큰 인기를 누렸으나 최근 MBC <일밤? 아빠! 어디가?>, SBS <일요일이 좋다-K팝 스타 2>에 밀려 한 자릿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10여년간 방송된 지상파TV 유일의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인 KBS1 <클래식 오디세이>도 폐지를 논의 중이다.

프로그램 폐지 이유는 하나같이 시청률 저조다. 치열한 경쟁에 내던져진 방송가에선 단 1~2%의 시청률이라도 더 얻지 못하면 도태된다. 극단적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방송사 상황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새 프로그램이 미처 자리를 잡을 시간도 주지 않고, 두 달 만에 내리는 폐지 선고는 빨라도 너무 빠르다.

KBS <달빛프린스> | KBS 제공

시청률에 쫓겨 폐지된 프로그램들은 종영도 초라하다. <토크클럽 배우들>은 지난 4일 출연진의 인사 없이 짤막한 자막으로만 종영 소식을 전했다. 그동안 지켜봐온 시청자에 대한 예의도, 또 두 달 이상 프로그램을 위해 노력해온 제작진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정준하는 자신의 트위터에 “<토크클럽 배우들> 마지막 회네요. 끝인 줄 모르고 다음주에는 더욱 더 최선을 다하자고 맹세했는데 아쉽네요”라는 글을 남겼다.

MBC <토크클럽 배우들> | MBC 제공

시청률과는 다른 측면에서 존재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KBS프로듀서협회는 사내게시판에 ‘도대체 무엇을 위한 개편인가’라는 제목으로 <클래식 오디세이> 등 교양문화 프로그램 폐지설에 반대하는 성명을 올렸다. 이 프로그램은 심야시간 편성으로 평균 시청률은 1% 전후를 오갈 정도로 낮지만 다양한 클래식 음악과 연주자를 소개해오며 다양성과 공익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아님 말고’라는 식의 짧게 치고 빨리 빠지는 개편을 보면, 방송가에 방송 발전을 위한 장기적 안목, 장기 계획은 있는 건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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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의 원죄’인 낮은 시청률로 사라진 프로그램들의 빈 자리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채운다. <배우들> 후속으로는 윤도현, 탁재훈, 은지원, 카라 구하라 등이 출연하는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나는 당신의 대리천사>가 방송될 예정이다. 설 연휴기간인 지난달 10일 방송됐던 <남자가 혼자 살 때>도 정규 편성된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시험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정규 편성하는 방식이다. 치고 빠지기는 좋지만 단 한두 회만으로 반응을 끌어내야 생명력을 지속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승부 시계는 갈수록 빨라진다.

<박은경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