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2판4판]별 걸 다 기억하는 사람

영심이 “♬ 내가 전화걸 때 처음에 여보세요 하는지 죄송합니다만 그러는지
번호 8자를 적을 때 왼쪽으로 돌리는지 오른쪽으로 돌려 쓰는지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안에서 내 표정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내 모습까지도 기억하는 남자 ♬”

청심이 “♬ 내가 공약할 때 처음에 기초연금 20만원 지급한다고 했는지
아니면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하겠다고 했는지
친박과 반박 사이에서 내 레이저 광선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내 모습까지도 기억하는 사람 ♬”

영심이 “♬ 내 새끼손가락엔 매니큐얼 칠했는지 봉숭아물을 들였는지
커피는 설탕 2스푼에 프림 한 갠지 설탕 한 개에 프림 둘인지
그런 사소한 것까지 다 기억을 한다면 얼마나 피곤할까 ♬”

청심이 “♬ 대선 공약에서 경제민주화를 공약했는지 안 했는지
정치 개혁 공약할 때 기초선거 공천폐지 했는지 안 했는지 　
그런 사소한 것까지 다 기억을 한다면 얼마나 피곤할까 ♬”

영심이 “♬ 나를 처음 만난 날 내가 구두를 신었는지 아니면
운동화를 신었는지 그때 화장을 했었는지 안 했었는지 기억할 수 있을까 ♬”

시사2판4판 구독

청심이 “♬ 나를 처음 만난 날 상설특검이었는지 아니면
군복무기간 단축이었는지 그때 전시작전권 환수인지 연기인지 기억할 수 있을까 ♬”

많은 대선 공약이 파기됐고 훼손됐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와 여당의 사전에는 사과가 없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이 대표적인 예다. 얼굴이 두꺼워서 그런지 국민들에게 미안해 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1년 전 지나간 대선 공약을 기억해야 하는 국민들은 결국 ‘별 걸 다 기억하는 사람들’이 되고 말았다.

<글·윤무영 | 그림·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