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각광받는 군대이야기

예능의 유행은 수레바퀴처럼 돌고 돈다. ‘무릎팍 도사’의 독설에 희열을 느끼던 시청자들은 이제 힐링과 위로를 원한다. 철없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추격전보다 아빠와 아이의 여행에 열광하고 있다. 차세대 예능 대표 소재는 군대 이야기가 될 듯싶다.

군대 이야기 바람은 비교적 자유로운 케이블 채널에서 불기 시작했다.

tvN <코미디빅리그 ‘소모임-솔로탈출캠프’> | tvN제공

케이블채널 tvN의 <푸른거탑>은 육군 부대에서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들을 의학드라마 <하얀거탑>을 패러디하는 형식으로 보여준다. 당초 tvN의 또 다른 프로그램 <롤러코스터2>에서 선보였던 코너 드라마였는데 인기에 힘입어 독립 편성됐다. 1월 23일 첫 회 방송 후 2%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 시청자들의 관심도 끌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젠장! 말년에 …라니” “고통이 대뇌의 전두엽까지 전해진다” 등의 대사는 유행어로 자리잡는 중이다.

tvN 개그프로 <코미디 빅리그>의 ‘소모임-솔로탈출캠프’도 군대 콘셉트의 개그다. 양세형 조교의 강력한 훈련으로 장도연과 박나래가 연인을 만든다는 내용의 개그 코너. 친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법, 잘생긴 카페 아르바이트생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법 등을 군대 조교가 훈련시킨다. 여자들이 싫어한다는 군대가 연인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훈련소로 그려지는 점이 신선하다.

탄력을 받은 군 소재는 4월부터 지상파TV로 영역을 넓힌다. ‘아빠! 어디가?’로 상승세를 탄 MBC <일밤>은 4월부터 ‘매직콘서트’ 대신 새 코너 ‘진짜 사나이’를 선보인다. 7~8명의 스타들이 군부대를 찾아 군인들의 일상과 훈련을 체험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김수로·류수영·서경석 등이 출연할 예정인데, 출연진이 확정되는 3월 말 육군 백마부대에서 첫 촬영을 시작한다.

tvN <푸른거탑> | tvN제공

앞서 영화 <레미제라블>을 제설작업하는 공군으로 패러디한 ‘레밀리터리블’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공개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딱딱하고 지루한 조직으로 비쳐졌던 군대가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개그의 장으로 작용하고 있다.

군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은 1997년까지 방송된 위문공연 형식의 MBC <우정의 무대> 이후 명맥이 끊겼다. 앞서 1990년대 초까지 방송된 <유머1번지>의 ‘동작 그만’도 큰 인기를 누렸으나 이후엔 별다른 코너가 없었다. KBS2 <개그콘서트>나 SBS <웃찾사>에서 관련 소재를 다룬 코너가 잠시 등장했다 사라졌다. 술자리에서도 외면받았던 군대 이야기는 온라인과 케이블, 지상파TV에서까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푸른거탑> <소모임-솔로탈출캠프>는 20∼30대 젊은 여성 시청자들에게도 인기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진짜 사나이’도 온가족이 모이는 주말 황금시간대에 편성됐다.

남자들에게 군대는 인생의 황금기에 생성된 강렬한 경험이다. 이런 이야기를 마초적으로 풀면 지루하지만, 유머나 패러디를 가미하면 여자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레밀리터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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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무한도전> <1박2일> <정글의 법칙> 같은 야생 버라이어티는 남자들의 고생담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예능에 적응된 여성 시청자들은 동일선상에 있는 <푸른거탑>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계층이 뚜렷한 군대는 사회생활을 담아 풍자하기 좋다”며 “한국 사회는 군사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군대 이야기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경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