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우체국 재형저축

재형저축이 18년 만에 부활하면서 오랜만에 서민 재테크가 뉴스의 중심에 떠올랐다. 저금리시대가 지속되는 데다 경기마저 부진해 투자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서민들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저축이라는 단어에 귀를 쫑긋 세울 이벤트가 된 것은 틀림없다. 지난 3월 6일 16개 은행이 일제히 출시한 ‘신재형저축’이 일주일 만에 60만 계좌가 만들어졌다고 하니 말이다. 재형저축 부활이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고 저축률은 2.7%로까지 떨어지는 등 곳곳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는 개인과 가계를 일으켜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재형저축은 근로자재산형성저축의 약자다. 근로자의 자발적인 재산형성 노력에 대해 국가가 금리 및 세제 우대조치 등의 정책적 지원을 해줌으로써 근로자의 장기저축과 재산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1976년 ‘저축증대와 근로자 재산형성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그해 4월 1일부터 20년 동안 시행했다가 1995년 재원 부족을 이유로 폐지했다. 당시 정부는 저축 신장을 위해 재형저축에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했다. 13% 수준이던 은행 적금 금리에 추가로 10%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주었을 정도다.

우체국 재형저축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시중은행보다 까다롭지 않다. 우체국금융 이용자라면 재형저축도 우체국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물론 신재형저축은 과거의 혜택과는 비교할 수 없다. 금리는 금융기관의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대 4%대 중반이다. 이마저도 최소 가입기간 7년 중 3년간만 적용되고 나머지 4년은 시장 금리에 따라 낮아질 수 있다. 세금 혜택도 완전 비과세였던 옛 재형저축과 달리 이자소득세 14%만 면제되고 농특세 1.4%는 내야 한다. 가입 조건은 직전 연도 총급여액이 5000만원 이하이거나 종합소득금액이 3500만원 이하인 개인이어야 한다. 가입 한도는 매 분기별 1만원 이상 300만원까지다. “이름만 돌아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조건은 까다로워지고 혜택은 인색해진 셈이다.

지난 3월 15일 우체국도 재형저축 상품을 내놓았다. 조건은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다. 금리도 기본금리 4.2%에 우대금리 0.3%포인트를 더해 최고 4.5%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다만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급여이체, 체크카드 이용, 스마트폰뱅킹 거래실적(각 0.1%포인트)이 있거나 자동이체 약정이 2건 이상 있는 경우(0.1%포인트) 등 4가지 중 3가지에 해당하면 우대금리 0.3%포인트를 모두 받게 된다. 우체국금융 이용자라면 재형저축도 우체국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재형저축 가입 조건이 안 되거나 7년 이상 돈을 묶어둘 생각이 없는 사람은 우체국 스마트폰뱅킹 고객 확대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판매하는 ‘우체국스마트퍼즐적금’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소득 조건도 가입 기간도 따지지 않고 최고 4.9%의 고금리를 주기 때문이다. 가입자 스스로 목표 금액을 설정하고 자유롭게 적립하는 방식이다. 다만 스마트폰뱅킹을 이용해야 한다. 스마트퍼즐적금 앱을 통해 매주 발송되는 퍼즐미션을 수행하면 이율이 차등지급된다. ‘커피 한 잔의 여유, 지금 아끼면 미래가 여유로워집니다’라는 알림 문구가 스마트폰에 나타나 다음날까지 커피 모양의 퍼즐을 맞히면 5000원이 자동이체되는 식이다. 목표 금액은 1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이며, 가입 기간은 6개월부터 36개월까지다. 금리는 기본금리와 우대금리(최고 1.2%포인트)로 구성되며, 최대 1년 만기는 4.2%, 2년 만기는 4.7%, 3년 만기는 4.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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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퍼즐적금이 금리가 높다고 해서 재형저축보다 수익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실수령액은 재형저축이 더 높다는 게 우정사업본부 관계자의 얘기다. 이자에 대한 세금 때문이다. 복잡한 셈이 따르지만 각자 조건에 맞는 상품을 골라봄직하다. 재형저축 부활을 계기로 힘닿는 대로 저축을 꾸준히 해나가는 습관을 길러보자.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