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콘텐츠 시장의 벤처 열풍

2000년대 초 시장을 강타한 IT벤처 열풍이 2013년 다시 불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스마트한 IT환경 덕분에 누구나 쉽게 창업이 가능해진 데다, 신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창업과 벤처를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취직 대신 창업을 시도해 보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동아리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창업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는 대학이 2010년 164개에서 2012년 182개로 늘고, 창업 동아리도 같은 기간 중 639개에서 1222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2013년 1월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콘텐츠 생태계 동반성장 1000억 펀드 조성 기자간담회’ 모습. | 연합뉴스

이와 같이 창업 방식의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동안 꾸준한 양적·질적 성장을 통해 국민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은 벤처기업들이 다시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2012년 벤처 정밀실태조사’를 보면 2012년 말 현재 벤처기업 수는 2만7876개로 코스닥 상장기업의 약 70%를 점유하면서 코스닥시장의 핵심 기업군으로 인식되고 있다. 벤처기업들의 평균 매출액은 70억3000만원 수준이며, 매출증가율은 전년 대비 13.9%로 나와 일반 중소기업의 매출증가율 10.6%보다 높은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평균 고용인력도 25.5명으로 일반 중소기업(3.9명)보다 6배의 일자리를 더 창출하고 있어 일자리 창출의 보고로도 인정받고 있다. ‘1000억 매출 이상의 벤처기업’도 381개로 전년 대비 21%가 급증했으며, 해당 기업들의 총매출액은 77조8000억원으로 GDP의 약 6.3%를 점유하고 있다.

한편, 주력 벤처기업들의 유형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고 있다. IT산업의 벤처기업 특징을 보면 2008년까지는 하드웨어 부품 관련 업체가 2087개로 가장 많았지만, 2011년에는 소프트웨어 관련 업체가 2963개로 하드웨어 업체 2844개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도 특히 콘텐츠분야 업체가 630개에서 1401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또 하나의 특징적인 현상은 세계 시장에서 ‘한류’가 영화와 드라마를 넘어 K팝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영화·드라마·음악·게임·캐릭터 등 문화콘텐츠 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관련 분야에 진출하는 벤처기업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2012년 산업별 투자현황을 보면 정보통신산업에 28.5%, 문화콘텐츠산업에 28.2%가 투자돼 전체 투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콘텐츠산업을 위해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정부와 기업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3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7500억원 규모의 ‘위풍당당코리아 콘텐츠 펀드 추진계획’을 공개하고, 문화체육관광부도 “2013년에 문화와 영화분야에 1893억원의 펀드를 추가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도 문화콘텐츠 투자를 위해 벤처캐피털 회사 SMCI를 출범하고 500억~10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펀드를 결성할 예정임을 밝히기도 했다. kt도 지난 1월 콘텐츠 발전을 위한 1000억 펀드 실행 및 콘텐츠 업체 지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자금지원 외에도 올레미디어 스튜디오 등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각종 환경을 지원하는 등 콘텐츠 생태계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이 다같이 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활동에 적극적인 것은 과거에는 하드웨어 기술력이 사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였지만 현재는 콘텐츠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부가가치가 창출돼야 새로운 소비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보급과 LTE서비스 등 IT기술의 발달로 콘텐츠 소비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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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 등 IT산업 인프라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해 있지만 콘텐츠산업의 발전을 위한 생태계는 아직 척박한 상황이다.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서 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인큐베이팅하고 공동 창작할 수 있는 콘텐츠코리아 랩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고, 이와 관련된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콘텐츠 시장에 불기 시작한 새로운 바람이 IT벤처 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는 시발점이 되어 국내 경제도 다시금 활기를 찾길 기대해본다.

<유태열 kt 경제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