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체육에 빠진 예능

다재다능(多才多能)한 스타가 인기 있는 건 당연한 이치겠다. 깔수록 새 살을 드러내는 양파 같은 매력에는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여러 재능을 드러내야 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보여줄 수 있는 재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허나 인간 능력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점과 요즘 예능 트렌드를 고려해 굳이 한 가지 능력을 꼽는다면 체육이다. 스포츠 잘하는 스타가 예능에서도 인기를 얻는다. 스포츠만 잘해도 예능 스타가 될 수 있다.

KBS2 예능 <우리동네 예체능>(예체능)의 최대 수혜자는 조달환이다. 미안하지만, 이름조차 희미했던 이 배우는 선수 뺨치는 탁구 실력으로 단박에 예능 스타로 떠올랐다. 탁구 할 때 그가 쓰는 ‘초레이하’라는 생경한 기합까지 유행어가 됐다. 연예인팀과 비연예인 동호회팀이 체육 승부를 겨루는 이 프로그램은 탁구-볼링-배드민턴으로 종목을 바꾸고 있지만, 조달환은 바뀌지 않고 고정 출연하고 있다. 씨름선수 출신 강호동과 <1박2일>로 체육 소질을 검증받았던 이수근을 MC로 내세웠다는 점도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SBS <맨발의 친구들> | SBS 제공

SBS 예능 <맨발의 친구들>은 최근 6주간 다이빙에 빠졌다. 출연자들이 물에 대한 공포와 고소 공포를 이겨내며 다이빙을 배워가는 과정으로 감동을 줬다. 이 과정에서 그룹 슈퍼주니어의 은혁과 SS501 출신의 가수 겸 배우 김현중은 ‘다이빙 신동’으로 떠올랐고, 유이 역시 ‘인어공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스포츠를 잘해야 주목받을 수 있는 대표적 프로그램은 KBS2 <출발 드림팀>이다. 시즌2를 방송 중인 <출발 드림팀>은 각종 장애물 경기로 유명하다. 시즌1에서 이상인·조성모 같은 스타를 배출했던 이 프로그램은 7월 연예인 다이빙, 8월 머드 레슬링 특집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예체능 스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단아한 이미지의 오정연 아나운서는 다이빙 실력으로 단박에 스타로 주목받았고, 수영복 자태까지 화제를 뿌렸다. 아이돌 그룹의 각축장인 머드 레슬링 특집에서는 크레용팝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KBS <출발 드림팀> | KBS 제공

스포츠 형식 예능프로그램이 늘어나다보니 자연스레 체육인들의 예능 진출도 늘고 있다. MBC의 서바이벌 레이스 프로그램 <파이널 어드벤처>에는 유상철 전 축구감독과 심권호 레슬링 코치가 출연하고 있다. 유상철은 축구 경기장에서와는 다른 ‘허당남’의 이미지로 즐거움을 주고 있고, 건장한 몸의 심권호는 육체보다는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반전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KBS <우리동네 예체능> | KBS 제공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점점 ‘리얼 버라이어티’로 진화하면서 예능과 체능의 결합도 늘어나고 있다.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에는 웃음도 있고 감동도 있다. 빼어난 예능 감각으로 적재적소에서 유머와 리액션으로 웃길 수 있지만, 몸에서 나오는 진실한 유머를 당해내긴 부족해 보인다.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방송가가 체육에 눈을 돌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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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길게는 십여년의 연습생 기간을 거치는 가수들은 노래와 춤뿐 아니라 연기가 필수과목이다. 배우 지망생들도 노래와 춤을 통과의례처럼 배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들에게 체육이라는 과목이 추가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박은경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