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설계]출구전략은 필수

15년 전 창업을 했다. 지금도 그때 작성한 첫 사업계획서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요즘은 창업 관련 학과도 있고, 창업수업을 통해 사업계획서의 중요성과 작성요령을 배울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사업계획서 샘플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혼자 고민해 창업계획서를 만들던 1990년대 말이나 창업학 교수가 돼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금이나 사실 사업계획서 기본 내용과 틀엔 변한 것이 없다. 다만 한 가지 추가된 핵심 사안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출구전략’이다.

성공에 대한 부푼 꿈으로 첫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이들에게 출구전략을 짜라는 말은 마치 아이를 낳은 젊은 부모에게 신생아의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계획하라는 것처럼 잔인한 일이다. 혹자는 “재수 없게 창업가에게 어떻게 망하는 것부터 생각하게 하느냐”고 반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출구전략을 준비한 창업자가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예를 들어 판단착오로 장사가 잘 안 되는 장소에 호프집을 차렸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마케팅에 집중해 단기매출을 높인 뒤 가급적 빠른 시일 내 권리금을 받고 호프집을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다. 입찰이력 등 진입장벽이 있는 건설업 등의 경우 창업 후 5년 시점을 출구시점으로 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유자금은 있지만 이력을 만들기 어려워 건설업 진출을 꺼리는 자본가나 타 업종 대기업을 대상으로 회사를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뒤 아무 생각없이 자신이 살던 아파트 단지에 사무실을 열었다가 10년간 고생했던 분이 있다. 그런데 우연히 지인 소개로 다른 동네 신규 입주 아파트 단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다행히 여기에 차린 임시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대박이 나자 비슷한 조건의 신축 아파트 단지만을 찾아다니고 있다. 보통 한 사업,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같은 업종에 전념하는 사업가들을 높이 쳐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객관적 사업 환경이 점차 나빠지고 초기 사업계획에 있어 중요한 판단요소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면 과감한 출구전략도 필요하다. 복잡다기하고 급변하는 오늘날 경제상황에서 출구전략은 사업가의 옵션이 아니라 필수항목이다.

<김천규 충남대학교 창업교육센터 산학협력중점교수 chunkyuk@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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